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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7 15:19

해후

조회 수 396 추천 수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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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5.01.21 08:02
    별도 첨부할 것이 아니라
    클릭 한번에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리셨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 profile
    korean 2015.08.11 07:39
    해 후(邂 逅)


    늦은 점심을 먹고 검사실로 막 들어설 때였다. 복도 맨 끝에서 누군가 유심히 나를 응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후엔 강도강간 피의자와 특수절도 피의자들의 심문이 잡혀있고, 저녁엔 승진 전보된 선배검사의 축하연 회식에 참석해야 하기에 마음이 분주한 탓에, 예민해 진거라 생각하며 그냥 문을 열고 들어서려 했다.
    “저기요, 잠깐만요”
    검찰청의 긴 복도는 항상 어두컴컴하게 느껴지고, 조명이 밝지 않은 것이 언제나 불만이었다. 컴컴한 복도 저쪽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구두 소리와 동시에 울린 낯선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리며 들려왔다.

    2층 방은 골목 쪽으로 작은 창문이 하나 나 있고, 부엌이 바깥으로 배치된 에어컨도 없는 그런 방이었다. 6월 하순이라 그런지 습한 무더위가 방안에 끈적하게 들러붙는 날이었다.
    짐은 별로 없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간소했다. 이불보따리, 독서대, 약간의 책, 전기밥통과 밥상 정도였다.
    R은 20대를 실패했다고 여겼고, 30대를 새 출발해보자는 기분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R이 20대를 실패했다고 여기는 이유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점, 그 뒤 몇 년간 투자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시에 합격하지 못한 점, 학원에서 만난 여자친구 S는 R의 도움으로 합격했지만 냉정하게 R을 떠나버린 점 등이다.
    아직 그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 S와 공부하다 늦은 저녁을 먹은 날이면 밤늦게까지 십자가와 별빛들이 뒤섞인 신림동 가파른 언덕을 오르던 기억.
    그녀가 떠나버린 다음날, 지난 밤 잠을 청하기 위해 마신 알코올로 머리가 띵했지만 그래도 잠은 오지 않아 혼자서 그녀와 함께했던 언덕을 올랐다.
    새벽여명은 조금씩 밝아오고 신문배달부의 오토바이 경적만이 고요함을 깨뜨리는 순간, 비로소 다시 혼자라는 황홀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그건 외로움이라기보다 아쉬움...그리고 끝나가는 청춘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R이 방을 대강 청소하고 정돈을 마쳤을 때는 6월의 더운 햇살이 서쪽하늘로 조금씩 물러가는 저녁 무렵이었다. R은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한 사실을 떠올렸다.
    멀지않은 곳에 시장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R은, 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방을 나섰다.
    R은 시장 안에 위치한 돼지국밥집에서 식사를 한 후, 내일부터 근무할 독서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에서 15분정도 거리에 위치한 독서실은 이 동네에서 제일 큰 아파트단지 입구에 있었다.
    R이 독서실 아르바이트를 결심한 건, 고시공부가 아닌 시(詩)를 쓰기 위해서이다. 비약이 심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시를 쓴다고 늘 문예반 담당 선생님에게 지적을 당하던 R은 그런 지적을 받은 밤이면, 못생겼지만 몸매는 좋던 선생님을 떠올리며 수음을 하곤 했다. 그리고 다음 문예반 시간에 매끄럽고 구체적인 묘사는 어떻게 써야 되는지 천연덕스럽게 질문을 하곤 했다.

    “절 아시나요?”
    검찰청의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여자가 나를 불러 세웠다. 이곳에 가끔 피의자로 불려오는 유흥업소나 안마시술소 등의 직업여성 타입이 아니었다.
    문창과나 국문과로 가려다, 고 2 겨울방학에 아버지가 대형 사고를 치고 집을 나가는 바람에 법대로 진학한 탓에 여자 동기도 한 명도 없는데 누구일까?

