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로드킬

by 은유시인 posted Dec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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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로드킬*


- 은유시인 -



 

쿠웅- 또 한 생명이 허공을 가르며 하늘높이 솟구쳤다 쓰앵- 눈 깜짝할 새에 다가온 철짐승이 겁에 질려 제자리를 맴돌던 산짐승을 들이받고 거친 바람 펄럭이며 까마득히 멀어졌다 검은 벨벳처럼 아름답게 포장된 아스팔트 위로 처박힌 짐승은 물먹은 소금자루처럼 묵직하다 툭 튀어나온 눈알에 비친 하늘이 유난히 해맑고 콧구멍으로 뿜어대는 피거품에 가벼운 함성이 묻어난다 그것도 잠시 퍼억- 또 다른 철짐승이 짐승의 몸을 타고 넘었고 퍼억- 퍼억- 퍼억- 끝없이 이어진 철짐승들 행렬이 릴레이 벌이듯 짐승을 타고 넘고 또 타고 넘었다 한때는 너무나 아름다웠을 한때는 너무나 사랑스러웠을 한때는 너무나 고귀했을 짐승의 사체는 형체를 바꾸어 보다 납작하게 보다 널찍하게 아스팔트 위를 덮어나갔다 왱왱- 로드킬 사체처리반이 다가와 짐승의 사체를 거둔 그 자리엔 피보다 더 붉은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로드킬(road kill) : 2014년10월 기준, 지난 5년간 로드킬로 죽은 야생동물의 83.9%에 이르는 동물은 고라니로 9,078마리가 죽었다. 한 해 평균 1,816마리가 차에 치어 죽은 셈이다.



20141025/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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