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by jpjo96 posted Apr 06,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망나니>

기획의도

막장 드라마, 섞으면 세진다! 예부터 창조적이고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많은 전설과 이야기 속에 빠지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불교적 요소이다. 현재 대세는 <화유기> <신과 함께> 와 같은 불교적 색채가 짙은 판타지적이고 가르침이 있는 창작물로 한국 고유의 정서와 불교의 부처님의 가르침이 맞물려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차별 없는 세상, 불교적 용어로 자비에 대한 염원을 담은 드라마이자 판타지 물이다.

이 세상의 모든 자식은 태어날 때 부터 거지다. 돈도 없고 옷도 없고 음식도 없다. 그런 그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생존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을 나으신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어머니의 잔소리와 말들을 마치 성질이 못되고 난폭한 사람, 즉 망나니 취급하고 대개 무시한다. 또 살면서 부모님의 숨겨진 과거, 직업, 신분, 외모, 성격, 등으로 실망을 한다. 그 이전에 우리는 태어나서 사람을 과거, 직업, 신분, 외모, 성격 등으로 무시를 한다. 무상무념, 만물은 항상 변하며, 영원한 실체로 존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에서, 만물의 실상을 표현한 것이다. 망나니가 아들일 수도 어머니일수도 왕 일수도 동물일 수도 있지만 그 조차도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불교적 가르침을 전하고자 이 드라마를 기획하였다. 허무하다는 불교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깨고 그 속에 있는 인간에 대한 가치와 사랑을 담은 유쾌하면서도 슬프면서도 기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등장 인물>

아들: 치킨집을 한다. 외모적으로 준수하다. 21세기 현대 인물이다. 평범한 성격이다. 30대 초반. 성격이 쌔서 사람들한테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여린 마음도 있다.

어머니: 세월의 풍파로 주름이 많다. 그러나 젊었을 적 곱디 고았던 얼굴은 여전하다. 창녀촌에서 일하다 그만 둔지 얼마 안 되었다. 40대 후반

망나니: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매우 냉철한 면이 있으나 거지한테는 한없이 따뜻하다. 20대 후반

거지: 충동적인 면이 있으나 정의로운 면도 많다. 어머니를 많이 그리워한다. 10대 후반

 

그 외 엑스트라:

: 어린 소녀로 상처가 많아 웃는 얼굴도 울상이다. 가족을 그리워한다. 10대 초반

졸병: 졸병답게 등치가 작다.

땡중: 여인과 사랑을 나눈다.

여인: 땡중과 사랑을 나눈다.

마님: 무시무시한 인상을 하고 있으며 카리스마가 있다.

사또: 괴팍하다

배경: 21세기 치킨집 사장 아들이 꿈을 꾸며 조선시대로 넘어갔다 다시 꿈에서 나오며 21세기로 돌아온다. 망나니와 거지가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과 사랑을 판타지적 상황속에서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게 만든다. 편의상 21세기 배경은 굵은 글씨 조선시대는 보통 글씨로 하겠다.

<요약>

21세기 아들은 창녀인 어머니 집을 떠나 떠돌다 양아치가 되나 어느새 치킨 집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와 연락을 안 하지는 약 20, 그러던 어느 날 치킨 집이 어이없는 한 중의 장난으로 망하고 그는 어머니한테 연락을 하게 되는데. 그가 어머니를 용서하기까지는 20년이 걸렸지만 실제로 그녀를 용서한건 치킨 집이 망한 그날 밤 꾼 꿈 하나 때문이다. 망나니를 어머니로 둔 거지가 어머니 곁을 떠나 어머니를 망나니로 만든 왕을 죽이기까지 겪는 모험과 갈등, 웃음과 슬픔이 그의 꿈속에서 머리 속에서 마음 속으로 들어와 그는 어머니를 용서하고 어머니와 파전에 소주 한잔을 하는 친구가 된다. 그가 꾼 꿈이 어떤 것일까? 그의 꿈 속으로 들어가보자.

조선시대 마을 한 복판 망나니가 춤을 추며 칼을 휘두른다. 죄인의 목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망나니를 기다리는 거지 아들은 여전히 양반댁 도련님한테 맞고 있다.

