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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이야기

[제2화]
칼침

- 은유시인 -





1


  “왜 자꾸 괴롭혀요? 이제 나한테 무슨 돈이 얼마나 남아 있다고? 나도 여태까지 할 만큼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에라이, 씨발년!”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억센 주먹이 사정없이 그녀의 턱을 후려쳤다. 그녀는 순간 정신이 아찔했으나 얼른 얻어맞은 턱을 한 손으로 감쌌다.
  “왜 걸핏하면 때리기부터 해요?” 
  “뭐, 이런 싸가지가 다 있노? 니가 내게 해 준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생색이야, 생색이? 니 오늘 나한테 함 죽어 볼래?”
  “경찰에 고발을…….”
  그가 그녀의 목을 죄어오자 그녀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그의 억센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뭐, 고바알? 이런 싸가지없는 년 같으니……. 그만큼 고발했음 됐지 뭐, 또 고발을 해? 이런 싸가지, 나 좋다고 죽자 살자 달라붙을 땐 언제고.”
  그는 그녀의 목을 잔뜩 죄면서 한편 버둥거리는 사지를 제압하려고 그녀를 거실바닥에 자빠뜨리고는 그의 육중한 몸무게를 실어 그녀의 배 위에 걸터앉았다.
  ‘아예 이참에 죽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더 이상 반항을 하지 않고 그에게 온몸을 맡겨버렸다. 모든 힘이 일거에 빠져나가는 듯했으나 이상하게 정신만은 맑아지면서 마음도 편해졌다. 
  그는 그녀의 그런 미동도 않는 반응에 하던 짓을 멈추고 그녀의 안색부터 살폈다.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으나 곧 가쁜 숨을 내쉬는 것을 보고는 안도한 듯 엄포 놓기를 잊지 않았다.
  “니, 내 두 말 안 하는 성질 잘 알제? 낼까지야! 낼까지.”
  그는 마치 그녀에게 돈을 맡겨놓은 듯이 당당하게 다짐까지 되풀이하고는 손바닥을 툴툴 털더니 자빠져있는 그녀의 엉덩이께를 힘껏 걷어찼다. 그리고 곧 현관문을 부서져라 요란스레 꽝 닫고는 나가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마 두세 시간은 족히 자빠진 자세로 죽은 듯이 누워 있었을 것이다. 욱신거리는 몸을 겨우 추스르며 욕실로 들어섰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그 속엔 웬 낯선 40대 중반의 여자가 화장이 엉망인 채 푸석한 얼굴로 자신을 비웃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넌, 당해도 싸다. 어찌 처신했길래 하필 저런 놈한테 걸렸노?’
  이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화가 난다거나 울고 싶어도 눈물이란 것이 나오질 않는다. 수도꼭지를 잔뜩 풀어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게 하고 입안에 고인 것들을 천천히 뱉어내었다. 검붉은 핏덩이가 쏟아지는 수돗물에 용해되면서 시커먼 구멍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한동안 입안에 솟는 핏물을 계속 뱉어내며 물에 섞여 용해되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입안 속살들이 너덜거리고 이빨들도 성한 것 하나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세수를 하려다말고 샤워기를 틀어 머리부터 적셔나가기 시작했다. 차디찬 물이 머리를 적시고 또 얼굴을 적시고 목 줄기를 타고 내리면서 입고 있던 옷들을 적셨다. 그러나 때가 초여름인지라 금방 한기가 느껴졌다.
  “띵띵하고 보잘 거 없는 몸땡이가 이깟 찬물 몇 바가지 덮어썼다고 와 이리 떨리노?”
  혼잣말로 자신의 미련스러움을 한껏 타박해가며 물의 온도를 높여나갔다. 몸이 따끔거릴 정도까지 온도를 높인 다음 입고 있던 옷들을 벗으려는데, 잔뜩 물먹은 옷들이 치렁거리며 몸에 감겨 잘 벗겨지려하질 않았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찢을 듯이 겨우 옷을 모두 벗어버리곤 알몸상태가 되어 다시 거울 앞에 마주섰다. 커다랗게 부풀어있는 유방이 눈에 들어왔다. 제법 희고 주름 하나 없이 깨끗해 뵈는 유방이다. 그러나 그녀의 눈엔 역겨울 정도로 미련스러워 뵈는 것이다.
  ‘빨통 큰 년 치고 골 안 빈 년 몬 봤다’라는 그의 말마따나 자신의 유방은 보통 여자들 두세 배 크기는 족히 되었기에 그녀 자신도 커다란 유방이 그리 싫게 여겨졌다. 그래서 유방발육이 최고조인 여고생 때부터 이미 그녀에겐 맞는 기성복이 없어 늘 비싼 돈 들여 맞춤을 해 입었고, 한여름엔 유방을 납작하게 조인다고 둘둘 감은 붕대 때문에 무더위와 엄청난 땀띠를 감수해야했다.
  그녀는 백옥처럼 흰 유방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종지만큼 넓게 퍼진 거무죽죽한 유륜과 제법 굵은 머루 알만큼이나 크고 검은빛이 도는 젖꼭지도 맘에 안 들었다. 아직 아기를 낳아본 적도 없는데 어떤 체질을 갖고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애를 서넛씩 낳은 여자들보다 더 심해 보였다.
  처음에 그를 만났을 땐, ‘니는 말이다, 이 큰 빨통하고 젖꼭지 하난 일품이다. 니껄 빨고 있음 난 말이다, 꼭 엄마 꺼 빨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이가’라며 그녀의 큰 유방과 큰 젖꼭지를 꽤 좋아하는 듯이 보였고, 그때만 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녀는 자신의 짧으면서도 굵어 뵈는 목도 싫었다. 굵어서 살이 삐져나올 듯한 어깻죽지도 싫었고, 굵은 허리하며 살이 잔뜩 엉겨 붙은 듯한 큰 엉덩이도 싫었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얼굴만큼은 그리 보기 싫다고 여겨질 만큼 못난 얼굴은 아니라 여겨왔다. 
  나이는 비록 마흔 중턱을 넘은 적잖은 나이였으나 둥근 얼굴형에 잔주름 하나 없이 희고 깨끗했다. 평범한 이목구비지만 그녀의 소심하고 까다로운 어두운 성격에 비해 오히려 밝아 보이는 인상으로 귀염성마저 있어 뵈는 얼굴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철들었을 때부터인가, 그녀는 남들이 다 가는 대중탕에 가기란 죽기보다 싫어했다. 따라서 사춘기적부터 남자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은 누구 못잖았으나 친구들이나 아이들이 유방이 유별나게 큰 것에 대해 놀리기 시작하고, 어른들도 ‘무슨 애가 젖이 그리 크냐?’라고 힐난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되자 극심한 신체적 열등의식이 곧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리든 늙었든 병신이든 멀쩡하든 간에 어떤 남자든 눈이라도 마주치면 괜스레 가슴이 쿵덕거리며 숨이 가빠오고 하여 남자들을 피해 왔으며, 그 때문에 그 나이 되도록 독신으로 살아왔고, 따라서 남자란 것을 알기로도 그가 처음이었다.




2


  그녀의 이름은 최점례이다. 갓 낳았을 때부터 엉덩이 부분에 제법 큰 까만 점이 있었기에 한학(漢學)을 좀 했다는 고지식한 그의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었으며, 그 이름이 그녀가 유일하게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의 전부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부산근교 밀양이란 소읍지의 외할머니 댁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녀의 어머니 박이순 씨는 무남독녀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빈곤한 집안형편 때문에 중학과정인 향명학교를 겨우 나와 어린 나이로 밀양도자기란 공장에 취직하여 돈이란 것을 벌어야했으며, 시아게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하여 도자기에 채색하는 일을 하다가 마침내 재능을 인정받아 스물두 살의 나이에 도안공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 도안공이란 자리는 다른 숙련된 여공에 비해서도 급료가 거의 곱절은 되었다.
  그 당시 어머니 박 씨는 같은 공장 보일러실 잡역부로 일하던 서른일곱 된 노총각 최달현이란 사람과 어쩌다 눈이 맞아 깊은 관계를 맺고 그녀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최 씨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오갈 데 없는 사람으로 공장 보일러실 귀퉁이가 그의 처소였던 것이다. 최 씨는 생활기반도 전혀 없는데다 나이도 나이려니와 몸도 허약해 뵈고 병색도 짙어 행색은 더할 나위 없이 초췌하였으며, 실상 시장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비렁뱅이와 입신이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태어나고 두 핸가 되어 그가 급살로 죽기까지 외할머니의 드센 반대에 부딪혀 그들은 혼례식은 물론 합방조차 끝내 이루지도 못했으니, 그녀는 어찌 보면 사생아나 진배없었다. 
  그러나 최 씨는 그녀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박 씨와의 혼인신고를 해놓았고, 또 그녀의 출생신고와 함께 그의 호적에 입적시켰는데, 후일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의 원적은 강원도 철원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호주도 그의 이름으로 되어 있을 뿐 함께 등재된 사람의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아마 6.25 당시 이북에서 혈혈단신으로 월남하여 이남에서 새로 만든 호적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했다.

