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이 고요한 밤에
- 은유시인 -
창세기(創世記) 즈음이던가,
외침과 두런거림이 흔적 없고 공간과 시간의 흐름이 멈춰있는
세상엔 오로지 나 혼자만 존재하는듯하고
사면(四面)은 벽으로 둘러싸여 짐짓 사고(思考)도 멈춰있구나
깨어있음 마저 한 순간의 꿈이런가,
의식(意識)은 담타고 넘어온 어설픈 도둑처럼 낯설고
의지(意志)는 잽싼 도마뱀으로부터 끊겨나간 꼬리처럼 제멋대로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은 듯이 숨죽이며 주검을 가장하고
영겁(永劫)을 향해 치닫는 음울한 가식(假飾)과 가증(可憎)
애둘러 마당에 불려나간 장두인형(杖頭人形)처럼
감상(感傷)의 골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구나
이 고요한 밤
밀려드는 까닭모를 서글픔은
혼자만이 깨어있으리란 착각이란 말이던가.
※ 장두인형 : 한국의 유일한 전통인형극 꼭두각시놀음에 등장하는 인형. 남사당패들은 인형극을 통해 지배층의 지배구조와 횡포, 파계승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했다.
2009/11/17/0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