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에게 있어 시(詩)를 쓴다는 것은
- 은유시인 -
나에게 있어
시를 쓴다는 것은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짓는 것과 같다
누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고치를 지을 뿐
인간을 위해 고치를 짓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시를 쓴다는 것은
다람쥐가 겨울나기 위해 도토리를 부지런히 줍는 것과 같다
다람쥐는
스스로의 먹거리 장만을 위해 도토리를 쌓을 뿐
인간을 위해 도토리를 모아두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시를 쓴다는 것은
배짱이가 노래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배짱이는
스스로의 번식을 위해 노래를 연주할 뿐
인간을 위해 노래를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누에의 고치가 설령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기로서니
다람쥐의 도토리가 설령 혀를 녹일 만큼 감미롭기로서니
배짱이의 연주가 설령 영혼의 심금을 울리기로서니
결코 인간을 위함이 아니다
난 오늘도 누에가 되어 실을 뽑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고치를 짓기 위해……
난 오늘도 다람쥐가 되어 도토리를 줍는다
나를 배불리기 위한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난 오늘도 배짱이가 되어 연주를 한다
나를 영생토록하기 위한 새 생명의 창조를 위해…….
200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