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거듭 태어나고 싶습니다
- 은유시인 -
지난겨울은
내게는 무척 지루했습니다.
따뜻한 남쪽 남쪽바닷가에 살면서도
나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바닷바람이
쌔앵쌩 옷깃을 파고 들 때면
나의 심장은 바짝 오그라들었다가
싸늘하게 식어버리곤 하였습니다
지난봄은
내게는 유난히 더디게 찾아왔습니다
나의 빛바랜 회색빛 낡은 코트에는
새싹과 꽃망울들이 찾아오기를 꺼렸나봅니다
오랜 가뭄으로
삼라만상의 물 찾는 갈구가 드높을수록
나의 마음도 그 누군가를 갈구하는
욕망의 고동소리를 힘겹게 들어야했습니다
나의 마음은 바람에 휩싸인 갈대처럼
쉽사리 흐느적 흐느적거리고
나의 몸은 천근만근 뒤엎을 수 없는 바위처럼
암울의 수렁에 침잠하여 헤어 나오기 힘겨웠습니다
녹음이 유난히 짙푸른 날에
하늘이 코발트빛을 더해가는 날에
산자락 양지 바른 곳에서
태고의 순수한 모습으로 거듭거듭 태어나고 싶습니다.
200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