  그녀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 되어 외할머니가 죽자 한동안 넋을 놓던 박 씨는 오랫동안 다녔던 밀양도자기공장을 그만두고 그녀를 데리고 부산 영주동 산복도로 쪽으로 가게 딸린 열댓 평짜리 허름한 집 한 채를 사서 옮겼으며, 그 가게에서 한복집을 시작하였다. 
  박 씨는 원래 말수가 적고 얌전하였으나 손재주는 좋아 단골손님들이 늘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부산진구 대로변 쪽에 제법 큰 이층집을 개조하여 번듯한 한복집으로 확장하였다.
  박 씨는 부산으로 옮겨와 딸 하나를 데리고 살면서도 한동안은 그럭저럭 사는 데에 재미를 붙였다. 돈도 제법 벌리고 일솜씨가 좋다며 흡족해하는 손님들을 만나면 자신에게 그런 재주가 있음에 고마운 생각도 들어 어두웠던 옛일을 까마득히 잊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딸도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고, 어미한테 대거리하거나 속을 썩이는 짓 따위를 하지 않아, 모처럼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그 어느 누구하고도 전혀 어울리려들지를 않았다.
  중학교 때는 그래도 친구네 집에 놀러가기도 했고, 또 친구들이라고 놀러오기도 했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론 학교와 집에만 오갈 뿐 어디를 놀러간다거나 친구들을 데려오는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뒤쳐진 공부를 따라잡기 위해 공부만 하느라고 그러려니 했었다. 그러나 어느덧 어미가 봐도 유별나게 큰 유방 때문이란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점례야, 여자가 유방이 큰 것도 복이지 그게 어디 흉이겠니? 지금은 니가 사춘기라 또래에 비해 큰 것이 비정상처럼 느껴져서 그런 거지 이담에 애를 낳아 봐라 유방이 커야 애를 튼튼하게 잘 키울 수 있는 거여.”
  그러나 그녀는 그런 말에는 대꾸도 않고 엉뚱하게 이름을 들먹였다.
  “엄마, 이름이 점례가 뭐여, 점례가? 이름부텀 고쳐 줘, 애들이 자꾸 놀리잖아.” 

  그녀는 담임선생은 물론 어머니마저 극구 권하는 4년제 대학을 마다하고 양정에 있는 2년제 부산여자전문대학 공예과를 진학했다. 2년간 대학에 다녀보고나서, 더 다닐 것인가를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더 다니고 싶은 맘이 들면 4년제 대학교 3학년에 편입하면 될 것 아니냐면서 고집을 부렸다. 공예과를 택한 것도 어머니의 손재주를 물려받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도 무엇인가를 그리고 만들고 하면서 그 일에만 몰두하여 그녀 자신을 잊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대학졸업 후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부산 동래구 금사동에 위치한 한 완구공장에 취업하여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3개월도 채 안 되어 그만 두었다. 당초 취직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나 ‘여자라도 집안에만 틀어박혀있으면 늘푼수 없다’며 자꾸 강요하는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디자인실 직속상관인 조 대리라는 사람이 처음 두 달여는 그녀가 싫어하는 내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눈빛만 계속 보이더니, 그 후로는 아예 까놓고 자꾸 짓궂게 군다는 것이다. 그녀만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마치 영화에서 보듯 유방 큰 여자들이 일부러 자신의 유방을 좌우로 흔들리게 하는 모습처럼 어깨를 좌우로 흔들거리며 ‘출렁~! 출렁~!’이란 소리를 가락까지 붙여가며 노래 부르듯 하고, 또 그럴 때마다 주위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어댄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뒤에서 사람들이 저희끼리 수군대며 자꾸 놀리는 것 같아 회사엘 나가기가 싫어졌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집에만 틀어박힌 채 이런저런 작품들을 만들고 때론 어머니를 도와 한복에 반짝이를 붙이거나 한복 천에 그림 등을 그리며 3년여를 보냈다.

  그녀가 스물네 살 되던 해 어느 봄날이었다. 그녀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한복집의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새롭게 할 겸, 자신의 공예작품들을 매장 곳곳에 진열하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어떤 여자 손님을 반갑게 맞으며 한참 동안 그 손님과 얘기를 주고받더니, 그녀를 불러 곁에 앉으라 하고는 50대 중반의 사치스럽게 치장한 여자를 소개하였다.

  “점례야, 이분이 남천동에서 화랑을 경영하고 계시는 조 사장님이란 분이신데, 니가 만든 공예품들이 그리 맘에 드신다는구나. 앞전에도 몇 점을 사셨던 분이 바로 이분이시지.”
  “예, 고맙습니다.”
  그녀는 엉겁결에 일어서서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근데 오늘 말이다. 사실은 니한테 맞는 좋은 신랑감이 있다며, 선을 함 봤음 하는구나.”
  그녀는 그만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예, 따님이 하도 참하고 이뻐서, 내가 중신 좀 서보려 한다오.”
  조 사장은 어머니 앞에 놓여있는 명함판 크기의 사진 한 장을 그녀 쪽으로 슬며시 밀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의논해 보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당사자끼리 만나는 것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도저히 떨려서 그 사진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으나, 어머니의 다음 말들은 꿈결처럼 들려왔다.
  “그 사람은 치과의사라는구나. 나이는 서른둘이라는데 그렇담 너랑은 여덟 살 차이가 나는 셈이지? 집안형편은 조금 어렵다카던데……. 하긴 우리도 이만큼 살게 된 게 불과 얼마 전부터였지만……, 원래부터 잘 살았던 건 아니었잖니. 사람만 똑똑하다면야 병원 차릴 때 우리가 좀 도와줘도 될 거고……. 인물은 괜찮아 뵈는데……, 성깔이 좀 있어 뵈는 게 좀 흠인 거 같다만……. 니 생각은 어떻노?”




3


  그녀는 난생 처음 선이라고 보는 자리에서 그 치과의사 ‘유지만’이란 사람을 만났다. 그는 키가 어찌나 큰지 웬만한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위로 붙어있는 듯했다. 대충 어림잡아 키가 백팔십오륙 센티는 더 되어 보였다. 그러나 키만 껑충하니 컸지 몸에 살집은 없어 체형이 마치 버들가지처럼 가늘어 보였고, 걸음새가 위태로울 정도로 휘청거렸다. 그리고 언뜻 보인 목울대는 툭 불거져 나와 어린아이 주먹만큼은 커보였다.
  “나, 유지만이란 사람이오.”
  어떻게 자리 잡고 앉았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눈은 탁자 위의 물 컵만 뚫어져라 응시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여 시선을 놓을 자리가 마땅찮아 떨고 있을 즈음, 낮으면서도 울림이 좋은 목소리가 건너왔다.
  “말씀은 많이 들었소. 그리도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그는 탁자 위의 물 컵을 단숨에 비우곤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난 말이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공부밖엔 모르오. 우리 집안이 원체 가진 것이 없어서……. 솔직히 말해서 돈 벌 욕심에 오로지 공부만 해왔던 사람이오. 어허 참! 내가 자랑거리도 아닌 이런 주책없는 소리를 뭐 하러 하지?”

  그녀는 식사를 하는 내내 주절대는 그의 모든 말을 경황없이 듣기만 했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문득 알아들을 수 없을 때도 많았지만, 그가 지껄이는 말들은 그 정도 배운 사람치곤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말장난 같기도 했고, 한편 싱겁기조차 했으나 왠지 지루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잔뜩 긴장은 되었으나, 어찌 되었든 그의 목소리는 자장가처럼 편안하고 감미롭게 들리는 것이었다. 어쩌다 눈치껏 곁눈질해 보면, 말을 하거나 음식물을 삼킬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거대한 목울대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고, 그것이 그리도 신기하게 여겨졌다.
  그와의 혼담은 급진전하였다. 그의 가족과의 상견례도 코모도호텔 중국관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가족이라 해봐야 그녀에겐 아버지를 대신한 보호자 격으로 급히 불러들인 먼 아저씨뻘 되는 시골 면소재지의 파출소 차석으로 있는 사람과 어머니 이렇게 셋이 참석했고, 그의 가족으론 역시 그 못잖게 껑충하니 큰 키에 마른 체격, 그리고 목이 뻣뻣하게 돌아가 앞을 보려면 몸을 삐딱하게 돌려야 하는 그야말로 일체의 행동거지까지 부자연스러운 부친, 주먹코에 얼굴이며 몸매며 모든 것이 동글동글하게 생긴데다 쉴 새 없이 지껄이는 그야말로 입담도 좋고 염치도 좋은 모친, 그리고 막내라며 역시 키가 껑충하게 큰 여상 2학년짜리 여동생, 이렇게 넷이 나왔는데 참석을 못했지만 그의 밑으로 남동생이 둘이나 더 있다고 했다. 
  대학 2학년까지 마치고 군대 갔다 와서 복학 준비한답시고 건들거리는 남동생과 또 그 밑으로 공고를 겨우 마치고 서울로 취직하러 간답시고 몇 년째 연락이 두절된 남동생이 그들이었다. 그의 부친은 부산항 부두노동자로 전전하다가 오래전에 컨테이너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 뒤 2급 장애인 판정을 받아 정부 보조금을 받아오고 있으며, 그의 모친은 그가 치과전문의가 될 때까지 식당일부터 파출부일까지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라 했다.

  그러한 상견례가 있고부터 그의 모친은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어머니를 만난답시고 한복집을 들락거렸다.
  “내, 우리 닥터 하나 키우기 위해 몬 해본 게 없수다. 온갖 시장바닥에서 온갖 괄시받아가며 던 벌어서는 우리 닥터한테 다 투자했다우.”
  말끝마다 그를 가리켜 ‘우리 닥터, 우리 닥터’라고 해가며 참으로 넉살 좋고 염치없는 것이, 눈에 보이는 옷감마다 장신구마다 보고서 탐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어머낫! 이 옷감 좀 봐여, 이게 잠자리 날개지, 어찌 이렇코롬 이쁘다냐.”
  “오메, 이런 옷감으루다 옷 한 벌 쫙 차려입고 나감 재벌 마나님도 안 부럽겠다, 야.”
  “오잉? 이건 호박인디 와 이리 곱다냐?”
  그렇게 해서 보름도 안 되어, 그의 모친이 공짜로 해간 값비싼 한복만 예닐곱 벌이나 되었다.
  “내,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것지만……, 우리 닥터 말이우. 그 허벌나게 공부해서 어려운 닥터 따 가지곤, 또 남의 밑에서 쥐꼬리 월급쟁이로 지내야 한다는 게 영 목그녕에 까시 걸린 거 만 치롱 탐탁지 않은 거 같우. 거시기 병원이란 거 함 차리면 떼돈을 벌 수 있다 카든디.”
  “어떤 닥터는 신부 측에서 다 알아서 해준다 카데여 뭐. 아파트 열쎄다 자동차 열쎄다 창꼬 열쎄다 병원 열쎄다 카면서 열쎄를 세 갠가 네 갠다 해준다 카든디…….”
  그의 모친이 그러고 다니는 동안, 그는 그대로 그녀를 수시로 불러내어 ‘식도락을 즐깁네, 문화생활을 즐깁네’ 라는 구실로 고급레스토랑과 연주회 등에 부지런히 끌고 다녔다.