어머니의 정체를 알고 어머니 곁을 떠난 거지는 이후 조선 최악의 범죄자가 된다. 그는 끝내 사람을 죽이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자폐아 거지 아들을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망나니는 동반자살을 선택한다.

도련님은 훗날 성군이 된다.

아들은 어머니와 친구가 되어 파전과 막걸리를 마시며 추억을 나눈다.

 

 

 

사람이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질이 못되고 난폭한 사람이 간혹 있어요. 그런 사람을 망나니라고 하지요.

 

망나니는 옛날 죄인의 목을 베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사형은 무척 몹쓸 죄를 지었을 때 받는 가장 큰 형벌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라 해도 사람 목숨을 끊는 일을 아무나 하기는 힘들지요. 그래서 큰 죄를 지어 사형에 처해야 할 죄인을 뽑아 특별히 살려 두고, 죄인의 목을 치는 일을 시켰어요. 성질이 포악하고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망나니를 맡게 될 것은 뻔한 이치였지요. 그러다 보니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을 뜻하던 망나니가 점차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해 갔답니다.

치킨집을 낸 아들은 최근 몹쓸 일을 당했다. 병든 닭을 요리하여 사람들이 민원신청을 하여 문을 닫게 생긴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은 범죄자야 알아? 이런 망나니 같은 새끼 어디 병든 닭을 같다 팔아. 그것 때문에 내가 한달동안 장염에 시달렸어?알아? 사과는 되었고 병원비 청구 할테니 약값까지 해서 다 내놔 엉?” 벌써 12번째다. 사업으로 벌은 돈을 병든 닭 몇 마리 때문에 다 날리게 생겼다. 그에게는 가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것은 소소했다. 귀농을 하고 싶다. 여느 젊은이와 다르게 그는 그런 맛이 있었다. 소소한 것을 좋아하는 그런 마음. 고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언뜻 자신의 아버지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어머니는 창녀다. 사고로 태어나서 당연히 아버지는 없다. 갑자기 화가 난다.

아 인생 진짜 00같네전화기를 침대에 던져 버린다. 술이나 마실까... 그에게 유일한 벗은 술이다. 그것도 파전에 소주는 진짜 끝내준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얼마 전 자신의 가게로 찾아와 절에 닭을 너무 많이 키워 더 이상 못 키우겠다고 가져다 준 한 미친 중놈 때문에 이 지경이 됬다.

치킨집이 잘 되나 봐요. 솜씨가 있네.” 중이 말한다.

아이고 스님, 한번 드셔볼래요?” 사장 답게 싹싹하게 손님에게 우스갯소리를 한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닭이 몇 마리 있는데, 직접 키우던 놈들이에요. 정성을 드려 제일 좋은것만 먹여 키운것들인데 이것들이 하도 번식을해서 절에 내가 잘 자리가 없을 정도야. 좀 가져가실라우?”

스님, 제가 보시를 해야되는데 이게 스님이 닭을 드실 수도 없고 대신 죄라도 짓겠습니다. 하하이게 웬 떡이냐. 기회는 기다린 자에게 찾아온다고. 그런데 그 닭들을 팔 때마다 배탈, 설사, 장염, 갖가지 민원이 들어와 나중에 닭들을 검사해보니 다 살을 오동통통 쩟지만 어딘가 아픈 닭들이었다. 알고보니 요즘 조류 독감이 유행이라나 뭐라나. 뉴스를 안보니 알수가 있나. 말없이 침대에 누워버린다. 처음으로 시작해서 돈좀 버나 싶더니 금새 또 이렇게 된다. 출신이 천박해서 삶도 안풀리나 갑자기 집나가기 전 어머니 얼굴이 생각나면서 그리운 마음보다 원망부터 든다.

아들은 너무 화가 나서 그 중에게 민원 신청에 대한 사유서를 내라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까지 중이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땡중 새끼잠이 깊이 들고 꿈에 빠진다. 어느새 그는 꿈나라에 빠져있다.