    다음날 출근한 R은 전임실장에게 인수인계를 받았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야간 실장과 교대하여 작은 부스로 된 카운터에 앉아, 전화를 받거나 손님에게 돈을 받고 자리를 지정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하루 5천원의 사용료를 내고 입장하는 손님들은 인근 대학생이거나, 근처 여상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데, 간혹 일반인도 온다고 했다. 그 이외에 실장이 하는 일은 커피자판기와 음료자판기의 동전관리 정도였다.
    R의 독서실 근무는 단조롭고 지루했다. 오전엔 거의 손님이 없어 책을 읽거나 시를 쓰기 적합했지만, 시나 글은 좀처럼 써지지 않았다.
    한 낮의 조용함은 오히려 R을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었고, R은 새로운 재미를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 재미는 다행히도 빨리 찾아왔다. 인근 여상의 기말고사가 시작되자 오전에 시험을 끝낸 여상 여학생들이 독서실로 몰려든 것이다.
    그녀들은 시험을 빙자하여 독서실로 모여든 날나리들이 대부분이었고, 저녁이 되면 교복을 벗어던지고 사복을 갈아입고 화장을 한 얼굴로 어디론가 놀러나가곤 했다. 그녀들 중 몇몇은 R이 대학생인줄 알고, 오빠라고 부르며 부스 안으로 들어와 이런저런 수다스런 이야기와 질문 따위를 퍼부었다.

    오빠 무슨 공부해요? 어느 대학 다녀요? 여자 친구 있어요? 저랑 노래방 갈래요? 등등... 호기심 많은 나이답게 R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어왔다. 특히 그중 현숙이 라는 아이는 자기 집이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한다며 갖가지 과일을 한 개씩 갖다 주며 매일 부스 안을 들락거렸다.
    현숙은 귀여운 인상에 동그란 눈망울을 가진 다정한 여동생 같은 타입이었고, R은 그녀에게만은 다정하게 시도 읽어주고 자판기에서 커피나 콜라도 뽑아주는 성의를 보이곤 했다.
    R은 이때 세상의 모든 것이 귀찮고 짜증스럽다고 여기던 시기라, 여학생이나 다른 손님들에게도 늘 시큰둥하게 대해 주인 사모님께 지적을 받곤 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독서실 방을 모두 둘러보며 책걸상을 정리하고, 휴지나 쓰레기 따위를 치우는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건물주이자 독서실 주인인 사모님이 점심때쯤 방문해 독서실 방들을 둘러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독서실 입장료와 자판기 동전을 수금해가며 이것저것 지시하기도 하는데, 특히 야간 실장이 입장료를 삥땅치는 것 같으니 주의해서 감시하라는 말을 종종했다.
    야간 실장은 저녁에 출근하면 독서실을 둘러보며 학생 수와 돈 액수를 맞춰 볼 수 있지만, R이 출근하는 아침엔 이미 손님들이 다 나간 뒤라 저녁부터 밤사이에 몇 명이 왔다갔는지 몰랐고 야간 실장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몇 만원을 삥땅 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정황을 잘 아는 사모님은 매상이 줄때마다 야간실장을 의심하곤 했다.

    아버지가 사고를 치고 집을 나간 고 2 겨울방학이던 그 해는 유난히 추웠다. 경찰이시던 아버지는 도박판을 급습하여 도박 범들을 체포하던 과정에서 판돈의 일부를 슬쩍 빼돌렸다.
    얼마 후 그게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경찰들도 관행처럼 그렇게 해왔고 상관에게 상납도 하여 뒤탈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감찰반에 걸려 옷을 벗게 된 것이다.
    그 일로 부모님은 크게 다투셨고, 아버지는 나에게 국문과 같은데 가지 말고 법대에 가서 꼭 검사가 되라고 하시며 집을 나가셨다. 아버지는 조직과 인간에 대한 배신감에 크게 상심하여 집을 나간 것처럼 보여, 누나와 나는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여자가 생겨 딴 살림을 차려 나간 것이고 핑계한번 그럴듯하다며 남편을 불신했다.
    하긴 아버지는 도박과 여자를 좋아하셨고, 경찰이라는 핑계로 가정에는 소홀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내겐 한 없이 다정한 아버지여서 집을 나간 후에도 언젠가 곧 돌아 오시리란 믿음을 놓지 않았다.

    “ R검사님이시죠?”
    여자의 목소리는 세련된 외모만큼이나 부드럽고 우아했다. 피의자들이나 피해자들 속에서 늘 들어오던 금속성의 탁하고 찢어질듯 한 목소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 현숙이 아시죠?”

