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화장하는 남자
- 은유시인 -
거울 앞에 한 남자가 서있다
그는 중년의 턱 숨 가삐 넘고
노년으로 치닫고 있다
머리에 희끗해지는 하얀 머리
홀로 서글퍼진다
쫓는 자 되어 쫓기는 자 되어
그렇게 살아온 반백 년
청춘도 젊음도 낭만도 먼 기억 속
신기루같이 아련하기만 한데
얼굴의 세월 유수 같기만 하다
사랑도 슬픔도 절망도 저 아득한
산등성 너머 가물거리는데
손등의 세월 생생하기만 하다
거울 앞에 선 한 남자는
오늘도 화장을 한다.
200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