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시인의 방은 어둠에 잠기고
- 은유시인 -
누군가 말했지
시는 시인의 삶을 갉아먹고 태어난다고……
시인은 자신의 살을 이겨 형상을 만들고,
시인은 자신의 피를 개어 채색을 한다고……
누군가 말했지
시는 시인의 영혼을 갉아먹고 환생한다고……
천만번 죽고 또 죽고 그 영혼의 마지막 불씨 하나마저도 태워야 한다고……
시인은 방울방울 토해지는 그 각혈로 낱말을 만들고,
시인은 한 점 한 점 살을 뜯는 고통으로 그 낱말을 꿰리라고……
사무치는 한이여!
처절한 고독이여!
피맺힌 절규여!
이제 시인은 말이 없다
시인의 방은 불이 꺼지고,
불 꺼진 방은 어둠에 잠기고……
그리고 시인은 할 말을 잃었다.
2002/11/07/0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