    어느 월요일 아침에 독서실 방들을 둘러보는데, 제일 안쪽 방 그러니까 주로 여상 학생들이 전부 자리를 차지해 떠들고 장난치는 방의 문을 여니, 한 여학생이 집에서 가져온 홑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자고 있었다.
    독서실 시계는 8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깨우지 않으면 지각할 것 같아 이불을 젖히고 얼굴을 보니 현숙이 단잠을 자고 있었다.
    입술을 오물거리며 잠들어 있는 현숙의 얼굴을 한참이나 내려다보던 R은 순간적으로 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곧 이성을 되찾고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현숙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잠시 후 R을 알아보았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안아달라는 것인지 일으켜 달라는 건지, 자신의 팔을 R쪽으로 곧게 뻗었다. R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현숙의 팔을 천천히 당겨 그녀를 일으켰다.
    현숙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어느 순간 R에게 안겨왔다. 그리고 작고 통통한 볼이 R의 빰에 부딪혀왔다.
    R은 현숙에게서 사과향이 난다고 느꼈다. 그녀가 늘 가져다주는 사과의 향이 그녀의 몸에도 배여 있는 듯 했다. 지금 이 순간 R은 자신의 고단함과 권태가 섞인 욕망을 사과향에 담아 뱉어버리고 싶었다.
    “현숙아 그만...학교가야지?”
    R은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지껄이는 자신의 위선이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오빠 잠시 만요... 스킨 냄새가 좋아요”

    현숙은 열두 살이나 적은 여상 이학년 소녀였지만, 제법 가슴이 봉긋하고 싱그러운 체온을 가진 아이였다. 사랑과 애정을 갖고 섞으면 S만큼은 따뜻해지지 않을까?
    R은 고시 합격발표 수화 음을 기다릴 때보다 더 가슴이 두근거렸다. 더 이상 현숙을 안고 있다가는 무슨 사고라도 칠 것 같아 그녀를 밀어냈다.
    현숙은 웃으며 R에게서 떨어지며 이불을 치웠는데, 작고 앙증맞은 분홍팬티를 입고 있었다. 상의는 학교 츄리닝을 입고, 하의는 팬티만 입고 잠이 든 것이었다.
    R이 얼굴을 붉히며 부스로 돌아와 신문을 보는데, 잠시 뒤 교복으로 갈아입은 현숙이 빌려간 시집을 돌려주며 웃으며 나갔다.

    R이 점심으로 라면과 김밥을 먹고 부스로 돌아오자, 주인사모님이 독서실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모님은 30대인지, 40대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늘씬한 몸매를 지닌 여자였지만, 한 번도 미소를 짓지 않는 냉정하고 쌀쌀맞은 타입이었다.
    그녀는 식사를 했는지, 무슨 공부를 하는지 따위의 사적인 질문은 절대 하지 않았고 항상 사무적이고 딱딱하였다.
    그녀가 부스에서 수금을 하고 장부를 체크하는 사이, R은 자판기에서 동전을 꺼내 비닐봉지에 담아 건넬 준비를 했다. 그녀는 모처럼 R을 부스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는데, 어느새 부스 안은 그녀의 체취와 향수냄새로 가득했다.
    “이 시(詩)... 실장이 썼어?”
    사모님은 R이 연습장에 낙서처럼 써놓은 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랑이 그리운 날엔 누군가를 떠올리자
    꿈에서라도 누군가를 기다리듯 떠올리자
    시간이 가고 세월이 가듯 사랑도 떠나가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랑은 내 곁에 내 가슴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떠올리고 떠올리자.

    “실장 문학 전공했어?”
    “아뇨 법대...”
    사모님은 처음으로 사적인 질문을 던지고 미소 지었다. 그리곤 R의 어깨를 툭 치고 부스를 빠져나갔다. 사람의 본 모습이란 건, 정해져 있지도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문득 들었다. R은 그녀가 차가운지 따뜻한지, 은은한지 화끈한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R은 또 사모님이 시를 보고 잘 썼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도 않았다.

    “현숙이라? 본인이세요?”
    시간이 지나서인지 그녀의 얼굴도 목소리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후각만큼은 그녀를 기억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세련된 그녀에게 되물었다. 여자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는 것 같기도 했다.
    “10년 전 D시 대명동 00독서실... 그래도 기억 안 나세요?”

