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배추장수
- 은유시인 -
- 배추…… 사려엇!
산동네 비좁은 골목길 뒤뚱뒤뚱 누비며
사십대 겉늙은 배추장사 목청 돋군다
- 씽씽하고도 알이 꽉 찬 배추…… 사려엇!
허름한 리어카 그득 실린 배추가
하얀 속살 드러내며 흐드러지게 웃는다
- 이건 고랭지배추여 속이 꽉 찼응게 김치 혀묵으면 엄청 맛있당께
지나가는 아지매 배실배실 다가서더니
짐짓 배춧속 쿡쿡 찔러본다
- 아따메 아짐씨! 기냥 가면 어떡혀 한 짐 들러놔!
저 배추들 보소 푸릇푸릇 노릇노릇
저마다 겹겹이 레이스달린 속곳 자랑하네
- 지금이라 이 개격이지 낼부텀 어림엄당께
배추장사 구라발린 협박조에
동네 할마시 하나 허벌나게 달려 나온다
- 싸게싸게 사더라고…… 푸딱푸딱 챙기라니께……
동네사람들 우두두두 떼를 지어 몰려드는데
경사 났네 경사 났어
- 배추…… 사려엇!
걸걸한 호객소리 골목길 메우고
뒤뚱해진 늦가을 해 처마 끝에 걸렸네
- 씽씽하고도 알이 꽉 찬 배추…… 사려엇!
2002/11/12/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