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석고대죄(席藁待罪)
- 은유시인 -
반백 년(半 百年) 세월 지나
비켜가는 석양(夕陽) 마주하고 섰습니다
님은 석양을 가로지르는 기러기 떼입니다
지나온 걸음마다
회한(悔恨)과 질곡(桎梏)의 연속
님은 한 점 지울 수 없는 그림자입니다
뇌리(腦裏)에 깊숙이 각인(刻印)된
그 영원할 것 같은 차륜(車輪)의 흔적(痕迹)
님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업보(業報)인가 봅니다
이제,
두 손 모아 그대 향(向)하고
두 무릎 꿇고 그대 앞에 허리 접습니다
님이시어
부디 용서하소서
낙루(落淚)로 님의 각질(角質)진 발 씻겨 드리리다
동맥혈(動脈血)로 님의 얼룩진 몸 씻겨 드리리다
님이시어
부디 평안하소서!
- 은유시인의 [단편소설]
‘김성혜, 그리고 그녀의 슬픈 사랑이야기’에서 -
200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