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부뚜막에는 부뚜막귀신이 있다
- 은유시인 -
금방이라도 온갖 잡신 떼거리로
헤롱헤롱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마른 볏단 콩깍지 묶음 잔뜩 쌓여있는
허술하고도 으스스한 정짓간
한가한 오후나절 하나 바쁠 것 없는
늘 일상처럼 나른함 배어있는
진흙먼지 뿌옇게 피어오르는 부뚜막
갈라진 틈새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군불 연기 언제 봐도 따스하고 애처롭다
벌겋게 지핀 아궁이 속 쏘시개 제 몸 살라
활활 타오르더니 어느새 어쭙잖게 사그라져
한 움큼 못 미치는 희끗한 재로 변하고
넓적한 가마솥 속 뽀얀 감자 익을 즈음
솔방울 많은 소나무 제대로 크랴
고만고만한 열 피붙이들 등쌀에
비쩍 곯은 서너 살 어린 막내 칠성이
부뚜막 언저리 바짝 붙어
감자향에 턱 밑 군침 훔치고 있다
반딧불 어둠 수놓고 은하수 무수히 쏟아지는 밤
부뚜막귀신 있댜 얼라 잡아 묵는 귀신 있댜
아무리 겁주기로 부지깽이 연신 쫓아내기로
늘 걸신들린 칠성이 배 채우려
부뚜막에 놓여있는 누룽지 엿보고
생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연신 부뚜막 드나드네
언젠가 언뜻 지어메 하는 짓 본 적 있어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뚜막귀신께 비나이다
아무리 빌어본들 칠성이 배곯기는 늘 마찬가지다.
2010/01/22/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