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는 오늘도 전쟁터로 나간다
- 은유시인 -
나는 오늘도 전쟁터로 나간다
테러리스트 진압에 나선 기동타격대처럼 M203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M4 카빈소총을 둘러메거나 권총을 옆구리에 차진 않았어도 두터운 털 코트를 전신에 휘감고 등산화 끈 질끈 동여매고 전쟁터로 나선다
세상은 전쟁터다
음흉한 미소를 짓고 다가서는 이들
괜한 너스레를 떨며 다가서는 이들
무덤덤함을 가장(假裝)하며 스쳐지나가려는 이들
끼리끼리 떼 지어 시시덕거리며 몰려다니는 이들
때로는 아파트입구에서
때로는 6차선 대로변에서
때로는 시끌벅적한 시장통에서
끊이질 않고 오가는 그 모든 이가 내겐 모두 적이다
나는 오늘도 두터운 털 코트와 등산화로 중무장하고
살벌한 전쟁터로 나간다
피아(彼我)를 분간할 수 없다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여 등산화발로 짓이겨 섬멸(殲滅)할 것이다.
2009/11/1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