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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이천 이년의 끝자락


- 은유시인 -

 

 

 

 

 

오늘 이천 이년 십이월 이십구일 저물어 가는 이 밤에 나는 컴퓨터를 마주보고 앉아 이천 이년의 끝자락을 어찌 마무리해야 할지 실로 망연해 하고 있다 이미 지나간 이천 이년의 일 년간이란 세월이 내 일생 중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만한 것인가를 어림하면서 속절없이 흘려버린 세월을 굳이 탓하려 하지는 않는다

 

이것저것 수많은 글들을 써 오다가 어느 날 깊은 수렁 속에 빠져 들어 갔었으며 반년 여, 기나 긴 시간을 무력함이란 족쇄로 자신의 수족을 굳게 채워 버렸던 암울한 순간들을 떠올린다 이천 이년의 끝자락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나에겐 미련을 둘 것도 아쉬울 것도 없어라

 

슬펐었노라
기뻤었노라
사랑했었노라
증오했었노라
희로애락의 감정은 무디어 질대로 무디어 진 내 가슴속에 더 이상 공명되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시(詩) 천 편의 의미가 퇴색될 즈음 다시 글쓰기 장정(長程)에 오르고 자신의 거듭 남을 확인하였으며 남은 일생을 오로지 글쓰기에 바칠 것을 자신을 걸고 맹서하기에 이르렀으니 옹이 진 나무야 비록 땔감으로 밖엔 그 용도가 없으나 그 옹이야 말로 새 줄기를 잉태시키기 위한 그루터기, 처연히 뼈 깎는 산고를 겪은 찬란한 예술인 것을 내 어찌 알았으랴

 

이천 이년의 끝자락에 서서 새로 맞을 이천 삼년을 바라본다 이천 삼년은 그 일 년 간 내게 과연 무엇을 보여 줄 것인지 그 이천 삼년의 끝자락에 섰을 때 내게 과연 무슨 의미로 남겠는지…… 지나간 이천 이년을 분연히 떨쳐 내고자 한다 내겐 더할 나위 없었던 오만한 이천 이년을…….

 

 

 

 

2002/12/29/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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