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식탁
- 은유시인 -
가난한 마음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은
가난한 식탁이다
비록 찬은 없지만, 많이 드세요
주인의 간곡한 허세에
포크와 나이프로 익숙하게 허무(虛無) 뚝, 한 입을 베어 문다
별에 맞닿은 천장에서
돈벌레란 놈이 망각(忘却)의 실타래를 타고 잽싸게 내려온다
서른 개가 넘는 정교한 다리로 늘 돈방석만 짜댄다는,
가난한 욕심은
가난한 식탁에서 돈벌레를 해부한다
갈 길이 멀다고
갈 길을 재촉하는
가난한 식탁을 굳이 떠나려하는 가난한 욕망의 눈빛이다
둥근달이 일그러지고 하얀 나팔소리가 뿌웅, 들려오면
식탁위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질 게다
흐트러진 허무의 알갱이들을 하나하나 치워야할 테니까
가난한 마음들이 떠난 뒤에도
가난한 식탁은,
가난한 이들의 가난한 식탁은 여전하다.
20141027/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