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대가 내 품에 안기던 날
- 은유시인 -
그리움도 외로움도 슬픔도 화석 속 암모나이트처럼 경직되고
멈춰진 시간 정지된 사고
나는 지난 밤 거듭되는 악몽에 뒤척이며
몇 번에 걸쳐 깨어 일어나 차디찬 냉수 들이켜야 했다
갈증과 악몽이 영원히 나를 괴롭힐 것이라는
두려운 망상에 사로잡혀……
좀처럼 개일 것 같지 않던 천둥번개 동반한 지루한 장마
삭신이 탈진되고 녹아내린 듯 허우적거리는 육신
겨우 가누며 뒤뜰에 발을 디딘 순간 나는
심한 현기증과 또 다른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싸늘하게 굳어버린 사체들
태산 같은 공포로 심신을 억누르려하는 죽음의 화신들
어두운 구름층 뚫고 한 줄기 햇살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대여
솜털같이 보드라운 너의 손결이 나의 경직된 육체를 어루만져줄 때
난 비로소 감미로운 오르가즘을 맛봤다
그대의 달콤한 숨결 하나하나가 속삭임 되어 내 영혼의
찌끼를 깨끗이 걷어내고 그 밝고 가볍기론 깃털 같은 자유를 주었다
그대가 내가 되고 나 또한 그대가 되고 우리는 결국
하나 되어 우리의 길을 함께 갔다 나는 그대에게
그대는 나에게 하나 되어 함께 가는 길이 마냥 행복하다고…….
2002/02/22/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