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해안(海岸)
- 은유시인 -
우르르르 육지로 몰려든 바다의 손들이
저마다 대패와 톱과 쇠망치 들고
육지를 조각한다
하얀 살점들이 포말(泡沫)에 갇히고
드러난 내장이 붉게 녹아들면
깎여나간 단애(斷崖)는 순결 짓밟힌 처녀처럼 절규하고
실성하여 속곳을 까뒤집는다
시루떡 같은 층암(層巖)은 바다 향해 아부하다
된통 물벼락 맞고 기절하여 납작하니 엎뎌 있고
기라성 같은 기암괴석 저 홀로 고고함 드러내려하지만
철썩 내지른 물 따귀에 머쓱하게 물러난다
천만 겁 억만 겁 바다의 손들에 의해
깎이고 깎여지고 또 깎여져서
마침내 비너스 목덜미 같은 해안선이 만들어졌나보다
바다의 손들은 태고로부터 유전자처럼 이어온 솜씨로
언제나 쉼 없이 육지를 조각한다
그래서 육지는 늘 새로운 해안(海岸)을 선보이는가보다.
2010/01/26/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