  “점례야, 니 생각 좀 듣고 싶다. 그래 그 닥터인지 유지만인지 그 사람, 니 맘에는 드니?”
  “글쎄요, 성깔 있어 뵈는 것하곤 달리 사람은 좀 싱겁긴 해도……, 암튼 잘 모르겠네요.”
  “아니, 그렇게 만나고 다니면서도 아직 잘 모르겠다니?”
  “엄마가 보기엔 어떤데요?”
  “글쎄다, 그 엄만가 하는 사람이 염치도 좋고……, 뭘 자꾸 요구하긴 하더라만…….”
  “저한테도 그 사람이 병원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그러데요, 병원만 차리면 돈도 쉽게 벌 수 있고…… 또 맘도 편하다면서…….”
  “근데 병원을 차리려면 웬만한 돈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텐데…….”
  “그 사람 말로는 동네에 한 서른 평정도 되는 사무실 하나 얻고, 또 의료장비는 일부 할부로 할 수 있다며, 삼천만 원만 있으면 아쉬운 대로 시작할 수는 있다 카데요.”
  “삼천만 원? 그 정도로 가능하다면야…….”
  “엄만, 그 정도의 돈이라면 내놓을 수 있겠수?”
  “니만 좋다카면, 그 정도의 돈이야 몬 만들것냐.” 

  그로부터 얼마 후, 남천동의 모 고급카페에서 그녀는 유지만을 만났다. 그날 그녀는 처음엔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여러 번 만났을 때와는 차림새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그날따라 연한 하늘색 정장에 오렌지색 와이셔츠, 그리고 군청색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착용하였고, 앞가슴 주머니엔 군청색에 노란 점이 박힌 화려한 머플러를 꽂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엔 그의 그런 모습이 그리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자마자 미리 준비해 간 3천만 원짜리 자기앞 수표가 들어있는 흰 봉투를 끄집어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고, 그가 앉은 쪽으로 살며시 밀었다. 그 봉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순간 빛났다. ‘이게 머꼬? 이거 혹 돈 아이가?’라며 그는 호들갑스러운 너스레를 떨더니, 그 봉투를 집어 들고 봉투 안의 수표를 끄집어내어 기재된 숫자를 확인하고는 그야말로 함박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허이구, 점례씨한테 신세가 많구먼, 이 신센 내가 두고두고 갚을 거니 그리 알라구.”
  바로 그때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건장해 뵈는 남자 둘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한 사람은 경찰신분증을 꺼내어 그의 코앞에 들이대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었다.
  “유지만 씨? 나, 이런 사람이요.”
  또 한 사람은 수갑을 끄집어내어 철거덕거리며 흔들어대고 있었다.
  “유지만! 너를 혼인빙자강간 및 사기혐의로 체포한다. 따라서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불리한 증언은 거부할 수 있고…….”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파악할 겨를도 없이, 두 명의 건장한 형사에 의해 그의 두 손은 뒤로 젖혀져 수갑이 채워졌다. 레슬러처럼 당당한 체격, 거무죽죽한 얼굴에 완강해 뵈는 주걱턱을 지닌 한 형사가 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몇 번인가 후려치면서 빈정거렸다.
  “에라이, 처 죽일 놈아. 그래 그 정도까지 배운 놈이 할 짓이 없어 결혼을 미끼로 여자들 등이나 처 묵고 사냐? 썩을 놈 같으니……. 푸딱 일어섯! 쒸발놈아!”
  그리고 나머지 족제비같이 날카롭게 생긴 형사가 벌벌 떨고 있는 그녀에게 비꼬듯이 한 마디 뱉어냈다.
  “아가씨, 거 보아하니 꽤나 괜찮은 집 규수 같은데 말이우, 이따위 날건달 사귈 생각은 뭐 하러 하슈? 그 정도의 몸매라면 존 놈도 쎄빌렀을 낀 데, 쯧쯧쯧……. 이놈은 벌써 여러 여자들한테 결혼을 미끼로 돈을 뜯어 쓴 상습범이여, 그까짓 의사가 뭐가 그리 대단한지 여자들이 돈 몬 바쳐 몸 몬 바쳐 야단들이구먼, 그라고 아가씨도 함께 가줘야 쓰것구먼. 피해자조서도 써야 할 끼고, 또 이 노마한테 뜯긴 돈도 찾아야 할 거 아니여?”




4


  그녀는 그 뒤로도 공무원입네 인테리어업자네 대학 강사네 하는 사람들과 몇 번인가 더 맞선을 봤지만, 그때마다 웬일인지 상대로부터는 시큰둥한 반응만 보여 왔다. 
  일가붙이 하나 없는 과부의 외딸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녀가 늘 지녀왔던 자격지심처럼 유방이 지나치리만큼 유별나게 커서 그런 건지, 남자와 단둘이 만난다는 것이야 가슴이 무너져 내릴 만큼 겁은 났지만, 그래도 은연중에 남자로부터 관심을 끌고 싶었고, 남자와 교제하고 싶은 마음은 늘 지녀왔다.
  번번이 맞선 볼 때마다 결렬되자 마음은 더욱 위축되어 우울해졌으며, 또 하는 일마다 심란하여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애꿎게도 어머니한테 안 하던 신경질을 부리는 일도 잦아졌다. 한번은 어머니가 어디에서 알아 왔는지 은근한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점례야, 너 말이다.”
  “응, 엄마.”
  “너, 니가 말이다……. 니 그 유방 때문에 그리 신경이 쓰인다면 말이다.”
  “응, 근데?”
  “내, 이런 말해도 될런지 모르겠다만, 니 말이다.”
  “응, 엄마, 대체 뭔 말인지 푸딱 해보그라.”
  “니, 수술 함 받아 볼래?”
  “엄만, 기껏 한다는 소리가 수술 받으라고? 미쳤어?”
  “유방만 전문으로 수술한다 카는 의사가 있는데 말이다.”
  “싫어, 그딴 소리할려면 말도 꺼내지 마.”
  “이 바보야, 무조건 싫다 카지 말고 함 생각해 보그라.”
  “생각하고 자시고 할 건덕지도 없으니께 그만 둬. 수술까지 해가면서 시집 갈 맘은 추호도 없으니께. 그라고, 수술 잘 몬 해서 병신 되면 누가 책임질 껴?”

