[詩]
어머니
- 은유시인 -
어머니,
나 어렸을 적 웃음기 없는 어머니 둥근 얼굴 기억합니다
어머닌 항상 고운 한복만을 입으셨습니다
옷차림은 흐트러짐 없이 항상 정갈하셨습니다
어머니,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가쁜 숨 몰아쉬던 어머니의 병약함을 기억합니다
어머닌 초등학교 때 저희 반 담임이셨습니다
개구쟁이인 나는 허약한 어머니 속을 무던히도 썩였습니다
어머니,
유난히 굵은 당신의 새끼손가락 하나를 기억합니다
어머닌 그 새끼손가락 꺾을 때마다 가슴속 한을 한 올씩 삭이셨습니다
숯검정처럼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속에 처절한 절망만을 안으셨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한 줌의 연기처럼 사그라지던 그 날을 기억합니다
어머닌 파리한 입술 들썩이며 숨만 껄떡이셨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바라보는 눈빛은 눈물을 걷어버린 슬픔이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이 어린 놈 끝내 눈물 쏟지 않았음을 기억합니다
어머니보다 더 오래 세상을 살고 나서야 조금 철이 들었습니다
어머니 이 불효막심한 놈 이제야 어머니 평안함을 기원 드리옵니다.
200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