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햄스터, 그리고 쳇바퀴
- 은유시인 -
다람쥐 같구나
그 얼롱한 무늬
흑진주 눈빛은
무심한데
가슴인가 배인가
희디흰 솜털
파르르 네 다리
입김에도 떨리는 듯
꼬리인가 장식인가
앙증맞은 반쪽 천도(天桃)
바늘같이 톡 쏘는
송곳니가 애처롭다
양 볼 그득 머금은 것이
꿈이라 해도
피지 못할 꿈이라면
차라리 한숨이겠지
반쪽 공간이
전부라 해도
마냥 자유로울 수 있다면
차라리 체념이겠지
오늘도
나의 햄스터
쳇바퀴 타고
고단한 먼 여행길 나섰다.
200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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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햄스터, 그리고 그 쳇바퀴
- 은유시인 -
다람쥐 같구나
그 얼롱한 무늬
흑진주 눈빛은
무심한데
가슴인가 배인가
희디흰 솜털
파르르 네 수족(手足)이
입김에도 떨리는 듯
꼬리인가 장식인가
앙증맞은 반쪽 천도(天桃)
바늘같이 톡 쏘는
송곳니가 애처롭다
양 볼 그득 머금은 것이
꿈일지언정
피지 못할 꿈이라면
차라리 한숨이어라
반쪽 공간이
전부일지언정
마냥 자유로울 수 있다면
차라리 체념이어라
오늘도
나의 햄스터
쳇바퀴 타고
고단하고 먼 여행길 나섰다
200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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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노트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에 그러니까 10년 전쯤에 아파트 안에서 햄스터를 키운 적이 있었지요.
애 엄마는 집안에서 생명체를 키우는 것에 대해 무척 싫어했지요. 화초도 키우려 하지 않았어요. 애완동물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집안에서 생명체를 키우다가 죽어나가는 걸 못 보겠다는 겁니다.
저도 동물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아이들 역시 작고 귀여운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 했지요.
어느 날인가 계집애가 병아리 한 마리를 사들고 들어와 애 엄마한테 야단을 맞았어요. 초등학교 앞에는 병아리 장사들이 간혹 나타나 자그맣고 '삐약'거리는 노란 병아리로 아이들 동심을 유혹하지요. 값도 얼마 하지 않기에 아이들 용돈 정도로도 병아리 한 마리는 쉽게 살 수가 있습니다.
병아리는 삼일만인가 온갖 지극정성을 다해 보살폈음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시체가 되어 꼼짝 않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옆 화단에 고이 묻어주면서도 비록 작은 생명체의 죽음일지라도 숙연한 슬픔이 묻어나오더라고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파트 안의 건조한 공기를 다소 습하게 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까 하여 처음엔 대형수족관을 구입하여 금붕어와 비단잉어들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 수족관을 관리하는 게 정말 엄청난 일손을 필요로 하더군요.
금붕어들이 싸질러 놓은 배설물과 먹기도 전에 물에 불어 썩어버린 금붕어 밥들로 일주일이 멀다하고 물을 갈아줘야 했습니다. 바닥에 깔린 돌멩이며 인공수초며, 씻어내고 지저분한 물을 퍼내는 데도 한두 시간……, 전날 욕조와 양동이마다 그득 미리 받아놓은 물을 퍼 나르는 데도 한두 시간……, 수족관이 큰 만큼 퍼 나르는 물도 엄청났습니다.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그렇게 몇 년을 키웠지요. 물고기가 거의 다 죽으면 새로 사다 넣고……, 또 거의 다 죽으면 새로 사다 넣고…….
그 다음엔 오래 살 것이란 생각에 자라를 사다 키웠지요. 처음엔 초록빛을 띈 조막만한 자라가 꽤 귀여웠습니다. 아마 한꺼번에 20~30마리는 사다 넣어놨을 겁니다. 그리고 정말 잘 죽지를 않고 무럭무럭 커가는 겁니다.
