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좋은 꿈이었다. -1-

by 밤이슬 posted Aug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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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또 꿈이었네...." 도연은 머리를 쥐어싸면서 일어났다. 요새 깊은 잠에 들어 본 적이 없다.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면 좀 살 것 같기에..... 멍해진 도연은 그대로 책상에 앉아, 습관처럼 핸드폰을 열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도연의 일상은 이렇게 시작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새 일을 쉬고 있다는 점이다.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랬다면... 끔찍하다. 한참을 끼니도 안 먹고 있던 도연 앞으로 카톡이 도착했다. <도연씨, 오늘 시간 되세요?> 도연의 표정이 금세 다시 일그러졌다. "뭐야... 쉬고 싶은데 무슨 연락이야..." 남자 회사동기의 카톡. 몇 달전부터 도연에게 적극적인 대쉬를 하고 있는 사람인데, 도연은 마음도 없고, 연애나 결혼 그런 것은 생각도 안 해왔고, 안 했고, 안 할 예정이었기에 밀어내고 있었다. 이쯤 되면 그만두겠지, 싶었는데 기어코 쉬는 날에도 온 것이다. 도연은 핸드폰을 엎어버리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주말의 오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 끝이 도연의 눈가를 덮었다. "모처럼 여유롭네....." 꼭, 이런 날이었다. 아직 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도연의 인생에 있어서 좋은 꿈이 생겼던 날이.....


 도연은 중학교에 막 올라갈 무렵 전학을 왔다.  학교를 워낙에 좋아했던 지라, 교복을 산 그날 저녁, 내내 전신 거울 앞에서 떠나질 못했다. "우와, 우와..... 내일 진짜 새 학교에 가는구나....." "딸, 그만 하고 자야지? 내일 개학이야." "알았어요. 히힛....."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14살의 어린 도연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도연은 떨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바로 코앞인 학교로 등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동급생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원래 서로가 서로를 아는 사이였는지라 같이 등교했지만, 도연은 전학생이었기에 혼자였다. 그래도 도연은 좋았다. 밝고, 긍정적이었던 도연은 새로운 학교에서 자신과 새로운 인연을 맺을 친구들이 누가 될지, 그것이 가장 궁금했던 아이였으니까. 도연은 두리번거리며 전날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던 자신의 반을 찾았다. 1학년 2반. 두리번 거리며 찾아 들어간 반에는 아직 몇몇 아이들만이 어울려 놀고 있었다. 도연은 어색함에 계속 두리번거리다가 아무 자리에 앉았다.  "야, 여기 내 자리야. 교탁에 번호랑 자리표 있는데 안 봤어?" 그러다가 시비가 트이고 말았지만! "아, 그래? 미안. 몰랐어." 21번. 도연의 새 학교 새 학년 첫 번호는 21번이었다. 도연의 첫 짝꿍은 자고 있었다. '아쉽네. 인사 하고 싶었는데.' 그러고 도연이 자연스럽게 가방 속에서 꺼내 든 것은 연습장과 펜. 도연의 어릴 적부터 친구랄까. 도연은 이 둘만 있으면 세상 심심한 줄 몰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들이 서서히 들어와서 교실이 채워져 갈 무렵, "쿵!" 도연의 옆 자리에 누군가 가방을 대충 던지는 소리가 났다. 궁금함에 고개를 돌린 쪽에는, 어떤 남자아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