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북소리는 태곳적부터 들려왔다
- 은유시인 -
저 멀리 꼬물거리는 산야(山野)로부터 짙은 안개 헤집고 울려오는
무당의 주술인양 나지막한 북소리
안주할 바 몰라 구천 떠도는 구슬픈 영혼들 위하여
아옹다옹 다툼질로 무수한 상처 안고 신음하는 자들 위하여
두둥…… 둥둥둥둥둥둥둥둥……
아스라한 태곳적부터 이어오는 북소리
심장의 고동소리 삶의 맥박소리
천 갈래 만 갈래 낱낱이 도륙되어 허공에 튀는 살, 피, 뼈
피아(彼我)의 질펀한 전쟁터
의식의 실오라기들 한 올 한 올 곧추서고 눈엔 뻘건 핏발 곤두서고
살점과 살점 이어붙이고 질퍽하게 흐르는 피 심장에 퍼 담고
두둥…… 둥둥둥둥둥둥둥둥……
천군만마 진군 알리는 북소리
가슴팍 공명(共鳴)된 분기탱천(憤氣撑天)의 소리
아미타극락정토(阿彌陀極樂淨土)로부터 솟구쳐오는 장엄한 북소리
천지 포효하는 기괴한 함성
오백 나찰(羅刹)이 휘두르는 섬뜩한 채찍질에 고무되어
여봐란 듯 지축 뒤흔드는 보무의 저돌적인 용맹무쌍함이여
두둥…… 둥둥둥둥둥둥둥둥……
나아가라, 나아가라, 나아가라, 나아가라
저 팔열지옥(八熱地獄) 시뻘건 아구창 향하여…….
2010/01/2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