    기말고사가 끝나고 얼마 후 방학이 되자 독서실은 조용해졌다. 아니 조용한 정도가 아니라 낮엔 손님이 하나도 없었고, R은 에어컨도 없는 부스에서 졸거나 몰래 독서실 방에서 에어컨을 틀고 시를 쓰곤 하며 보냈다.
    몹시 덥던 어느 날, 샤워를 하고 돌아오니 현숙이 부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사무실 비우고 어디 갔다 와요?”
    봉지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며 쳐다본다.
    “방학인데 웬 일이냐?”
    “저녁에 수성 못 갈래요? 오빠 저녁엔 비번이잖아...”
    “넌 남자친구도 없냐? 다 늙은 아저씨랑 놀러가게?”
    “제 또래는 어려서 대화가 안돼요”
    대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달았다. 현숙이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맛보라는 듯이 내밀고, 그 사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방학이고 날씨가 더워서인지 수성 못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오리 배를 타거나, 바이킹 등 놀이기구를 타는 곳엔 더 많았다. R은 모처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답답하던 가슴이 트이는 것 같았다. 고시를 계속 할지? 시를 쓸지? 따위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답답함과 한심함 따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현숙이 몹시 고마웠다.
    지난날의 갈등, 결절 그리고 고통은 R을 성숙하게 했지만, 아직 내일의 방향을 확신하기엔 부족한 나이였기에... 둘은 철없는 연인처럼 오리 배를 타고, 바이킹을 타면서 소리를 지르는 등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현숙은 나이가 어렸지만, R을 배려하고 때론 웃게 만드는 밝은 아이였다.
    시장 통을 지나 골목길 안에 위치한 현숙의 집은, 30촉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추는 좁은 골목 끝에 있었다. R은 피곤해하는 그녀를 업어주려 하자, 현숙은 무겁다며 사양하다가 천천히 업혔다.
    “넌 꿈이 뭐야?”
    “여상 날라리 주제에 무슨 꿈이 있겠어요?”
    “넌 그래도 꿈을 간직하고 살아야한다”
    현숙은 잠든 척하며 아무 대답이 없었다. 집 앞에 도착했지만 한 동안 그녀를 업고 있었다. 시간은 여일하게 흘렀고, 어느새 바람이 불고 비까지 조금씩 내렸다. R의 세이코 손목시계는 새벽 두시를 지나고 있었다.
    “오빠 다리 아프지?”
    “깼어? 아니 괜찮아”
    “우리 여관 갈까? 나 돈 있는데...”
    “조그만 게 까분다. 어서 내려...”
    “아니 싫어...집에 들어가기 싫다 말이야”
    현숙은 R의 목을 힘껏 안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비는 계속 내리고 현숙이 고집을 부려, 둘은 근처 24시 비디오방으로 들어갔다.
    R은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빠삐용을 골랐고, 현숙은 그냥 잘 테니 이브닝 키스나 하자는 듯 R을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작고 부드럽게 오물거리던 그녀의 입술은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만큼이나 달콤하고 감미로웠다. 키스를 끝으로 현숙은 잠들었고, R은 빠삐용을 새벽 늦게까지 보다가 마지막으로 파도에 몸을 던져 탈옥하는 장면을 끝으로 잠이 들었다.

    “현숙이 지금 검찰청에 와 있어요?”
    “무슨 일로?”
    “7호 검사실에 성매매 혐의로...”
    세련된 여자는 현숙을 보호 관찰하는 심리상담사라고 했다. 난 바빴지만 그녀를 조사실로 데려가 이것저것 물었다. 계장과 다른 수사관들은 피의자인줄 알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현숙과 헤어지고 D시를 떠난 건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다. 한 번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고 그리워했지만, 현실은 항상 너무 아프고 어두웠다.
    현숙과의 기묘한 인연은 나의 불확실한 미래의 방향을 잡아준 계기가 되었고, 나를 채찍질하게 한 시발점이 된 건 사실이다. 그 결과로 난 몇 년 만에 고시를 패스하고 사법연수원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얻어 검사가 될 수 있었다.

    “현숙이 절 찾아보라고 하던가요?”
    “아뇨...현숙이는 절대 검사님을 만나지 말라고...”
    “그런데?”
    “제가 두 사람의 사연을 들었는데, 검사님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것 같아서...”