배경: 조선시대 한양, 그 중에서도 종로 지역의 사람 많은 마을

옛날옛날에 한 망나니가 살았다. 그녀는 여자였는데 그녀는 매일매일 죄인을 죽여야 했다. 망나니를 단순히 사람 죽이는 일이어서 쉽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녀는 알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일매일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엄청난 마음의 고통과 신체적 고통에 시달려야 된다. 첫째, 사람의 목은 베고 싶다고 베어지는 것이 아니다. 눈을 감고 땅을 보고 무릎을 꿇고 누워있는 죄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는 먼저 노래를 한다. 가창력으로는 그녀가 조선에서 유일무이하다. 그런 그녀의 노래는 어느새 죄인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게 하고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그 다음에는 춤을 춘다. 그녀가 죄인을 맴돌며 춤을 춘다. 그 춤은 비단 몸을 흔드는 게 아니라 죄인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그 순간 그녀와 죄인은 사랑에 빠진다. 죄인은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 이세상에서 그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사랑 받는 사람이 되고 망나니는 그 순간 가장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이 된다. 둘은 사랑을 한다. 어느새 죄인의 목은 눈물과 행복감으로 길게 늘어져있다. 그 순간 망나니는 그의 목을 벤다. 그 죽음은 죄인에게는 고통이 없다. 그러나 망나니는 매일매일 사랑하고 이별을 한다. 남들은 천하의 천한 것 천하의 나쁜 년 하며 죄인 이상으로 천대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다. 매일 매일 살리고 죽이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죄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

사또: 오늘 죽일 사람은 사람을 세 명 죽였다. 즉시 사형시켜라

망나니: 저 여성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또: 그래. 즉시 처형시켜라

망나니: 근데 왜 이렇게 어리죠? 12살 밖에 안됬것같은데

그 순간 사또는 망나니 얼굴에 침을 뱉는다. 아름다운 얼굴에 묻은 사또의 침은 꼭 망나니의 노래와 춤 끝에 있는 처형식처럼 처참했다.

사또: 대꾸 꼬박꼬박 하지말고 어서 죽여라.

백성들이 수군댄다. 그 여자아이는 대감댁에 있던 한 어린노예 아이로 사또 댁 아들이 사고를 치고 집을 나가기 전까지 사또 댁 아들이 가장 좋아하던 애다. 노예와 결혼하고 싶다는 아들을 가두자 아들이 지키는 남자 셋을 그들이 잠든 사이 죽이고 도망친 것이다. 어린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망나니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그 어린 아이가 진짜 사랑에라도 빠졌던 걸까 더 심하게 운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이다. 마음을 열지 않은 상대에게 눈물을 보이지는 않는다. 눈물을 보이고 마음을 열면 망나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죄인의 목을 쳐야한다. 안 그러면 목이 한번에 안잘리거나 뼈만 부러트릴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죄인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다. 망나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춤은 사뿐했다. 마치 어린 소녀의 걸음만큼이나 사뿐사뿐 그리고 칼을 내리친다. 어린아이의 목이 떨어진다.

그날따라 망나니는 더 힘들다. 사람을 10명 죽인 날도 있지만 오늘은 한명만 죽였다. 그러나 이렇게 어린 사람을 죽인 건 처음이다. 왜일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한번도 자신이 살인자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저 재수가 없어, 그저 운이 안 좋아 천민으로 태어나 그중에서도 운이 없어 백정으로 태어나 그중에서도 운이 안좋아 사람을 죽이는 망나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녀는 결코 살인자가 아니다. 그녀는 그저 이 세상에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정의롭고 충실한 나라의 한 백성이다.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그녀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녀의 인생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년에도 수백명을 죽이는 그였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춤을 추거나 노래를 안해도 그 어린아이는 울고 있었고 울지 않더라도 가냘픈 목선이 마치 어린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하고 고통스러웠다. 아리랑을 부른 것은 왜일까. 그 어린아이를 위해 그의 죽음을 위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었다. 그 순간도 그녀는 그 어린아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것은 남녀간의 사랑과 다른 사랑이다. 스스로에 대한 연민 이상으로 동정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은 처음 느껴보는 사랑일거다. 그녀는 어쩜 자기 자신을 위해 아리랑을 부른 것이 아닐까.

날 떠난 임은 십 리도 못가고 발병난다.

