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컴퓨터
- 은유시인 -
네모난 얼굴로
내가 다가서기를 기다리는 너는
참 희한하구나
너에게는 많은 폴더가 있고
그 폴더 안에는 또 많은 파일들이 들어 있지
난 수많은 폴더들을 생산하고
또 그 폴더 안에 수많은 파일들을 창조하면서
한편으로는 필요 없어진 파일이나
거추장스러운 폴더를 삭제하고 있지
너에게는 인터넷의 바다가 있더구나
수백만 수천만……
바닷가 백사장 모래만큼이나
밤하늘 떠있는 별만큼이나……
수많은 정보들이 유영하고 있구나
클릭
클릭
클릭
각기 개성 있는 얼굴로
각기 개성 있는 목소리로
각기 개성 있는 성격으로
내게 다가와 추파를 던지는구나
친구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하여
연인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하여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하여
이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하여
그들을 대신하여 다가서는 너
슬픔도
고통도
외로움도
절망도
그 모든 것을 잊게 해 주겠노라
너는 부단하게 나를 유혹하고 있지
우정과
사랑과
우애와
이상을
그 모든 것을 대신하고자
너는 부단하게 나를 유혹하고 있지
클릭
클릭
클릭
깨알 같은 글들과 화려한 그림들을 보면서
어느덧 하루해가 지난 줄도 모르고
어찌 보면 너야말로 바보상자 같구나.
200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