    R은 방학동안 거의 매일 현숙을 만날 수 있었다. 야간실장이 삥땅치는 것을 눈감아 주는 대신, 그녀가 독서실 자리를 그냥 쓰도록 거래를 한 것이다. 공부를 가르쳐주고 저녁을 같이 먹거나 산책을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졸업하고 그냥 마을금고나 취직 하던지, 아니면 오빠처럼 시나 쓰던지 라며 장난치던 그녀는 대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R을 만나게 되면서 가진 긍정적 변화였다.
    그러나 삶의 문제는 언제나 운명에서 비롯되는 모양이다. R이 현숙을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어느 날 밤, 시장 통 입구에서 술 취해 귀가하던 한 사내와 부딪혔다.
    중년의 사내는 넘어졌고, R은 미안해서 얼른 그를 일으키려 손을 뻗었다. 사내는 괜찮다고 손짓하며 고개를 돌렸다. 가족을 버린 미안함에 애써 외면하려는 것이었는지, 술에 취해 R을 알아보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R은 12년 전 고 2 겨울방학에 집을 나간 아버지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시름과 상실, 사라진 시간과 원망...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든 아버지의 부재(不在)!
    아버지는 비틀거리며 시장 통을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방금 현숙을 바래다주고 돌아온 그 길을 아버지는 걸었고, 아들은 미행하듯 뒤를 밟았다. 비슷비슷한 작고 낡은 주택들이 촘촘한 골목이라, 어느 집에 사시는지 알아두기라도 할 심산이었다.
    아버지는 골목 끝 30촉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추는 집 앞에 섰다. 그리고 대문을 두드렸다. 그곳은 R이 방금 현숙을 데려다 준 집이었다.
    아버지가 들어가시는 걸 확인한 뒤, R은 비틀거리며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이슬비가 30촉 가로등 사이로 빗금처럼 내리고 있었다.
    문을 열어준 건 분명히 그녀였고, 아빠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추측처럼 아버지의 딴 살림은,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R이 비틀거리며 시장 통을 빠져나오자, 밤늦게 까지 장사를 하는 가게에서 틀어놓은 해후(澥逅)라는 곡이 귓전에 들려왔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틀어놓은 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곡...고속도로 어디쯤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린 R은 내린 차창을 올리지 않고 그 너머로, 작은 팔 쭉 뻗어 청연하게 비취색을 품은 하늘을 향해 손짓 했었다. 순간 흐르던 곡이 최 성수의 해후...
    어려서 제목도 모르고 살았고, 그때 기억조차 깊은 어딘가에 묻혀 버렸었지만, 흥얼거리던 아버지의 콧노래와 푸르렀던 그 하늘은 가슴깊이 간직되었던 것 같은데...

    R은 식은땀을 흘리고 오한을 느끼며 하루를 앓았다. 출근하지 않자, 야간실장과 현숙에게서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다음날 몸을 추스르고 아무렇지 않은 듯 독서실로 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현숙은 찾아오지 않았고, R은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잘 지내?”
    “응 오랜만이다. 무슨 일 있니? 전화를 다 하고?”
    “난 뭐 누나한테 전화도 못해?”
    “네가 전화하는 인간이냐? 너 무슨 일 있지?”
    늦은 나이에 연구조교를 하며 대학원을 다니는 누나에겐 늘 미안했다. 그러나 밝고 싹싹하여 R에겐 힘이 되는 누이였다.
    R은 아버지를 우연히 본 사실과 여고생의 존재에 대해 털어놓았다. 누나는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아버지의 원래 꿈은 경찰이 아니셨던 모양이야... 별다른 희망도, 욕망도 없이 습관화되고 파편화된 일상을...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살아가는 자신이 싫었고, 갈 곳도 없고 떠날 수도 없는 놈이라고 느껴지자, 늦었지만 옛 꿈을 함께 간직했던 여인을 찾아 나섰고, 다행히 이혼하여 남편에게 아이까지 빼앗기고 혼자 힘들게 살던 그녀를 찾아, 살림을 차려 딸 한명을 낳았다고 하시더라...

