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고양이(猫)
- 은유시인 -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명멸(明滅)하는
고양이 삶은 마냥 짧고도 허무하기만 한데
검은 털에 각인된 하얀 솜털가슴이 유난히 눈부시네
애처로운 울음소리 심금(心琴)을 긋고
그 심연(深淵)을 알 수 없는 깊은 초록빛 눈동자 속에
고고함이 눌러 붙은 경계의 눈빛 번득인다
벽장 속에 갇혀버린 또 하나의 짝을 찾아
열린 길 따라 발톱 감추고 사뿐히 걸어가고 있네
날렵한 몸매 납작하니 엎드려 깃털 곧추 세우고
외로움 빨아들인 날름거리는 그 혓바닥으로
세상 향한 혼자만의 독백(獨白)을 읊조리네
길바닥에 납작하니 눌린 고양이 사체
회색빛 빌딩숲에 영역 표시하던 반야(半野)의 방랑자
오가는 차량의 검고 그악한 발길질 거듭 채여 가며
더 좋은 세상으로 다가가는 고행(苦行)인양
묵묵히 제 몸을 허물어 바람에 날리고 있네.
2010/01/10/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