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콩콩이
- 은유시인 -
콩콩이는 사람이 아니란다
콩콩이는 사물도 아니란다
콩콩이는 어느 날 문득 내게 던져진 자그마한 생명체
태어난 지 이 주일 갓 지난 잡종견 땅강아지란다
콩콩이는 데려온 첫날부터
제 어미나 제 남매들을 까맣게 잊고
오로지 나만 졸졸 따랐단다
흰 털과 검은 털이 반반씩 섞인
검은 얼굴에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는
흰 주둥이에 검정 코가 앙증맞은 암캉아지란다
그녀가 내게 온지 한 달 지났단다
주먹만 하던 놈이 어느새 한손으로 들기엔 묵직하단다
누군가가 우스갯소리 한답시고 말했단다
- 일인분짜리가 이제 삼인분짜리가 되었구나
개를 유난히 좋아하여
시츄 세 마리를 방안에서 함께 뒹굴며 키우는 누나가
상기된 얼굴로 몇 번씩인가 거듭해서 말했단다
- 내게 행복감과 사는 즐거움을 주는 것은 유일하게 요놈들뿐이란다
개는 사람보다 낫단다
조그만 베풂에도 고마워할 줄 알고
끝까지 주인에게 등 돌리지 않는단다
그녀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질러놓는 똥오줌으로 하루가 분주하지만
그녀가 그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물어뜯고 긁어대어
방석이며 소파며 남아나질 않지만
그녀가 수시로 달려들어
할퀴고 물어 양 팔뚝 손발은 상처투성이지만
그녀가 우유에 사료 섞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 음식 죄다 뺏어먹지만
그녀가 잠시라도
가만있질 못하여 내 하는 일을 짓궂게 방해하지만
그녀가 내게 주는 기쁨과 웃음은
내가 지닌 모든 것들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란다
오늘도 누군가가 말했단다
- 지금부터 목줄매어 길을 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다 자라봐야 여전히 땅개인 것을
갇혀있는 공간에서 속박해가며 억지로 길들이지는 않으리니
사람보다 나은 그녀를 개보다 못한 사람인 내가
그녀의 평생을 시중든다한들 밑질 것은 없으리니
결코 밑질 것은 없으리니…….
2003/10/10/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