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반구대 암각화
- 은유시인 -
아주 머언 옛날, 온몸이 흉터투성이인
마른 사내가
바다에서 육지로 온 고래 거북 바다사자와
육지에서 바다로 간
호랑이 멧돼지 사슴 기린을
뭉툭하게 닳고 닳은 오리 주둥이
손끝으로 묻었다네
그 옛날,
신석기시대에
머리를 풀어헤친 용감한 사내가
집채보다 큰
돌고래 향유고래 범고래 큰고래 혹등고래 흰긴수염고래
수백 마리를 돌벽에 가뒀다네
하늘 속 깊은 물웅덩이 고래들이 어둠을 틈타
유성처럼 쏟아져내리고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돌벽에 하얀 빗물이 스며들면
그들 혼령이 반딧불로 나타난다네
20141025/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