그렇지만 자라가 커가면서 쩍 벌린 어른 손바닥만 해지자 아이들은 물론 저 역시 징그럽게 여기고 들여다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 큰 수족관도 크게 자란 자라들로 비좁게 보일 정도가 되었지요. 물도 금방 혼탁해져서 사흘이 멀다 하고 갈아줘야 했습니다.
바닥에 깔린 자갈이며 인공수초며 자라 똥들로 미끄덩거리는 것이 여간 께름칙한 게 아니었답니다. 그리고 어떤 곰팡이 균이 자라 사이에 생겼는지 어느 날부턴가 자라가 한 마리씩 퉁퉁 불어있는 상태로 꼼짝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겁니다. 죽어있는 자라는 물을 잔뜩 먹어 부풀대로 부풀어서인지 몸집도 더 커졌고 허옇게 변색되어 있는 겁니다. 들어내려고 움켜쥐면 흐믈거려 금방이라도 껍질이 터지면서 내장속이 쏟아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죽어있는 자라를 비닐봉지에 싸서 멀리 쓰레기통에 갖다 버릴라치면 여간 죄스러운 게 아니지요.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자라 시체를 내다 버리는 것이 일이 되었고, 서너 마리만 남았을 때 결딴을 내려야 했습니다.
해서……. 인근의 낙동강 하구언 강물에 방생을 시켰는데, 그렇다 하여 그것들이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낙동강물이 여간 더러운 게 아니었으니까요. 강물 속으로 사라지는 자라를 보며 중얼거렸지요.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아다오."
그리고 그 다음에 키운 것이 새입니다. 카나리아인지 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네 마리를 키웠는데 두 마리는 죽고 다시 한 마리는 열린 틈으로 도망쳤습니다. 새는 비교적 키우기가 쉬웠지만, 그다지 정이 가지는 않았지요.
마지막으로 키운 것이 햄스터랍니다.
어느 날 계집애가 햄스터 한 마리를 들고 나타난 겁니다. 말로는 산 것이 아니라 친구한테서 얻은 것이라 하지만, 야단맞을 게 두려워 지어 낸 거짓말에 불과하지요. 애들에게 용돈을 잘 주지 않는 애 엄마 성격에 용돈이 있어 샀을 리가 없습니다.
낳은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은 놈으로 겨우 기어 다닐 정도로 작은 놈이었어요. 그래서 내친 김에 다음날 저녁 때 한꺼번에 스무 마리도 넘는 햄스터를 사들고 집에 들어섰습니다. 물론, 애 엄마의 잔소리를 각오해야 했지요.
작은 놈들이 몰려다니며 꼼지락거리는 것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다람쥐 같은 줄무늬에 앙증맞은 짧은 꼬리, 반들거리는 눈알에 잔뜩 머금은 양 볼의 볼록함…….
그런데 다음날 아침, 아이들 비명소리에 이끌리어 햄스터 케이지 안을 들여다보니 머리가 없어진 놈이 보인 겁니다. 머리를 다쳐 피가 나오면 놈들은 그 피가 나는 머리만 집중적으로 갉아먹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하룻밤만 지나면 머리 없는 햄스터 시체가 한두 개는 꼭 생기는 겁니다. 애 엄마는 '잔인한 족속'이란 표현을 하더군요. "내다 버리라."면서…….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를 바라봅니다. 지칠 줄 모르는 놈이지요. 지켜보는 동안 몇 시간이고 계속 쳇바퀴를 돌려대는 겁니다. 양 볼에 그득 머금은 것이 모이라면 녀석은 그렇게 종일 쳇바퀴만을 굴려 댈 것입니다.
'타르르르르~~~~~'
쳇바퀴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햄스터를 바라보니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 한 느낌이 들었지요. 그 좁은 공간에서도 마냥 자유로워 보이는 햄스터보다 내가 더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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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 그리고 그 쳇바퀴’에 대해
- 고명수/평론가(2002/02/07) -
시적 묘사력도 좋은 편이고 대상에 대한 감정이입도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를 좀 써보신 분인 줄 알겠습니다. 다만, 마지막 연에서 치고 나가는 힘이 조금 약한 느낌입니다. 변화를 주면서 마무리하되 내용을 좀더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