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蟾津江)
- 은유시인 -
팔공산 깊은 음혈(陰穴)
차가운 정기(精氣)
억겁 세월 두고 휘돌아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반만년 한민족 깊은 한(恨) 서렸다
하늘이 이 땅에 내리신 도도한 물줄기
천천세세(千千歲歲) 영영세세(永永歲歲)
거칠 것 없어라
황금들녘 찬바람 부대낄 때에도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 있어
갈대밭 소슬(蕭瑟)하여 발길 돌리려 해도
어디선가 세월 한탄(恨歎)하는 이 있어
하늘 검은 장막(帳幕) 드리워져도
아직도 그 강가 오르내리는 이 있어
나룻배 저어가는 저 뱃사공
엇싸 엇싸 추임새 오히려 애닯구나
꿈을 심고
꿈을 먹고
꿈을 나르는
저 도요새 무리
그 날개 짓마저 무심(無心)한데
갈 곳 없어 맴도는 저 나그네
저물어가는 섬진강 붉은 물결에
그대 시름 비추어 보렴.
2002/11/08/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