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디지털카메라
- 은유시인 -
어렵게 손에 쥔
육백만화소의 파인픽스 에스원프로
검고 육중한 몸체
줌렌즈 끼고 플래시까지 장착하니
제법 그로테스크하구나
오백십이 메가바이트 메모리칩에
담을 수 있는 화상이 이백육 커트
각 커트마다 삼백 디피아이에 이쩜육 메가
이만한 용량이면 인쇄용 사진으론 손색이 없다
부산 아시안게임의 역동의 순간들이
만경봉호와 북한 여성들의 슬픈 미소들이
도심의 이모저모 어두운 면면들이
언뜻 스쳐가는 허상 같은 이미지들이
디지털 파인더의 포로가 되어
액정모니터에 가지런히 가두어 진다
디지털
디지털
마이크로센서
수백만 미립자 칩
너는 인간의 두뇌를 앞서는구나
너의 기억과 재생능력은 가히 전능하신 신을 닮았구나
잊을 수 없는 모습들을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을
흘려보내기엔 아쉬운 사연들을
너의 기억 속에 차곡차곡 재이면서
멀고도 긴 여행길을 준비한다.
2002/11/0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