  그 뒤로, 어머니 한복집을 단골로 드나들던 70대 초반의 할머니로부터 적당한 사람이 있으니 선을 한번 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국제시장 공구상가에서 제법 규모가 큰 공구점을 하고 있는데, 돈도 많이 벌고 있으며 재산도 제법 된다는 것이었다. 
  그 할머니는 어머니가 ‘우찌 우리 딸은 선을 볼 때마다 인연이 안 되는가 모르것네요’라는 소리를 듣고, 내심 여러 해 전에 상처한 자신의 큰아들을 염두에 뒀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오랫동안 은근히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기를 상당히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40대 중반으로 작달막한 키에 제법 비대하였고 머리도 절반쯤은 벗겨진 대머리였다. 그러나 동그스레한 얼굴이 동안으로 실제 나이보다 너댓은 어려 보였고, 또한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 얼굴에 귀염성까지 갖추고 있었다. 하는 짓거리도 천진스럽게 보일 만큼 서툴러, 그를 지켜보는 그녀에게 전혀 부담감은커녕 마냥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레 그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점차 그에게 정을 주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안 된다.”
  “왜요? 그 사람이 어때서?”
  “그 사람은 절대 안돼.”
  “그럼, 날더러 처녀귀신 되란 말여?”
  “니가 어디가 어때서? 니가 인물이 몬 났냐? 아님, 팔다리가 빙신이냐? 아님, 찢어지게 가난해서 돈에라도 팔려 가는 거냐?”
  “내가 좋으면 되는 거지 뭐가 더 필요해?”
  “바보야, 그 사람 나이가 얼마니? 자그마치 니랑 스무 살 차이다. 게다가 애도 셋씩이나 딸렸고……, 내 딸이 뭐가 어드래서…… 그런 도둑놈들 같으니…. 그 할망구 완전 도둑 심뽀지, 내 딸 거저먹으려고…….”
  그리 길길이 뛰는 어머니를 처음 보았다. 결국 죽자 사자 입에 거품 물고 덤벼드는 어머니 때문에 그 결혼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어머니 박 씨도 권했지만 그녀 자신도 뭔가 해보고 싶은 충동이 문득 일어, 마침 동네어귀에 새로 지은 건물의 마땅한 점포를 얻어 인테리어 및 디스플레이용 소품을 취급하는 공예방을 차렸다. 그리고 그 일에 매달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돈도 제법 벌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이후로 더 이상 선을 보려하지 않았다. 그다지 결혼할 마음도 일지 않았거니와 자신의 그러한 신체적 결함을 돈으로 대신하려는 자각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박 씨 또한 그녀가 자신의 일을 즐기고 그 일에 재능을 보이며, 또 그 일로 적잖은 수입을 올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녀의 결혼을 밑져 가면서까지 서둘러야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박 씨의 눈에는 자신의 딸이라지만 인물이나 재능이 여느 신붓감에 결코 뒤진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란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그녀가 서른두 살이 되던 어느 무더운 여름이었다. 원래 한복집뿐만 아니라 그녀가 하고 있는 공예방 역시 여름철은 전혀 매상이 오르지 않는 비수기였다. 그러나 일감이 있든 없든, 매상이 오르든 안 오르든, 일요일과 명절만 빼고는 항상 가게 문을 열어 놓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그들 모녀의 일과였다. 오후 3시쯤 되어 그녀는 공예방을 비워 둔 채 그다지 멀지 않은 박 씨의 한복집에 잘 익은 수박 한 덩이를 사들고 들어섰다. 
  모녀는 수박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수박을 먹던 박 씨가 맥없이 옆으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한동안 가쁜 숨을 내쉬더니 이윽고 숨소리나 기척마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너무 놀란 그녀가 박 씨를 아무리 흔들고 뚜드리고 온몸을 주물러도 멈춘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다. 
  50대 중반의 아직까지 곱기만 하던 그의 어머니 박 씨는 그렇게 그녀의 눈앞에서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했다. 
  어머니를 졸지에 잃은 그녀는 앞으로 살아갈 일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도 없이 누구 하나 기댈 사람마저 없는 세상이 갑자기 두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는 서두르다시피 한복집은 물론 자신이 운영하던 공예점마저 헐값에 처분하여 대략 3억 원이 조금 넘는 돈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후 몇 날 며칠 고심하여 그 수중의 3억 원을 3등분하여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였다. 그 까닭은 어느 월간지의 재테크에 관련된 기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유동성자금에 있어서의 재테크란 주식이나 환매채 등 수익이 높으면 불안정하고, 은행정기적금 등은 수익이 낮은 대신 안전하다는 것과 장기적인 대책으로 부동산을 취득해 놓는 것도 좋은 방편이라는 기사내용이었다. 
  그래서 고향인 밀양 근교의 얕은 구릉을 낀 야산 3만여 평을 1억여 원에 사들이고, 당시 수익성이 높다던 중앙동 소재 반도투자금융의 환매채를 1억 원어치 사들였다. 그리고 나머지 1억 원 가량의 돈은 여러 개의 시중은행에 분산하여 정기 예치해 놓고는, 집안에 틀어박혀 외부와는 일체 담을 쌓고 두문불출하였다.
  그녀는 한동안 별다른 수입 없이도 환매채 이익배당금과 정기예금 이자수입으로 생활을 충분히 꾸려갈 수 있었다. 그녀는 집안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화 등을 감상하며, 또 공예작품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다 국내에 증시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친 그 즈음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국내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오르고, 코스닥에 유망벤처기업들이 대거 진입하여 주식투자열기가 후끈 달아 있을 때였다. 반도투자금융의 박준석 부장과 소위 증권전문가 정일호라는 사람, 둘이 그녀에게 만나 주길 청해온 것이다. 박 부장은 그간 환매채 관련일로 몇 차례 만나 본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쉽사리 응했다. 
  처음엔 그러한 증시열기를 실감하지 못하였을 뿐더러 고수익에 대한 욕심도 그다지 동하지 않아 생각해 보겠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했으나, 그들이 성공하여 떼돈을 벌었다는 여러 사례들을 자꾸 거론하며 주식투자를 권유하자, 어느새 그녀 자신도 모르게 솔깃하여졌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것이 돈 밖엔 더 있겠는가?’ 라는 생각도 투자의욕을 부추겼다. 그래서 그들의 권유대로 마침 좋은 가격에 사주겠다는 수요자가 나서는 바람에 밀양의 땅을 1억 3천여만 원에 되팔고 적금에서 일부 해약하여 2억 원의 자금을 정씨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또다시 몇 년의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주식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이래 쉴 새 없이 급락과 급등을 일삼는 국내증시에서는 물론, 꽤 유망한 벤처로 알려졌던 모 기업의 주가조작사기에 걸려 그동안 3억 원 이상 주식에 투자했던 원금 대부분이 날라 가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투자했던 환매채마저 금융계구조조정으로 인한 반도투자금융의 폐쇄조치로 원금조차 절반 넘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녀의 나이는 마흔셋을 가리켰고, 수중에 남은 것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시가 3억 원 정도 나가고 현재까지 살아왔던 대지 마흔여덟 평쯤 되는 이층 슬래브구조의 방 네 개짜리 단독주택과 바닥을 기고 있는 기준 시가대로 환산하여 2천여만 원어치의 주식, 그리고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현금 4천여만 원이 전부였다. 
  더 이상 주식에 매달리면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에 소유하고 있는 주식은 그냥 두고라도 더 이상 주식 따위엔 관심을 끊으리라 다짐했다.
  당장 어떤 벌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겠다는 의욕도 없었고, 그렇다고 예전에 하던 공예방조차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단지 돈벌이보다는 좀 더 쉬면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자 했다. 그리고 주식투자정보를 실시간대에 확인하기 위해 구입해놓고 한동안 구석에 처박아 놓았던 컴퓨터를 오랜만에 다시 켰다.




5


  그녀는 주식에 많은 돈을 투자해놓고는 인터넷상에서 주식투자관련 증권사이트의 주가변동을 실시간대에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를 구입했었다. 그리고 주식시세의 오르고 내림과 변동 상황을 검색하는 것 외엔 인터넷상의 다른 사이트들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러나 언젠가 언뜻 채팅으로 인한 불륜을 다룬 내용을 티브이에서 본 기억이 떠오르자 갑자기 채팅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포털사이트의 ‘채팅’이란 표시버튼을 여기저기 클릭하다가 마침내 한미르의 채팅사이트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한미르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제 나이에 맞는 40대 채팅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아이디니 대명이니 하는 말도 생소했고, 대화방에서 주고받는 대화도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다가 아무런 흥미도 못 느끼고 빠져나왔다.
  ‘도대체 얼굴처럼 생긴 것들이 뭐기에 거기서 알아들을 수도 없는 글들이 나오는 것일까?’
  ‘방가? 안뇽? 붕가딩가?’ 
  그 외에도 알듯 모를 듯한 이상한 용어들을 떠올리며 그런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참으로 별난 세상이란 생각도 들었다.

  초가을로 들어서자 그녀는 별다른 이유 없이 아프기 시작하여 거의 보름동안 운신조차 못할 지경으로 앓아누웠다. 여태껏 잔병치레 한번 해보지 않았기에 건강은 타고났다 여겨왔으며, 어머니가 작고하고도 십 년 넘도록 혼자 너른 집을 차지하고 살면서도 외롭다는 것을 별로 느껴보지 못했다. 물론 주식투자 등 재테크로 신경 쓰이는 일도 많았었지만 혼자 살면서도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너른 집엔 그녀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어머니 살아생전부터 한두 마리의 개는 늘 키워왔다. 그리고 한때는 때마침 한꺼번에 낳은 여섯 마리의 강아지까지 합쳐 무려 열한 마리의 개들이 집안을 소란스럽게 들쑤시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집 뜰에는 사시사철 그 꽃들이 피고 지는 여러 종류의 나무와 화초들을 키워왔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너른 집을 디스플레이하는 재미도 제법이었다.
  그렇게 보름 가까이 홀로 앓고 난 후, 기진해진 몸을 일으켜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새삼스레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었다. 머리카락에 윤기가 없어 보이고 흰 머리카락도 몇 가닥이 눈에 띠었다. 손가락으로 더듬어보는 얼굴의 뺨이며 입술언저리는 도무지 탄력이란 것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겨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대체 나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남들은 무슨 이유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그리고 돈을 벌어서 집도 장만하고……, 그렇게……, 그렇게 사는 것일까?’
  그녀는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졌고, 이리 살아서는 안 될 것이란 자각 때문에 그날은 밤잠을 설쳤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은근히 즐겨왔던 혼자만의 적막감이 오히려 사무치는 고독감으로 바뀌었고, 너른 집이 텅 빈 공간으로 다가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로움에 떨어야했다.

  그녀는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뉴스나 잠깐 보고, 또 다큐멘터리나 어쩌다 볼 뿐 드라마나 통속적인 영화 등은 잘 보려하지 않았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는 질색이었다. 그런 것을 들여다보노라면 숨이 막힐 지경이었으며 까닭 모를 분노가 치솟았다. 그런 내용들은 자기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따라서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렸다. 
  그녀의 지나온 삶이란 것은 수도승이나 수녀와도 같은 일체의 욕구를 자제하는 ‘금욕의 삶’이었던 것이다. 특히 성적욕구에 있어서는 자신을 가혹하리만큼 철저하게 다스려왔다.
  그러나 앓고 난 이후, 그녀는 ‘이제부터는 나도 변해야한다.’라는 주문 속에 스스로 변하려 노력했다. 드라마도 열심히 보고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서 몇몇 통속적 애로비디오도 빌려다보았다. 옷장 속을 뒤져 무채색위주의 옷들을 모두 태워버리고 그동안 철저히 외면해왔던 화려한 색깔의 옷들을 사들였다. 고급 화장품도 야하게 보이는 고급속옷들도 사들였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옷차림과 화장에 익숙하지 않아 기껏 차려입은들 문 밖을 벗어나기도 전에 남의 눈에 띌까 겁부터 나는 것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이 무섭고 남자들을 대하기가 더욱 겁났던 것이다.

