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12월을 보내며[1]
- 은유시인 -
12월을
더욱 안타까이 여기는 것은
아무리 움켜쥐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솔솔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아
12월을
더욱 서러워하는 까닭은
까마득히 내려다뵈는
굽이굽이 헤쳐 온 길이 한낱 부질없이 느껴져
해를 거듭할수록
한해를 또 떠나보냄이
내 안의 몇 남지 않은
올곧은 심지 하나씩 뽑혀나가는 듯
가슴에 공허함만 늘어나고
세상이여
올 한해 걷어 들인 풍성한 수확
저마다 추렴하기 끝낼 즈음
내게 주어진 품삯은 고작 동전 서너 푼
긴 여정 끝내고
이제 쉴 곳을 찾는 나그네
지나온 날이 서러웠노라
지나온 길이 고달팠노라
지나온 생 굽이마다 희로애락이 있었노라
흐느끼듯 내뱉는 공명 없는 단말마
인적 끊긴 황량한 보도블록
나뒹구는 다 헤진 낙엽
지난날 그 무성한 무리들 어디로 가고 홀로되어
예리한 칼바람에 갈기갈기 찢기면서
녹음 짙던 날 싱싱함의 살 겹던 날 반추하는
저 희미한 가로등불빛 둥근 빛무리
2004/12/11/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