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담배 한 모금 커피 한 모금
- 은유시인 -
글을 쓰다 보면
유난히 담배가 땡긴다
무의식적으로 피워대는 담배가
재떨이마다 소복하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마치 시골집 굴뚝연기와 같다
빨아들일 때만 붉게 번지는 불길이
초조하기까지 하다
입에 문 담배를 의식 못하고
자판 뚜드리다 보면
어느새 자판에 떨궈 진 담뱃재가
마냥 성가시다
간간이 막힌 생각의 봇물을 터뜨리려
길게 내뿜는 담배연기
사색의 골똘함이
환형을 이루며 퍼져나간다
긴 망상 속에
담뱃불 꺼진지 오랜데
찾는 라이터는 보이질 않는다
앙증맞은 스탠 주전자 언제 끓었던지
주둥이에선 김이 폭폭 스며 나온다
프림 세 스푼에 설탕 네 스푼
거기에 커피 두 스푼
주둥이가 넓적하고 투박해 보이는
사기질 머그잔
커피향이 은은히 퍼질 즈음
담배 한 모금과 함께 커피 한 모금
갈색 커피 속에 묻어나는 상념들
잊혔던 기억의 편린들
그리움……
사랑……
그리고 배반과 증오……
자판을 열심히 뚜드리다 보면
머그잔은 멀찌감치 밀쳐져 있다
어느새 싸늘히 식은 커피는
정 떨어진 여인네처럼 낯설어지고
마지막 남은 커피 한 모금은
달디 단 수액처럼
목젖을 적신다
가벼운 진저리를 남기고…….
2002/12/26/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