그녀에게는 그런데 한 명의 아들이 있다. 그는 거지다. 그리고 자폐아다. 그 자폐아는 어렸을 적부터 망나니가 신이라고 생각한다. 나쁜 놈들을 하나하나 물리치는 신. 적어도 장군이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동네 아이들 중 못된 애들이 있으면 때린다. 한번은 어린 여자애를 희롱하는 양반 댁 도련님을 때리다가 몰매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또 때렷다. 왜냐하면 그 도련님이 동네 바보 친구에게 돌을 던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곤장을 맞으며 쫓겨났지만 그에게는 집이 없다. 그래서 쫓겨나도 아무런 원망도 슬픔도 없다. 오직 자신의 엄마처럼 악을 물리쳤다는 기쁨만 있을 뿐이다.

도련님: 야 바보

거지: 바보 괴롭히지마

도련님: 그럼 거지 괴롭힐까?

거지: 그래 차라리 나를 괴롭혀라

도련님은 어이가 없다. 저 거지는 맨날 때려도 동네 바보가 자기 자신일 것을 모른다. 자폐아라는 것은 알았지만 저런식으로 헤까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도련님: 너는 바보가 아니냐?

거지: 난 똑똑한 어머니를 뒀으니 바보가 아니지.

도련님: 그럼 동네 바보도 너가 아니고?

거지: 동네 바보 괴롭히지마

도련님: 너는 괴롭혀도 되냐?

거지: 차라리 나를 괴롭혀라

도련님은 화가 난다. 거지를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한다. 이 마을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 그는 이 마을에 사는 이 거지와 망나니가 자신의 명예와 자신의 삶의 유일한 흉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부터 수재라는 소리를 들었고, 세상을 이끌 수재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그였기에 세상을 호령할 그에게 이 망나니와 거지는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망나니는 어렸을 적부터 아들을 끔찍이 예뻐했다. 그녀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자 사랑이었다. 매일매일 사람을 죽이고 돌아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폐아 아들을 보면 그녀는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첫째는 아들을 끔찍이 아끼는 그녀의 모성애였고 둘째는 자신의 매일 저지르는 만행을 모르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거지는 망나니한테 말한다.

저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망나니는 아무 표정 없이 쳐다본다.

그래? ?”

이 세상에 있는 나쁜 사람은 다 엄마가 죽이잖아요

망나니는 잠시 웃는가 싶더니 고개를 떨군다. 낮의 그 가냘픈 소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망나니는 말한다.

너는 절대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망나니는 말했다.

네 어머니거지는 말했다.

근데 왜요?”

사람을 죽이는 건 아주 나쁜 거야망나니가 말했다.

근데 왜 맨날 죽여요? 그 사람들이 잘못을 해서 죽인 거 아니에요?”

거지는 그런 어머니의 모순된 말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그런 자신의 어머니는 나쁜 사람이라는 것인가!

왜냐면 이게 엄마 직업이거든, 엄마는 나라님이 죽이라고 하면 다 죽여야 되

망나니는 무덤덤한 듯 말했다. 거지는 충격에 빠졌다. 그렇다면 나라님이 엄마를 나쁜 사람으로 내모는 것인가?

그럼 직업을 바꾸면 되잖아요? 엄마 이 직업 싫어요?” 거지는 반쯤 넋이 나갔다.

아니, 난 이 직업이 너무 좋아망나니는 자신 있게 말한다. 그녀는 매일매일 사람을 죽이는 것을 사실 어느새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목이 떨어져 나가며 튀기는 피가 너무 잔인하고 처절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빨간 분수 같다. 그냥 사람을 죽이면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마치 진짜 사랑을 나누듯…… 짜릿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녀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스스로도 괴물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거지는 그 밤의 대화 이후 어머니에 대한 반항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째는, 알고 보니 자신의 어머니가 나라님의 가장 아래 살림을 하는 천한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러웠고 둘째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 혐오스러웠다.

도련님: 너네 엄마는 죄인이야 알아?

거지: 너가 뭘 알아?

도련님: 어디서 말대꾸야?

거지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련님을 때린다. 사실 도련님은 자기보다 어리다. 그가 자페아인 것은 사실이나 그는 어머니를 닮아서 실제로 똑똑하다. 자폐아이나 똑똑하니 천재라고 해야되나...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도련님보다 쌔다는 것이다. 말없이 때린다. 피멍이 나도록 때린다. 그리고 돈주머니를 뺐는다.

