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포플러 우듬지의 까치둥지
- 은유시인 -
동창(東窓)이 희끄무레 밝아올 즈음
깍깍깍, 깍깍깍깍……
까치소리 동네어귀부터 부산스럽고
가마솥 지피랴 청솔가지 군불 때는 굴뚝연기
얕은 구릉 스며들듯 나지막이 흩어진다
밤새껏 문풍지 들쑤시던 여우바람 잦아들면
오작교 견우직녀 꿈결에서 헤어나
이불속 몸 비비며 단잠 깨는 아이들
하루해가 그렇게, 그렇게 마냥 들뜬다
한땐 무성했을 잎사귀 홀홀히 털어낸
포플러 우듬지 앙상한 잔가지 끝
구름에 닿을락 말락 까치둥지 저 홀로 대롱대롱
망망대해 두둥실 두리둥실 떠도는 일엽편주
모진 칼바람 불 때마다
아슬아슬 곡예 하듯
흔들흔들 그네 타듯
궁중 무도회 초대받은 까치신사들
들뜬 날갯짓이 얼어붙은 허공 가른다
뉘엿해진 석양 우듬지 끝마디마다 맺히고
붉은 햇살 곱게 까치둥지 물들이면
까치야, 까치야 헌 이빨 줄께 새 이빨 다오
어금니 뽑아든 아이 풀쩍풀쩍 뛰는 소리에
까치둥지 아이 어금니 담고 풍선처럼 부푼다
둥둥둥, 둥둥둥둥……
출항북소리 울리며
높이, 높이 하늘높이 솟구쳐 오른다
기웃거리던 구름 덩달아 새털처럼 흩어진다.
2010/01/27/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