    R은 같은 남자로서, 일면 아버지의 삶이 이해가 될 듯도 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도 한 여자가 좋아지고 사랑스러워지는데...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버지는 왜 하필이면 이때 이상한 퍼즐조각을 던져주며 맞춰보라는 건가?
    구름처럼 몰려오는 역경도, 빗물로 얼룩진 상처도, 다 견디어내라 하시면 그렇게 하겠지만, 이 사랑의 방정식은 정말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현숙을 떠나서 제 삶도 괴로웠어요”
    난 세련된 여자에게 고백하듯 말했다. 그녀는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처럼 진지하고 의연한 자세였다.
    현숙이 배다른 여동생이란 사실을 안 뒤 곧바로 사라지려고 했었죠. 근데 사건이 터진 거예요.
    “무슨?”
    여자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가 아파 출근을 하지 않은 날, 현숙은 하루 종일 내게 전화를 걸고 갈만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던 모양이에요.
    근데 아버지가 혼자 방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술주정을 한 거예요. 몇 년 전부터 아버지와 현숙이 엄마 사이도 예전 같지 않고, 오히려 재회한 것을 후회하거나 원망하는 편이었죠. 그래서 현숙도 그런 분위기가 싫어 독서실을 오가는 생활을 한 거였고...
    결혼이나 동거는 생활의 방식이지, 사랑의 방식이 아니란 걸... 두 분은 뒤늦게 아신 거죠.
    그때 아버지는 아들인 나를 알아보았지만, 미안하고 면목 없음에 모른 척했고, 그게 가슴에 맺혀 술주정을 했고, 예민한 사춘기의 현숙은 아버지의 이상한 태도를 의심해 따져 물었고, 마침내 내가 오빠란 걸 알게 된 거죠.
    내가 다시 출근한 날 현숙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날부터 한 동안 보이지 않았죠. 난 떠나더라도 한 번쯤 보고 싶었고, 다시 만난다면 떳떳한 오빠의 모습으로 설수 있게, 고시 합격을 결심했었죠.

    난 더 이상 현숙이를 기다릴 수 없어, 떠나기 전날 밤...방학이라 늘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녀의 독서실 자리에 앉아 보았죠. 가지런한 책들과 물건 그리고 가방...종종 덮고 자던 홑이불.
    현숙이 미치도록 보고 싶고 그리웠죠. 휴대폰은 계속 꺼져있고...난 하지만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사실이 더 고통스러웠고 힘들었죠. 그래서 난 세이코 손목시계를 벗어 가방에 넣어두었죠. 아버지가 고등학교 입학선물로 사준 시계였죠. 그리고 간단한 쪽지를 남겼어요.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현숙아! 고맙고 미안하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자, 현숙이 누워 자던 그 자리에 누웠죠. 잠을 잘 생각은 없었는데, 그만 잠이 들고 말았어요.
    다음날 아침 자취방으로 가, 짐을 챙겨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죠. 열차를 타고 두 시간쯤 갔을 때, 지난 밤 현숙이 다녀 간 걸 알았죠. 그녀와 산책하거나 비가 내리던 밤이면 종종 입던 바람막이 여름점퍼를 꺼냈죠. 왜냐하면 열차안의 냉방이 너무 추웠거든요...근데 그 안에 봉투가 들어있었어요. 처음엔 편지인 줄 알았는데 돈 이었어요.

    나는 세련된 그녀 앞에서 어린 애처럼 울고 말았다. 그녀는 심리상담사답게 나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검사들은 강한 분이라던데...”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게 가슴 아프네요”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죠.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때문에 인생이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사법연수원 시절 우연히 길에서 야간 실장을 만나게 되었어요. 내가 떠난 2년 뒤 그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서울로 올라왔다고 하며, 둘은 반가워서 술 한잔 하러갔는데 현숙이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더군요. 술을 몇 잔 마시자 왜 그녀를 버리고 떠났느냐고 화를 내더군요.
    현숙이 당신에게 돈을 마련해주려고 원조교제까지 했다고 하며 화를 심하게 내더군요. 열차에서 세어보니 오십 만원이 들어있었는데, 현숙이 그렇게까지 한 줄은 몰랐어요.
    야간실장은 현숙이와 같이 다니던 선배에게, 둘이 같이 원조교제를 하러 다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검사님 그 후 현숙이는 성매매와 알콜 중독으로 보호관찰소에서 사회봉사와 수강명령을 받으며 저를 알게 되었어요”
    “그랬군요”
    “이번엔 상습범으로 검찰청까지 오게 되어... 현숙이가 선처를 받았으면...”
    “네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한 번 만나 보겠습니다.”