이후 거지는 약한 아이들의 돈을 뺏고 도적질을 시작한다. 그는 더 이상 어머니가 조금씩 허드렛일 하여 벌어오는 거지가 아니었다. 어머니를 부려먹는 나라님도 무섭지 않은 사람을 죽이고 돈을 뺏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불을 질러 곡식을 뺏는 돈 하면 죽을 못 쓰는 나라에서 현상금 수배를 걸어둔 죄인이 되었다.

망나니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첫째는 거지가 자기 곁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됬다. 매일 같은 장소로 가서 사람을 죽이는 그녀는 거지를 찾으러 갈 수가 없었다.

혹시 우리아들 못보셨나요?“ 망나니가 묻는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모른 척한다. 망나니도 싫지만 조선 팔도에 현상금이 걸린 거지를 안다고 할 리가 있나. 사실 거지가 현상금이 걸린 것은 그리 큰 사연이 아니다. 딱 하나의 일 때문이다. 조선 최고 권력자의 아들을 피범벅이로 만든 것. 그것이 그의 죄다.

그는 어머니의 곁을 떠난 후 그렇게 생활을 하며 도피 생활을 하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리고 잠이 든다.

아들은 꿈속에서 어렷을 적 어머니가 자신의 집으로 남자들을 접대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문 너머 몰래 본다. 문을 벌컥 열자 손님이 아들의 싸대기를 때리더니 어머니를 마구잡이로 때리며 에이 기분 잡쳤네하고 빠져나간다. 어머니는 아들을 혼내고 아들은 운다. 아들은 방에 혼자 들어가 어머니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찢는다. 어머니가 사준 필통도 부순다. 문을 열고 어머니의 방 속에서 어머니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아들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집을 뛰쳐나간다. 그는 집을 나가 동네 양아치들과 친해져 담배를 피고 여자들과 술을 마신다. 놀음도 하고 도박도 한다. 어머니는 몸 파는 일을 관두고 상자를 줍고 다닌다. 어머니는 어렸을 적 몸을 팔아 모은 돈으로 치킨을 사 같이 먹던 추억을 떠올리며 치킨 집에 간다. 날씨가 춥다.

우연히 산속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절이었다. 그는 절의 곡식을 털기 위해 칼을 숨겨두고 사람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목탁 소리가 들리며 한 중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제보살하며 불경을 외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중이 불경을 외는 줄 알고 조용히 죽이기 위해 다가가서 보니 그것은 불경 소리가 아니라 신음 소리였다. 중과 한 여인이 사랑을 나누며 불경으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죄인은 어이가 없었다. 불상을 앞에 두고 사랑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꼭 죽이고 싶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동안 매일 죄인 취급 받던 그가 그들을 보니 죄인이 꼭 아닌 것 같은 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죄인은 그들을 보며 조용히 자위행위를 했다. 그때였다. 사랑을 나누던 여인이 그를 보고 ! 변태야! 범죄자야!” 그 순간 죄인은 칼을 들고 그들을 죽이기 위해 다가갔다. 근데 그들을 죽이려고 칼을 빼든 순간,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씨발, 이 새끼들은 부처님 앞에서 섹스하고 있으면서 나한테 범죄자라 하는데 내가 여기서 얘네 죽이면 난 얘네 말대로 범죄자잖아. 내가 얘네 보단 난 것 같은데?” 그래서 그는 그들에게 음식만을 뺏고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떠나기 전 중은 그에게 말했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게 아니에요 ㅋㅋ죄인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말 한마디였다 미친놈