  그녀는 다시 채팅사이트로 접속해 들어갔다. 몇 날 며칠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 속으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화방에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가 정이 많고 친절했다.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일일이 인사를 주고받았으며, 차별하는 것 없이 모두가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아주 사사로운 걱정거리도 털어놓으면 모두가 함께 걱정해 주고, 가벼운 농담에도 모두가 폭소를 터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 역시 대화방으로 들어서면 으레 ‘방가’라며 인사를 했고 대화의 내용 중에 끼어들기도 했으며, 하나 둘 사이버친구들을 사귀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모니터너머로 누군가의 실체가 분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는 매일같이 컴퓨터 앞에 바싹 붙어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채팅에 몰두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밥을 비벼서 아예 밥그릇 째 들고 허겁지겁 밥을 씹으며 채팅을 했고, 잠자는 시간 외엔 잠시라도 컴퓨터 앞을 떠나려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화방에 들어온 수많은 사람의 대화명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대화명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달리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화명이 예쁘고 깜찍하면 그 사람에 대한 인상도 그리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사용해왔던 ‘밀양댁’이란 촌스러운 대화명 대신 ‘가을안개’를 사용했다. 역시 그녀가 기대했던 대로 남자들로부터의 반응이 달라졌다. 일부로 그녀를 지칭하여 대화를 걸어왔고, 귓속말과 쪽지들을 그녀 앞으로 보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는 40대 대화방에선 어느 누구보다 워드도 빠르고 문장력도 좋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대범해지기 시작하여 아무 남자에게나 농지거리를 걸기 시작했다. 현실에선 전혀 가당찮은 짓거리를 사이버라 하여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그녀에겐 흉허물 없는 많은 동성친구들뿐만 아니라 사이버오빠나 동생, 그리고 애인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그림태그와 음악태그를 올리는 것도 배우고 카페나 클럽을 만드는 것도 배워서 그녀 자신이 즐기는 음악이나 그림들의 태그들뿐만 아니라 좋은 시구나 글귀들을 그녀 자신이 직접 만든 자신만의 클럽게시판에 모아두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이 신기하고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만사를 잊고 채팅에 몰입한 이래 몇 달이 지났다. 
  그녀는 악성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수리하러 온 기사를 통해 ‘벅스’라는 대단한 음악사이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벅스는 국내 최대의 음악사이트에 걸맞게 30만 곡이 넘는 음악을 지원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음악채널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벅스 음악사이트의 대화방 중 40대 이상이 드나드는 음악대화방들을 드나들면서 그녀의 끼를 키워나갔으며, 그때부터 ‘별빛초롱’이라든가 ‘설국(雪國)공주’란 대화명 외에 ‘이슬공주’란 대명도 가졌다.
  그녀는 벅스의 수많은 음악대화방 중에서도 유독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무지개’라는 대화명의 남자가 운영하는 ‘무지개걸린마을’이란 음악방에를 자주 찾았다. 그 음방은 여러 명의 씨제이들이 각기 시간대를 할당하여 번갈아 가며 운영함으로써 24시간 중단 없이 열려있는 음방이었으며, 가장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으로 벅스의 음방목록에서도 상위에 속했다. 
  방장 중 대표 격인 무지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매일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자신의 음방을 이끌어갔으며, 그가 씨제이를 맡는 경우 그의 음방은 터져나갈 듯이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는 음악을 틀어주는 사이사이에 좀 어눌하면서도 불분명한 허스키보이스, 그러면서도 더듬거리는 특유의 목소리로 멘트를 하였는데, 어찌 들으면 가수이자 에프엠 라디오진행자 배철수 씨와 거의 유사한 듯하였다. 그것도 개성이라면 개성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그녀는 그의 그러한 멘트를 들었을 땐 그가 제대로 배운 것이 없는 상당히 무식한 사람이란 것을 간파할 수 있었다. 
  동네에서나 직장 같은 데에서 그리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멍청이 같다’ 라든가 ‘말주변 없는 인간’이란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을 테니까. 그러나 무지개는 그의 음방에서는 절대적 카리스마를 갖춘, 가히 제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그가 멘트를 할 때마다 대화창은 많은 메시지로 정신없이 화면이 올라갔다.
  ‘무지개 오빠 목소린 정말 끈내 준당.’
  ‘오빠 먹서리 넘 조타.’
  ‘무지개 어빠 배철수랑 목소리 똑같네.’
  시종일관 그의 음방 대화창에는 그에 대한 칭송과 인사말로 웬만한 대화내용은 끼일 자리부터 없었다.
  사실 배철수 씨가 목소리가 좋아서, 또는 말주변이 좋아서 성우나 진행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가수로서도 그리 성공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가 우연한 기회를 얻어 방송에서 멘트를 시작할 때 어눌하고 제대로 진행도 못하는, 그 서투른 화법이 세련되고 매끄러운 것에 식상해있던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는지도 모른다. ‘씬바람났네’의 황수관 씨나 ‘아우성’의 구성애 씨나 그들을 그 분야의 일인자요 대가로써 인정해 준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그 모자라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역으로 인기를 몰아줬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씨제이로서의 무지개의 멘트는 어떤 일정수준의 교양과 지식, 세련됨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렇다고 음악을 들려주는 씨제이로써 당연히 갖춰야할 음악적 상식도 결여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녀가 우연히 흘려들은 소문에 의하면, 그는 대단한 사업가요 대단히 감수성이 예민한 대단한 미남이요 대단한 정력가란 것이다. 따라서 많은 여자들이 그와 교제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어떤 여자는 그에게 자가용을 한 대 사줬다느니, 어떤 여자는 그에게 돈을 얼마를 줬다느니 하는, 믿을 수도 못 믿을 수도 없는 이상한 소문들도 심심찮게 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가 들여다보는 대화창에서도 여자들끼리 그를 놓고 티격태격 싸울 때도 종종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 그러한 것들을 주워들을 때마다 실소도 했고 황당하게 생각했었으나, 계속 그의 음방에 머물수록 자신 또한 그에게 관심이 기울어짐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어쩌다 조금이라도 늦게 나타나거나 그녀에게 말이라도 건네 오지 않으면, 그게 그리 섭섭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초조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농이라도 걸거나 다른 여자의 대명을 부르며 ‘동생 어쩌고……, 사랑 저쩌고…….’ 라는 멘트라도 할 것 같으면, 이내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질투의 감정이 거세게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처음 무지개는 자신의 음방을 부지런히 드나들기 시작한 그녀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그녀에게만 보이는 귓속말로 아름다운 꽃다발을 보내오면서, 그녀에게 각별한 관심이 있음을 알려왔다.

  무지개 ▶ (귓속말)이슬공주님
  이슬공주 ▶ (귓속말)넹~
  무지개 ▶ (귓속말)오늘하르도 행복카게 보내셨나여?
  이슬공주 ▶ (귓속말)넹~
  이슬공주 ▶ (귓속말)무지개님도 오늘 하루 바쁘게 지내셨나용?
  무지개 ▶ (귓속말)넵
  무지개 ▶ (귓속말)저도오늘 무지바빠써여
  이슬공주 ▶ (귓속말)하시는 사업은 잘 되시고요?
  무지개 ▶ (귓속말)넵
  무지개 ▶ (귓속말)염려덕푼에 아주잘되고잇읍니당
  이슬공주 ▶ (귓속말)넹~
  무지개 ▶ (귓속말)잇슬공주님
  이슬공주 ▶ (귓속말)넹
  무지개 ▶ (귓속말)특별이 듯고시푼 으막잇씀 몃곡이라도 예기하새여,.
  이슬공주 ▶ (귓속말)넹, 그럴게여




6


  그녀는 많은 여자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무지개가 유독 그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잘 대해주자 한동안 적잖은 행복감에 젖었다. 매일 저녁만 되면 어김없이 무지개 방에 미리 들어가 그가 들어오길 기다렸으며, 잠시라도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을 쏟을까 노심초사하여 그의 관심을 끌려했고, 그를 독점하려했다. 
  무지개 또한 그녀에게 소홀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또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수시로 아름다운 그림태그들을 올려 주었고 그녀가 즐겨 듣는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태무의 ‘눈이 내리네’란 노래를 유독 좋아했기에 그는 그의 방송을 시작할 땐 반드시 그 노래를 오프닝 곡으로 틀어주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배경음으로 하여 비록 허스키한 목소리로 더듬거리기는 하였지만 제법 가슴을 저리게 하는 연시(戀詩) 하나씩을 읊어 주었다.

  눈이 내리네

  “여보세요~”
  “나야!”
  “잘 있었어?”
  “그냥, 그냥 너한테……”
  “미안해!”

  꿈에 그리던~ 
  따스한 미소가~ 
  흰 눈 속에 가려져~ 
  보이질 않네~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 모습~
  애처로이 불러도~ 
  하얀 눈만 쌓이네~
  라랄라라라 라랄라라랄라…… 
  우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

  눈이 내리네 
  당신이 가버린 지금~
  눈이 내리네 
  외로워지는 내 마음~
  꿈에 그리던~ 
  따스한 미소가~ 
  흰 눈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네~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 모습~
  애처로이 불러도~ 
  하얀 눈만 쌓이네~
  라랄라라라 라랄라라랄라…… 
  우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


  무지개 음방을 드나들던 많은 여자들, 특히 무지개를 꽤 따르고 연모해 오던 여자들이 그녀가 무지개를 독차지하려는 것을, 무지개 역시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베풀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따라서 그녀와 무지개 사이를 이간시키려는 이상한 소문들이 파다하게 떠돌았다.
  ‘이슬공주가 조울증 환자라더라.’
  ‘이슬공주가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몹시 저는 절름발이라더라.’
  참으로 그녀가 듣기에도 얼토당토않은 헛소문들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무지개에 대한 악성소문도 떠돌았다.
  ‘무지개 때문에 신세 망친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니라더라.’
  ‘무지개는 돈 한 푼 없는 알거지에다 하는 일도 없이 여자들 등만 치고 다니며 놀고먹는 건달이라더라.’
  그러한 소문들이야 사이버에선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을뿐더러 그녀 자신에 대한 소문이 허무맹랑할 진대, 그 같은 소문이야 자신과 무지개와의 가까운 관계를 질투하는 일부 못된 여자들이 고의적으로 퍼뜨린 헛소문이려니 여길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의 그에 대한 사랑은 거의 맹목적으로 변해 갔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그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그에 대한 신상은 그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가기에 충분했고, 하루라도 빨리 그와의 첫 대면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심정이 되었다. 그녀가 파악하고 있는, 어쩌면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무지개는 다음과 같았다.

