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홍조(紅潮)
- 은유시인 -
아스라한 기억 속에 묻힌 결코
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슬픈 얼굴 눈부시게 하얀 얼굴
가느다란 눈매 섬세한 콧날
자그마한 입술 그리고 휘청거리는
가녀린 몸매
가난을 굴레처럼 짊어지고 있는
슬픈 미소의 소녀
결핵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있는 백짓장 같은 소녀
가난이 이끄는 대로 몸을 허락하고
세월이 이끄는 대로 생을 마감하려는
풀잎에 잠시 맺힌 이슬 같은 소녀
그녀가 흘린 피
붉은 피
차라리 선홍빛 장미처럼
빨갛다
작은 손바닥에 고인
붉은 선혈
낙도옹…… 강…… 강바…… 아라…… 암이……
구슬픈 노래
처녀뱃사공이 흐른다
내 마음속 아득한 곳으로부터 정제되지 못한
진한 슬픔들이 솟구쳐 오른다
속 깊은 분노가 절규로 바뀐다
처절한 절규로…….
2002/11/10/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