그는 다시 마을로 돌아가 잠잘 곳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을에 잔치가 열러 시끌벅쩍 한 것이 꼭 절에서 떡 치던 두 연놈의 신음소리 마냥 소란스러웠다. 기생들은 나와서 춤을 추고 사또는 술을 걸치고 있고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춤을 덩실덩실 추며 즐거워하고 있어서 가만 생각해보니 부처님 오신 날 이였다.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는 죄인이 아니다. 더 즐길 수 만 있다면 그는 그날 그곳의 주인공이다. 그는 절에서 뺏은 중 옷을 입고 스님인 것처럼 가운데로 들어가 같이 춤을 췄다. 스님인데 부처님 오신 날 춤을 추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내가 주인공이지 누가 주인공이야 앙? 그때 한 졸병이 다가와 야 너 어디서 굴러 운 땡 중인데 여기서 행패야 행패는!!” “이런 미친놈이 스님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야 이 시발로마 부처님 오셔서 내가 감사한 마음으로 내 엉덩이를 흔드는데 니가 왜 지랄이야 지랄은” “아니 이 미친 새끼가! 이 시발로마 부처님인지 푸쳐핸즈업인지 니 정체가 뭔진 몰라도 남의 결혼식에 와서 그것도 이 마을 최고 벼슬 중인 좌의정 대감님 결혼식에서 이 지랄 하다간 너 목 떨어진다.” 그 순간, 거지는 정신을 놨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목 떨어진다는 말이다. 첫째는,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나서 싫었고, 둘째는 현상금 수배 글을 보면 목을 칠 것이라는 말이 써있기 때문에 싫었다. 그는 그 졸병을 때리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때리다 보니 화가 풀린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슬픔도, 그녀를 떠난 죄책감도 그 동안 수만 가지로 지른 악행도 다 조금씩 풀린다. 망나니의 자식으로 태어나 죄인을 죽이는 것을 보고 죄인이 된 그는 어느새 죄인이 아니 였다. 그는 망나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 죽이는 것 빼고는 안 해본 망나니 짓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 참에 사람을 죽일까 생각 중이던 때, “아니 시발, 그럼 난 엄마보다 괜찮은 게 없어지잖아, 사람은 죽이지 말자하고 멈추고 돌아서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야 이 시발로마, 왜 남의 결혼식에서 행패야 행패는현재 최고의 권력자, 어린 왕을 곁에 두고 수백 명의 노예와 수천 금은보화와 집을 가지고 있는 조선 최고의 벼슬아치 마님이 다가왔다. 거지가 알았겠는가, 이 조선의 최고봉이 여자일 줄은. 그녀의 치마폭에 감겨 저 세상 간 남자가 한둘이 아니란 걸 그녀가 알았겠는가? 그의 눈에 그녀는 그저 엄마를 미워하며 여자 자체를 싫어하게 된 그에게 그녀는 죄인, 아니 가축보다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거지는 쪼갰다. 여자가 관복을 입고 있는 게 우스웠다. 그는 술도 취하고 기분도 좋고 사람들의 관심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는 딱 한마디 했다. “섹스!” 그 순간 관군들이 몰려와 그를 잡아갔다. 그는 다시 죄인이 됐다. 감히 최고 존엄 앞에서 그런 막말을 뱉었으니…… 그가 현상수배 범과 일치한다는 사실은 곧 알려지며 조정뿐만 아니라 온 조선이 발칵 뒤집혔다. 그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다. 이를 들은 왕은 그가 사형 당하기 전날 그의 철창으로 찾아왔다. 왕은 이제 겨우 13살로 그 또한 여자였다. 마님의 음모에 형제들은 다 죽고 오직 자신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마님은 차마 자신이 왕이 되기에는 조선의 유교 사상이 뿌리까지 박혀있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왕 자리에 앉혔다. “넌 왜 사냐?” 시비조다. 거지는 인상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넌 왜 사냐?” “글쎄, 아버지가 매일같이 기생들과 놀다 저 세상으로 가신 후 우리 가족은 대부분 죄인이란 이름으로 죽고 나만 남았는데 나도 없음 우리 가족이 없으니까 내가 살아야겠다. 다시 묻겠다. 너는 왜 사냐?” 거지는 말문이 막혔다. 왕 옷을 입은 게 여자인 것도 어이가 없고 그 왕이란 작자가 이렇게 어리면서 말대꾸를 따박따박하는것부터 왕인데 자신한테 대답을 하는 것까지 어이가 없었다. 그럴 때 그가 나오는 행동은 폭력이다. 무작정 그녀의 목을 졸랐다. “ 내가 사는 이유는 널 죽이기 위해서다.” 그 순간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많은 죽음과 죽임에는 늘 나라님이 존재했다는 그의 머릿속 한 부분에 있던 어머니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나라님을 보니 생각난 것이다. 