  ‘일 년여 전에 우연히 벅스 음악사이트를 알게 되어 음악을 듣는 것이 큰 낙이 되었으며, 많은 사람과 음악을 공유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1억 원 가까운 돈을 들여 뮤직스튜디오를 차리고 음악대화방을 개설하게 되었다는 것.’
  ‘나이는 오십 하나인 뱀띠요, 비록 시골의 고등학교만 겨우 나왔지만 제법 규모가 큰 1급 자동차정비공장을 경영하고 있으며, 괜찮다 싶은 용모에 키가 176센티요 몸무게가 68킬로이고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을 지녔다는 것.’
  ‘7년 전 상처한 이래 여태껏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딸 아이 하나만 데리고 단출하게 살아왔으며, 딸아이가 시집 갈 때까지는 어떠한 이유로든 재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
  ‘하는 사업은 순탄하게 잘 되어가고 있어 경제적 여유는 많지만 어려웠던 과거 생각을 하면 돈을 허투루 쓸 수가 없어 버는 대로 모았기에 제법 큰 돈을 모을 수 있었으며, 목표했던 규모의 자금만 모인다면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장학사업이나 경로사업 등을 펼쳐보는 것이 꿈이라는 것.’

  그들의 사이버사랑은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잠시라도 그를 볼 수 없으면 조급증이 일어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짜증스러웠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위해 건네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그녀의 기분이 좌우되었다. 그와 조금이라도 언짢은 일이 있을라치면 그가 다정스레 말을 걸어오기까지는 심각한 우울증마저 보였다. 
  그런데 그녀가 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어느 한 순간부터 그는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음방 진행차례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을 때도 빈번해졌다. 그렇게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의 돌변해버린 태도에 그녀는 적잖이 당혹스러움을 느꼈으며, 그로 인한 충격에 몸져누울 지경에 이르렀다.

  이슬공주 ▶ (귓속말)무지개님
  무지개 ▶ (귓속말)넵
  이슬공주 ▶ (귓속말)저, 요즘 왜 저를 피하시나요?
  무지개 ▶ (귓속말)별일아님다
  이슬공주 ▶ (귓속말)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여?
  무지개 ▶ (귓속말)아무일도 엄심다
  이슬공주 ▶ (귓속말)그런데 왜 절 안 만나주시는가여?
  무지개 ▶ (귓속말)잇을공주님
  이슬공주 ▶ (귓속말)네!
  무지개 ▶ (귓속말)내가 어려븐일이 점 잇어서여
  이슬공주 ▶ (귓속말)어떤?
  무지개 ▶ (귓속말)별일이아님돠
  이슬공주 ▶ (귓속말)제가 알면 안 되나여?
  무지개 ▶ (귓속말)그저 사업적으로
  이슬공주 ▶ (귓속말)사업에 무슨 문제라도?
  무지개 ▶ (귓속말)사기를당해가꼬
  이슬공주 ▶ (귓속말)네?
  무지개 ▶ (귓속말)글치만 암걱정마시여 곳 해결될거니가

  결국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기에 이르렀고, 얼마 후엔 그가 그녀를 위해 오래전에 사두었던 선물을 보내겠다기에 집 주소까지 알려 주었다. 그러고도 한 달 여를 더, 무지개는 마치 그녀의 애간장을 태우기나 하려는 듯 그의 음방에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그로부터 전화 한번 걸려온 적 없었으며 주소로 선물 따위도 보내오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의 음방에서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지루한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다. 그녀는 매사에 의욕을 잃었으며 집안도 제대로 치우지 않아 엉망이었다. 집안 곳곳에는 개들이 싸질러놓은 똥오줌으로 질펀하고 뜰엔 잡초만이 무성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여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시간에 몽매에도 그리던 그가 나타났다. 

  무지개 ▶ (귓속말)이슬공주님
  이슬공주 ▶ (귓속말)무지개님
  무지개 ▶ (귓속말)지가 넘 힘드내여
  이슬공주 ▶ (귓속말)무지개님 넘 보고팠어요
  이슬공주 ▶ (귓속말)그런데 무슨 일이 있기에 그리 힘들어하시는지 제가 알면 안 되나여?
  무지개 ▶ (귓속말)넵 지가 망해써여
  이슬공주 ▶ (귓속말)망하다니요? 어떻게 얼마나
  무지개 ▶ (귓속말)가진거 몽창날리구 지금 도망중이오
  이슬공주 ▶ (귓속말)네? 무슨 말인지?
  무지개 ▶ (귓속말)사기군덜한티 몽창 사기당해고 빗만잔득 졋어여
  이슬공주 ▶ (귓속말)그러지 마시고 지금 저한테 전화 주실래여?
  무지개 ▶ (귓속말)넵 잠간만여
  이슬공주 ▶ (귓속말)전화번호는 부산 지역번호 051에
  무지개 ▶ (귓속말)전번은아니까 지금걸게여
  이슬공주 ▶ (귓속말)네 그러세여

  “여보세요?”
  “저……, 무지갠데여.”
  “예, 전 이슬공줍니다. 무지개님…….”
  “예……, 무지갭니다.”
  “…….”
  귀에 익은 예의 그 허스키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는 가슴 속으로부터 솟구치려는 그리움과 슬픔, 놀람, 분노, 두려움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 감정으로 점차 격해지기 시작하였고, 따라서 자꾸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을 아무 말도 못하고 그러한 감정으로 짓눌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그간 그에게서 느꼈던 그 엄청난 무게의 서운했던 감정은 봄눈 녹듯 사라졌고, 오히려 그에게 닥친 불행으로 방황하고 있을 그가 너무나 불쌍하게 여겨져 그를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바쳐도 하나도 아까울 것이 없을 듯했다.
  “여보세여!”
  “…….”
  “이슬공주님!”
  “…….”
  “…….”
  “무지개님!”
  “예, 이슬공주님!”
  “무지개님, 사랑해여!”
  “예, 지도……, 이슬공주님을 사랑합니더.”
  “무지개님, 정말 무지개님을 너무 사랑해여……”
  “지도 이슬님 넘 사랑해서 부담될까 싶어 연락하기 힘들었어여.”

  그러나 그녀의 그에 대한 사랑이란 감정이나 그에 대한 환상, 그리고 그녀가 느껴왔던 그 행복감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의 참혹한 불행은 그가 당장 필요로 한다는 2억 원, 그 돈만 있으면 도망자의 신세도 면할 수 있고 다시 새롭게 재기할 수도 있겠노라는 더듬거리며 주절대는 그 소리를 믿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역시 그 2억 원이란 금액이 가당찮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이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가 생면부지의 여자로부터 뜯어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 그가 이전에 상대했던 여러 여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낼 때마다 실제 뜯어내고자 하는 금액보다 항상 두 세배 이상의 금액을 요구해야 겨우 원하는 만큼의 돈을 뜯어낼 수 있었으며, 그것도 대개 일 이천만 원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3일 만에 2억 원이란 돈을 마련해보겠다는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류가 복잡하고 절차마저 까다로워 금방 처리되지 않는 은행을 제쳐 두고 이자가 비싼 제2 금융권에서 집을 담보로 하여 1억 8천만 원을 융자받는 한편, 적금의 일부를 해약하여 2천만 원을 만드는 등 2억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찰로만 서류가방 두 개로 나누어 그득 채워 넣고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절망에서 헤어 나올 수만 있다면 아무리 큰돈이 그녀의 수중을 빠져나가기로서니 전혀 아까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의 전화번호는 물론 살고 있는 곳도 하다못해 그의 이름도 얼굴 생김새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오직 그가 일방적으로 들려준 자신에 관한 얘기들로 그가 어떠한 사람이란 것을 퍼즐처럼 껴 맞추어 짐작하고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마침내 그가 찾아오기로 한 날이 왔다. 저녁 무렵, 그녀의 집을 찾아온 그를 맞은 그녀는 첫눈에 자신이 상상하여 오던 사람과 전혀 딴판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외모도 이상스레 상스러워 보였지만 그의 행동거지는 더 더욱 천박하게 느껴졌다. 키나 몸무게는 그가 말한바 대로였겠지만 인상은 상당히 험해 보이는 것이다. 잔뜩 좁아 뵈는 미간과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살들로 인해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데다, 거무튀튀한 얼굴에 한쪽 뺨은 검푸른 빛이 도는 커다란 점이 넓게 자리하고 있고, 가늘고 길게 째진 눈으로 힐끔거릴 때에는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옷차림 역시 보기엔 깨끗한 신사복 차림이었으나, 왠지 평생 농사만 짓던 촌로가 생전 처음 양복이란 것을 얻어 입고 서울나들이에 나선 모습처럼 아무리 살펴봐도 어색하기만 했다. 게다가 그녀가 어쩌다 묻는 말에도 입이 얼어붙은 듯 제대로 대답조차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느꼈던 실망감도 잠시뿐, 사람은 겉보기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러한 기분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호기롭게 상다리가 휠 정도로 저녁식탁을 차려 대접을 하고, 그와 맞는 첫날밤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그날 그녀는 사십사 년여를 간직해왔던 처녀성마저 그를 위해 서슴없이 바쳤다.