    스물여덟 살의 성숙한 아가씨가 된 현숙은, 그동안의 삶이 녹록하지 않았는지 향기는 사라지고 이름만 남은 장미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연한 볼과 봉숭아 빛 입술도 짙은 파운데이션과 갈치색 루즈로 변해 있었다.
    그녀에겐 삶의 피로와 권태가 묻어있었고,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엔 삶의 애착이 결여되어 있었다.
    10년 전 내 흐린 삶을 쓸어주던 그녀!
    난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심문하던 7호 검사는 놀라며,
    “선배님!”
    “미안하지만 자리 좀 피해주지...”
    현숙은 미동도 않고 앉아있었다. 그녀의 입에선 술 냄새가 나는 듯도 했다.
    “현숙아! 오빠 알겠어? 미안하다. 너무 늦어서 정말 미안하다”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을 뿐이었고, 담배빵과 자해로 얼룩진 팔뚝엔 낡은 세이코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어느덧 저녁노을이 검찰청의 어두운 복도와 건물사이로 스며들었고, 나는 현숙을 부축하다시피 일으켜 7호 검사실을 나왔다. 복도 중간쯤 왔을 때
    “오빠 우리 남매 맞아?”
    “...”
    “확인한 거야?”
    “누나한테 들었어”
    현숙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확인한 게 없었다. 어쩌면 나는 간절히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원했던 건 아닌지도 모른다. 나의 무책임과 방관이 현숙의 인생을 망친건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내가 그날 떠나기로 마음먹은 건, 사모님이 내게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딸을 보살펴주는 조건으로, 고시 합격 때까지 뒷배를 봐주기로 한 제안 때문이었다.
    현숙에겐 미안했지만, 당시로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잘 된 선택이었다. 사모님은 지금 나의 장모가 되었고, 국회의원인 장인 덕에 나름 승진에도 처가 덕을 보고 있다.
    현숙이 동생이건, 여자 친구이건 그런 건 이제 다 지난 일이다. 나는 더 이상 지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도, 돌아보고 싶지도 않다. 돌아봐야 삼류이던 내 인생! 더 이상 아버지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긴 복도를 지나 내 방으로 들어왔다. 현숙을 앉히고 7호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서방, 이 사건 내가 처리할게...”
    “형님, 혹시 아시는 분입니까?”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지”
    그는 나의 손아래 동서이다. 그러니까 사모님의 작은 사위인 셈이다.
    현숙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예전의 순수한 눈빛은 많이 퇴색되어 있었다.
    “요즘 어디 살아?”
    “신림동”
    “날 찾았어?”
    “엄마에게서 내가 아빠의 친딸이 아니란 사실을 듣고 오빠 찾으러 신림동으로 왔어...”
    “넌 아직 오빠 사랑해?”
    “첫사랑이니까...”
    현숙을 보니 마음이 조금 흔들리기도 했다. 가까이 두고 아버지처럼 딴 살림이라도 차릴 수 있지만 난 변했다.
    시집을 읽으며 눈물을 글썽이던 순수한 독서실장이 아니다. 그리고 장모님이 된 사모님은 늘 사위들을 이중삼중 감시한다.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세상이라는 차가운 방에서 현숙의 홑이불보다 못한 명예나 지위를 덮고, 따뜻한 온기를 만들어 보려고 애쓰지만 결과는 언제나 서늘하기만 할뿐이다.

    “이 현숙씨, 상습 성매매로 기소할 수도 있지만, 다시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기소 유예하고 석방합니다. 집으로 돌아 가세요”

    R은 심리상담사를 불러 현숙을 데려다주고 잘 돌봐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명함과 백 만원 수표한 장도 몰래 그녀에게 주었다.
    완전히 어둠이 내린 검찰 청사를 빠져나가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R은 한 동안 우두커니 그렇게 서 있었다.
    그때 퇴근을 준비하며 여직원이 틀어놓은 라디오 스피커에선, 해후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어 봐도
    그래도 슬픈 마음은
    그래도 인걸
    그대를 사랑하고도
    가슴을 비워 놓고도
    이별의 예감 때문에
    노을 진 우리의 만남

    사실은 오늘 문득
    그대 손을 마주 잡고서
    창 넓은 찻집에서
    다정스런 눈빛으로

    예전에 그랬듯이
    마주 보며 사랑하고 파
    어쩌면 나 당신을
    볼 수 없을 거 같아

    사랑해...
    그 순간만은 진실 이었어.



    <끝>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상원
    loy9488@naver.com
    010-8363-2561
  • ?
    박하늘 2016.02.12 00:25
    잘 읽었습니다
  • ?
    키다리 2017.02.05 10:32
    애절하다 못해 처절 하네요. 운명이 운명을 덮친 첫사랑의 덫...어쩌면 창녀로 둔갑한 첫사랑의 고뇌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남의 일 같지 않은 추억이 가슴 한 켠에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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