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비 오는 날 창문가에
- 은유시인 -
비 오는 날
창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귀 기울인다
습기 먹은 빗소리
질척이는 부산한 움직임
모든 것이 낯설어
진저리를 친다
떨어지는 빗방울들
하나 둘 셋……
그리고 이내 머리를 젓는다
왜 헤아리는 것에 의미가 없을까?
창문틀에 턱을 괴고
뿌연 입김으로 캔버스를 펼쳐
뜻 모를 글을 쓰고
알 수 없는 형체를 그리고
생각을 되새김하길……
더 이상 사색의 진전이 없이
가슴 저변은 공허할 뿐인데
반투명한 유리벽에 갇혔단 생각에
까닭모를 분노가 왜 치솟을까?
이 끈적거리는 습기가
영원히 걷히지 않을 것 같이 느껴질 때
차라리 은빛 비늘을 가진 좀벌레 되어
스멀거리며 바닥과 틈새를 기는 것이 나으리란 생각이…….
200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