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어떤 투정
- 은유시인 -
첫서리 내리자 이제 여든 쉬 바라보는
쪼그랑할망구 섭섭네는 굽은 허리 펼 사이 없이
무말랭이 호박말랭이 건옥수수 걷어 들이기 바쁘다
멍석에 펼쳐놓은 태양초의 물기가 거진 말라갈 즈음
고샅에 걸린 해도 쉬이 넘지 못하고 시름시름하다
홀연히 날아든 까마귀 감나무에 대롱거리는 까치밥 쪼아대니
다가올 겨울이 귀신 씐 짚북데기마냥 영 마뜩찮다
쉰 넘긴 맏이 태선이가 반쯤 잘려나간 두 다리 섬돌에 걸쳐놓고
철부지마냥 밥투정에 옷투정에 정신 사납다
하얀 닛밥과 비린내 나는 괴긴 언제 줄껴?
남들 다 입는 레지끼바지는 언제 사줄껴?
꼴에 남정네라 발끈거리는 음욕(淫慾) 용두질로 달래길
누리끼리한 무명 고의에 온통 서걱거리는 풀칠이다
진작부터 보내준다던 장가는 언제 보내 줄껴?
세상 살기 싫다고 이참에 캭 죽어삔다며
눈꺼풀마저 까뒤집고 침까지 겔겔 흘려가며 나자빠진 맏이가
억겁의 굴레처럼 천근만근 묻어나고
뉘엿한 해 그림자만큼이나 질퍽하다
옹냐옹냐 니 바라는 거 다 해줄텡게 죽는다카는 소리만 고만혀라
이제 더 이상 늙을 수도 없는 쪼그랑할망구 섭섭네는
간단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왠지 혼자서 분주하다.
2009/12/0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