  그는 그야말로 무식하기도 했지만 겁이나 체면이라곤 전혀 없는 몰상식한 인간이었다. 그녀에게 가까운 친인척이나 친구들이 없다는 것을 안 이상, 그는 그때부터 자기 집인 양 그녀의 집을 무상으로 출입하면서 그녀로부터 계속 돈을 뜯어갔다. ‘쉽게 번 돈일수록 쓰임새가 헤프다.’라고 그는 그 돈을 결국 파친코 룸과 고스톱 판에 갖다 쏟아 부었다. 
  그는 그녀로부터 처녀성을 앗아내고 거기에다 뭉치 돈까지 앗아내자 더욱 그녀에게 접근하여 그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제압하려들었다. 그리고 그의 요구대로 해주지 않으면 난폭한 성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생긴 것도 험상궂었지만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울 때면 안하무인으로 미친개에 가깝게 이성을 잃었다. 그 소란에 이웃이나 지나던 이들 가운데 그를 말리려드는 사람에게까지 폭언과 주먹질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나이 먹도록 노가다 판을 전전하여 온몸이 강판처럼 단단하고 근육으로 뭉쳐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건했다.
  그는 몇 년 전, 친구한테 서 준 빚보증이 잘못되어 그동안 인색하게 모아온 돈으로 장만했던 자그마한 서민아파트를 경매로 잃고, 그나마 폐결핵으로 죽어간 아내의 병치레와 가출했다가 애를 밴 채 만삭의 몸으로 찾아들어온 딸애의 결혼비용을 장만한다고 무리하게 카드깡을 통해 얻어 쓴 사채 때문에 숱한 굴욕과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때부터 세상에 대한 불신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삐딱하게 굳어버린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봤자, 남 좋은 일만 시킨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고 보면,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는 것이다. 그는 타고난 체질과 정력으로 질탕한 성적쾌락을 찾아 헤매는 여자들을 사냥하기로 작정을 하고 거리로 그러한 여자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사이버채팅을 통해서 그러한 여자들을 쉽사리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가 채팅에서 만난 모든 여자들에게 그랬듯이 그녀에게 주절댄 모든 것들이 그의 머리에서 거짓으로 꾸며진 가공된 것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수중에 남아있는 돈 천여만 원 중에서 5백만 원을 현금으로 찾아 그의 앞에 내밀었다.
  “이제 더 이상 돈을 만들 재간이 없어요. 그러니 이게 마지막인 걸로 알고 더 이상 돈 달라고 요구하지 말아줘요.”
  “뭐 이런 좆같은……. 날더러 이깟 몇 푼에 떨어지라고?”
  “이제, 이 집도 두 달 후엔 내줘야해요, 이 집을 담보로 해서 한도 이상 빌렸기 때문에 이 집도 이미 넘어갔어요.”
  “니 말 다했나? 내가 니한테 공들인 게 얼만데? 너 같은 호박을 나 아님 누가 건딜기나 한데?”
  “맞아요. 나 호박인께 그냥 놔두면 안돼요? 제발 이쯤에서 날 내버려둬요.”
  “뭐 이런 화냥년이 다 있어?”
  순간 그가 있는 힘껏 내리친 수도(手刀)에 얻어맞고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누구 맘대로? 니는 죽을 때까지 내 은덕 갚으려도 절대 몬 갚는다. 내 오늘은 이 돈만 받아 가지만 일주일 내로 3천만 원만 더 준비해놔 알것나?”

  그녀는 그가 떠나고 한참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온몸이 무겁고 경직되어있어 목마저 제대로 치켜들 수 없었다. 겨우 고개를 쳐들었을 땐 계란만한 무엇인가가 핏물로 질퍽한 얼굴에 대롱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왼쪽 눈알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몰골로 어떻게 침례병원까지 찾아갔는지는 그녀의 기억에 없었다. 
  그녀의 왼쪽 눈은 시신경의 파열로 끝내 회복되지 않았으며 의안으로 대신해야했다. 그리고 병원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던 그는 1급상해용의자로 체포되어 구속 수감되었다.
  그녀는 퇴원한 이래 한동안은 집에 칩거하여 피폐해진 심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검찰청의 한 검사실에서 피해자조서를 꾸밀 당시, 대질 심문차 끌려나온 푸른 죄수복에 밧줄로 칭칭 묶인 그를 보자 갑자기 그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당시 담당검사뿐만 아니라 그를 취조하던 수사관한테까지 매달려 아무 허물도 묻지 말아달라며 눈물로 사정을 하니, 검사는 물론 수사관마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봐요, 아주머니, 이 사람은 죄질이 아주 나쁜 사람이야요. 아주머니를 그 꼴로 만든 죄도 있지만, 보아하니 전에도 폭행, 절도, 강간, 금품 갈취 및 사취, 변호사법 위반혐의 등으로 네 건이나 실형을 살다나온 기록도 있구먼요. 다시 말해 전과 4범이란 말에요. 그런대도 이런 친구를 풀어달라는 겁니까?” 
  그녀의 심약한 성격 때문이었는지, 그녀는 피해사실을 모두 완강히 부인함으로써 그는 결국 풀려나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그 뒤로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집을 드나들며 그녀를 괴롭혔으며, 그녀의 그러한 사정을 눈치 챈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그는 두 번인가 더 경찰서로 잡혀갔다가 그때마다 그녀의 탄원에 의해 번번이 풀려나왔다.




7


  다음날 저녁 6시 즈음하여 그가 낮술에 잔뜩 익은 벌그스레한 얼굴로 그녀의 집에 나타났다. 그가 닫혀있는 대문을 발로 걷어차자 마침 안에서 제대로 잠가져있지 않던 대문은 부셔질 듯 철제 굉음을 내며 안쪽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는 정원에 세워놓은 빨래걸이가 발에 걸리자 그 빨래걸이를 두 손으로 콱 움켜쥐고는 현관 쪽으로 냅다 집어던졌다. 하얀 빨래가 뒤엉켜 여기저기 흩어졌다.
  “니기미 씨발년, 혼자 머가 그리 깨끗하다고 지랄까는 거냔 말여. 빨래보담 니년 씹구녕이나 잘 딱고 다녀, 씹년이 뭘 몰러도 한참 몰러.”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놀라 현관으로 쫓아 나온 그녀를 밀치며 집안으로 들어서려다 말고는 다시 되돌아서서 그녀의 머리를 쥐어박고, 다시 한 번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질을 해댔다.
  “씹년같으니……. 씹구녕에선 찌린 냄새나 잔뜩 풍기면서, 옷만 깨끗하면 다여?”
  그녀는 그가 그녀 자신에게 가하는 행패에 대한 분노보다는 그가 그 자신을 자꾸 망가뜨려가는 것이 더 안타깝기만 했다. 도대체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얼마나 세상으로부터 모진 핍박을 당해 왔기에 그렇게 엉망으로 살 수가 있겠는가, 바깥세상의 일을 잘 알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그녀 자신보다도 그가 세상으로부터 더 험한 꼴을 당해왔으리라는 추측으로 그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만 일었으며, 따라서 그의 폭언이나 폭행 등이 지나치리만큼 가혹해도 참고 견디었다.
  그녀는 술에 잔뜩 취한 채 거실에 놓여있는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그에게 얼음을 몇 조각 띄운 꿀물을 타다주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몬 이기는 술을 대낮부터 그렇게 마시면 어째여?”
  그리고는 물수건으로 그의 얼굴이며 목이며 손과 발을 정성스레 씻겨 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그녀에게 몸을 맡기고 있던 그가 감고 있던 눈을 반쯤 게슴츠레 뜨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려, 내가 준비해 노라 칸 건 준비해 놨겄지?”
  그녀는 얼른 옆 탁자 위에 놓여있던 누렇고 두툼해 뵈는 서류봉투 하나를 그에게 건네주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게…….”
  그가 서류봉투의 부피를 가늠해보는 듯하더니 몸을 반쯤 일으켰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그 큰 주먹을 날릴 듯이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녀는 겁이 더럭 났으나 굳이 그의 완력을 피할 마음은 없었다.
  “그게 뭐?”
  “참말로 오백만 원밖엔…….”
  “뭐 오백만 원밖엔? 내가 머라 카드노? 이천은 있어야한다 안 카드나?”
  “……!”
  “이번 한 번만 더 해주면 담부턴 돈 달란 말은 안 한다 안 카드나?”
  “근디, 없는 돈을 어디서 구해요? 이 돈도 내가 가진 돈 전부인데….”
  “이런, 싸가지 없는 년!”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그가 걷어차는 발뒤꿈치에 그녀는 턱을 얻어맞고 한 길만큼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러잖아도 어제 맞은 턱이 잔뜩 부어있고 통증도 심해 입을 제대로 벌릴 수가 없었으며, 밥은커녕 물 한 모금조차 마실 수도 없고 말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녀는 턱뼈가 부러지는 극도의 고통으로 숨을 쉬지도 못하고 자지러졌다.
  그는 술에 쩔어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일으키고는 서류봉투를 거꾸로 뒤흔들어 돈다발 다섯 개를 거실바닥에 떨어뜨리고 나서, 다시 쭈그리고 앉아 그 만원다발 하나하나를 뜯어내어 쓰러져있는 그녀의 몸을 향해 흩뿌렸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몸을 깔고 앉더니, 무쇠같이 단단한 주먹을 그녀의 몸 어디고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그리고 제풀에 지쳐 그녀 옆에 쓰러진 채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지독한 고통과 싸우면서도 정신은 오히려 점점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극도의 절망감은 체념으로 바뀐다. 이젠 더 이상 이 세상을 어찌 살아야 할지 살아갈 자신이 없고, 왜 살아야 하는지 살아야하는 의미마저 찾을 수 없었다. 또 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절감했다. 그렇다. 세상에 굳이 살아있어야 할 한 가닥의 미련조차 남아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망연히 바라봤다. 그녀의 일생 중에 그녀를 가장 아끼고 가장 편히 대해주었던 사람이 어머니라면, 무지개 그는 그녀에게 무한한 설레임과 환상, 행복, 그리움, 사랑을 느끼게 했던 사람이다. 그로 말미암아 안타까움과 서운한 감정을 느꼈으며, 그로 말미암아 분노와 좌절을 경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로 말미암아 남자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돌아보았다. 아직 실내조명을 켜지 않아 어둑해진 어둠 속에서 그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또렷하게 다가왔다. 술에 취해 곤하게 자고 있는 그는 입맛을 쩝 다시며 가끔씩 몸을 뒤채였다. 그로부터 풍겨오는 역한 술 냄새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불쌍한 사람,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살려고만 했을까?’ 그를 바라보면서 세상일이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온몸이 만신창이 된 듯 몇 번이고 몸을 일으키려 해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러길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래도 타는 듯한 갈증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물 한 모금 마시려 해도 턱이 빠져 움찔거릴 수도 없고 고통만 더할 뿐이었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컵 안의 물을 입에 쏟아 붓고 목구멍으로 벌컥벌컥 삼켰다.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에 그는 마치 죽은 송장처럼 미동도 않고 질펀하게 누워 있었다. 그리고 거실바닥은 그가 뿌린 돈으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그녀는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고 울음 반, 절규 반 섞인 목소리로 떠듬떠듬 말을 이어갔다.
  “커억……, 다…… 당…… 시는…… 너…… 무…… 나…… 쁜 사…… 라…… 람…… 이야여……. 내…… 다…… 당…… 신을…… 하…… 늘…… 처…… 러…… 럼 떠…… 받들며……, 남…… 들…… 처럼……, 남들…… 마…… 만…… 큼은…… 살아보려…… 했…… 었…… 는데……. 나, 당…… 신을…… 당신을…… 너무… 나 사랑…… 했…… 었…… 는데……. 크…… 그…… 게 그…… 렇게…… 잘…… 못…… 된 건…… 가여? 당…… 신…… 은…… 당신…… 은…… 왜…… 그런…… 식…… 으로…… 자…… 신…… 을 학…… 대해…… 가…… 며…… 세상…… 을…… 살…… 려…… 하지…… 여……?”

