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늦기 전에
- 은유시인 -
김추자가 불렀던가
늦기 전에 빨리 돌아와 달라고……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늦기 전에……
그래
늦기 전에 빨리 돌아와 달라고……
선풍기처럼 생긴 전기난로는
쬐이는 부분만 뜨겁게 느껴지지
온 방을 덥히지는 못하지
이 선풍기처럼 생긴 전기난로 때문에
한때는 내 왼쪽 허벅다리에 불긋불긋 물집이 생겨나고
말라붙은 그 딱정이가 꽤나 오랜 흔적으로 남았었지
사방이 썰렁하고 적막하기만 한 이 방안에 홀로 갇혀
갑자기 ‘늦기 전에 빨리 돌아와 달라’던 김추자 생각이 왜 났을까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늦기 전에……
왜 항상 ‘늦기 전에’라고 외쳐 대면서도
항상 꾸무럭대고만 있어야 되는 건지……
왜 시간이란 것은 누가 뭐라고 재촉하는 이도 없는데
저 홀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 만큼 경쟁하듯 달려가는 것인지……
늦기 전에
빨리 돌아와 달라고…….
2002/12/28/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