더구나 여자라니 이만한 기회가 없다 생각한 것이다. 1분이 지났다. 아무도 안 온다. 왕은 서서히 정신을 잃는다. 죽어간다 죽어간다. 거지는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 어머니가 싫어서 저지른 수많은 만행이지만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죽이기 때문에 죄인이 아니다. 그는 왕을 죽인 거지 한 죄 없는 꼬마 어린 여자애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에게 든 생각이…… 없었다.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원인과 결과, 복수와 원망, 후회와 질투, 분노와 슬픔, 짜증과 어이없음…… 왜냐. 그가 어머니를 떠난 죄를 갚았기 때문인가?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해탈했다. 그 여자아이를 한 명 죽임으로써 수만 가지 죄와 찔리는 마음이 사라지며 그 순간 사람을 죽이는 게 즐겁다고 한 하나 밖의 없는 어머니의 말씀을 이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즐거웠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날 대화가 떠올랐다. 그가 그 대화를 하고 잠들려던 참에 어머니가 한 말씀이 떠올랐다. “즐겁지 왜 안 즐거워…… 나라님이 사람만 죽이면 우리 아들 보게 해주는데, 우리 아들 밥 먹여주는데”. 왕을 죽인 그는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죽는 순간에도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멈추고 눈을 뜨니 그는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인 것 같다. 어머니는 그 대화를 하던 날 밤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어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있고 어머니는 죽어가고 있었다. 사랑하여 죽인다던 어머니의 말. 닭이 울고 날이 밝아 사람들은 일을 하기 시작하고 어머니는 다시 망나니가 되야 해야 한다. 아들은 다시 거지가 되야 되고. 양반 댁 도련님은 자신이 괴롭히던 거지 자폐아 동네 바보를 또 괴롭히기 위해 그가 자는 산밑의 작은 동굴까지 갔다. 그는 속으로 맨날 거지를 괴롭히면 반항하는 거지가 마치 자신이 맞는 게 아니라 동네 바보를 패고 있다고 생각하여 반항하는 이 자폐아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또 괴롭힌다. 너무 춥다. 1월 한파에 눈이 너무 많이 온다. 그곳에 겨우겨우 가서 보고 기겁을 한다. 한 여자가 어린아이를 목 조르고 있는데 너무 추워서 그 상태로 얼고 거지는 닭의 목을 조르고 있는데 그도 얼어있다. 닭은 맨 위에서 거지의 목을 조르고 있는 망나니와 그 밑에서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는 아들까지 두 명의 품속에서 목을 조이고 있는 터라 추위는 안타서 파닥파닥거릴 뿐이다. 생명은 소중하다던 어머니의 말을 들은 것일까? 아들은 웃고 있었고 어머니도 웃고 있었고 오직 도련님만이 울고 있었다. 밤사이 거지는 자신을 매일같이 죽도록 괴롭히는 도련님 보다 쌨고 자신의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왕도 죽였다. 그래서 웃는 걸까? 그건 모를 일이다.

이 후 그 도련님은 좌의정의 아들답게 출세하여 사람들의 신임을 받아 왕이 되었다. 천해서, 가난해서, 동물이어서, 장애인이어서, 여자여서, 죄인이어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을 위하고 아끼는 성군이 되었다.

아들이 잠에서 깬다. 아직 새벽이다. 어머니한테 전화를 건다. “엄마ㅋㅋ 나 치킨집 망했어, 거지됬어”. 창녀 촌에서 일하던 어머니의 곁을 떠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게 약 20년 만이다. 어머니는 늘 남자에게 몸을 파는 것을 좋아했다. 그 돈으로 자신한테 치킨을 사주는 것을 좋아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엄마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남자들이 찾는다. 난 진짜 망나닌가봐아들은 말없이 웃는다. “우리 망나니 같은 엄마한테 치킨은 과분하고 우리 소주에 파전이나 한잔 할까

아들과 엄마가 같이 포장마차에서 소주에 파전을 먹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날씨는 춥다.

그리고 그 꿈에서 만난 여자와 놀던 중은 부처님이었는데 부처님은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여자와 잠자리를 마치고 해탈하여 떠나며 딱 한마디만 했다. “거 씨발,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게 아니라니까 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