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12월을 보내며
- 은유시인 -
해마다 되풀이 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그렇게 사계절이 쳇바퀴 돌 듯 되풀이 되고
한 바퀴 돌 때마다 일 년이 지난다
1년의 시작은
봄일까?
겨울일까?
물론, 봄이라 말할 테지
해마다 되풀이 되는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그리고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월 다음엔 2월이 오고
2월 다음엔 3월이 오고
3월 다음엔 4월이 오고
4월 다음엔 5월이 오고
5월 다음엔 6월이 오고
6월 다음엔 7월이 오고……
그리고
7월 다음엔 8월이 오고
8월 다음엔 9월이 오고
9월 다음엔 10월이 오고
10월 다음엔 11월이 오고
11월 다음엔 12월이 오고……
그렇게 열두 달이 쳇바퀴 돌 듯 되풀이 되고
한 바퀴 돌 때마다 일 년이 지난다
1년의 시작은
1월일까?
12월일까?
물론, 1월이라 말할 테지
십이월은 일 년 열두 달 중
마지막 달이라 했다
그래서 열두 장 달력 한 장 한 장 뜯다 보면
마지막 한 장 남을 때 보면 영락없는 12월이다
이 마지막 한 장 남은 12월 달력도
엑기스가 다 빠져 나간 낙엽처럼
알맹이가 다 빠져 나간 헛껍질처럼
금방이라도 낙하할 듯 위태롭기만 하다.
2002/12/23/0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