  그녀는 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 사랑이라든가 연민이라든가 애증이라든가 그 어떠한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단말마적 고통과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결연한 결심을 굳혔다. 추악하게 일그러진 그의 목숨만큼은 그녀 자신이 직접 걷으리라 다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참기 힘든 고통과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몸으로 그러나 의식을 치르듯이 경건함 속에 그의 죽음을 준비해나갔다. 그녀는 주방을 뒤져 칼이란 칼은 다 끄집어내었다. 칼은 크고 작고 길고 짧고…, 그렇게 모두 열한 개나 준비되었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생전모습을 영원히 그녀의 뇌리에 각인하려는 듯 그의 잠자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그는 입을 벌린 채 역한 술 냄새를 풍겨가며, 그리고 정신없이 코까지 골아가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녀는 가늘고 긴, 그러면서도 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칼을 찾아들고는, 그 손잡이를 두 손으로 맞잡고 그의 목울대의 튀어나온 부분을 향해 힘껏 내리꽂았다. 순간 그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칼이 꽂힌 목울대 부분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치며 ‘끄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그녀는 나머지 칼을 하나씩 그의 몸에 꽂아갔다. 그의 가슴과 복부에는 열 개의 칼들이 꼿꼿하게 그리고 깊숙이 박혔다. 그녀는 칼이 잔뜩 꽂힌 그의 시신을 아무런 느낌이나 감정도 없이 한동안 내려다봤다. 그녀의 사고는 정지된 듯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조차 정지된 듯했다. 

  그녀는 낑낑대며 그녀의 손을 핥고 있는 두 마리의 개들 때문에 제정신이 돌아왔다. 그가 집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구석에 죽은 듯이 숨어 있던 그녀가 키우던 개들이었다. 개들은 그녀의 손을 한동안 핥다가 그의 시신에서 흘러나온 피를 냄새 맡고 핥으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이제야 제 세상 만난 듯 집안을 소란스럽게 뛰어다녔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밤 10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10시 12분을 가리켰다. 그녀는 천천히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1…… 1…… 2……’ 숫자 버튼 하나하나를 천천히 찍었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자 수화기 건너편에서 부드러운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예, 일일이입니다.”
  “…… 저…… 크…… 여기…….”
  “여보세요?”
  “커어…… 여…….”
  “여기는 일일이입니다. 경찰청 긴급신고센터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에…….”
  “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에…… 지…….”
  “예, 잠시 진정하시고, 또박또박 말씀하세요.”
  “에…… 샤…… 사…….”
  그녀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턱이 빠져있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보세여! 다시 한 번 천천히 말해 보세요.”
  “에…….”
  “먼저, 그곳의 위치부터 정확하게 말씀해 보세요.”
  “케…….”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에…… 카…… 캭……!”
  그녀는 수화기를 손에 든 채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경찰 112상황실에선, 처음엔 장난전화 같기도 한 그녀의 발신전화번호를 추적하여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집에는 인근파출소의 기동경찰 두 명이 찾아들었다. 대문은 반쯤 열려있었고 현관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집안으로 들어선 경찰은 요란하게 짖어대는 두 마리의 개와 만 원권 지폐들이 무수히 흩어져있는 거실에서 수많은 칼들에 꽂힌 채 피범벅이 되어 널브러져있는 사내 하나와 그리고 수화기를 한 손에 꽉 쥔 채 죽은 듯이 누워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
  곧 이어 서너 명의 사복경찰관이 더 들어서고 두 대의 앰뷸런스가 도착하였다. 그녀의 집 대문에는 경찰차와 앰뷸런스의 요란한 경광등과 사이렌소리에 놀란 인근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구경나온 인근주민들은 그러한 사고가 이미 예견되었다는 듯 집안을 기웃거리며 수군대고 있었다.
  먼저, 그의 사체가 칼이 꽂혀있는 상태로 들것에 실려 나가고, 곧이어 혼절한 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녀도 들것에 실려 나갔다. 
  현장에 흩어져있던 만 원권은 모두 수거되어 황색서류봉투에 담겨졌고, 봉투 겉면에는 ‘증13’이란 표시와 ‘498만원’이란 글씨가 적혀졌다. 그리고 거실에 흩어져 있던 많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각기 투명한 비닐에 포장되어 ‘증14’, ‘증15’, ‘증16’ 등등의 표시들이 하나씩 붙여져서 라면박스 안에 담겨졌다.

  “어이, 조 형사! 아까 그 칼침 받은 남자 말여, 그 친구 낯이 좀 익지 않나?”
  “글쎄, 전에도 서에 몇 번 불려왔던 친구 아녀? 거 인상 디게 드럽더구먼, 완전 범죄형이데.”
  “그래, 뭔 원한이 그리 많길래, 하나 둘도 아니고 열 몇 개씩이나 되는 칼을 맞았을꼬?”
  “거 여자한테 원한 사면 오뉴월에도 서리 내린다는 소리 몬 들어봤나?”
  “하기사…… 자네도 마누라한테 평소에 잘하라구, 괜히 그런 꼴 당하지 않으려면……. 헛허~”
  “하긴……, 그 칼침 말여……, 아무리 봐도 말여……, 그것도 하나의 예술이더구먼.”
  “예술? 흠……! 예술이라기 보단 무슨 거룩한 의식을 치른 듯한 모양새든데…….”
  “……!”




[채팅이야기/제2화] 

칼침 


- 끝 -



200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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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국문과 교수 마광수  평글


  결말이 너무나 갑작스러운 살인으로 끝나서 소설 전체의 개연성이 완전히 없어졌구만요.
  아리바  잔인, 흉폭한 증상을 치료하는 처방은 결국 '칼침' 시술이었군요.
  지난 번 성감대 넘 '삭제' 사건에 이은 또 하나의 처방전-
  시술부위 10군데는 다음과 같습네다.
  후결부(喉結部)-천돌(天突)-단중( 中)-상완(上脘)-중완(中脘)-하완(下脘)-신궐(神闕)-기해(氣海)-관원(關元)-곡골(曲骨)  
 
  한아름  단점이라면 서론이 길면서 기대했던 본론 부분은 허약하고 결론을 너무 쉽게 내려버리는군요. 
  장점은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고 소재 또한 대단히 좋은 소재입니다. 문장력 또한 상당한 수준입니다.
  단편이라면 서론부분을 과감히 생략하시는게 좋겠고,  장편이라면 본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늘리시는게 좋겠습니다. 


 

  • profile
    차가운트리 2015.03.21 10:34
    여기에 일반인도 소설을 올려도 되는 건가요?
  • profile
    korean 2015.08.11 07:35
    예, 지극히 당연한 말씀입니다.
    창작마당인만큼
    모두가 자신의 창작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
    박하늘 2016.02.11 23:14
    도움이 많이 됩니다. 연대 교수님으로부터 평도 있으시네요. 한여자의 일생이 그려졌습니다. 그 남자에게서 학대 당하면서도 단호이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는 새디즘과 매저키즘이라는 두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그여인은 매저키즘을 가지고 있나 싶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은 상대를 사랑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사랑한 시간과 정성을 사랑해서 그것이 아까워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정성이 아까워서 ㅎㅎ 이런 생각 해봤어요. 감사합니다. 생각해 볼 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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