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집

by 이은 posted Dec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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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주는 꽃집

 

-프롤로그-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그 중에는 행복한 사람도 있고 불행한 사람도 있다.

이 꽃집은 항상 방문하는 사람에게 꽃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오늘도 이 꽃집은 문을 연다.

딸랑

어서 오세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집입니다.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주인으로 보이는 그녀는 나에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럼 얼른 들어 보세요, 처음은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화분에 담겨있는 하나의 꽃을 나에게 주었다.

흰색의 꽃이었고 그녀는 나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눈을 감아주세요.”

그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

사람에게 한 번씩은 있다는 첫사랑.

나의 첫사랑은 중학교 때부터였다.

중학교 시절, 그가 나에게 와 말을 걸었다.

뭐해?”

?”

그럼, 여긴 너 밖에 없거든

그림 그리고 있었어.”

나는 내가 그리는 그림을 감추며 얘기했다.

그래? 나도 보여줘

?”

네가 그린 그림, 보고 싶어

? 그래.......”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

 

그에게 그림을 보여주자 그는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그렸다. 토끼지?”

, 고마워.”

그리고 그걸 보던 주위의 친구들이 와서 그랬다.

얘들아, 얘네 사귀나봐!”

애들이 그러자 나는 그가 싫어할까봐 아니라고 계속 변명을 했다.

얘들아, 아냐! 절대

그는 살짝 웃다가 나에게 그랬다.

나랑 엮이는 게 싫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네가 싫어할까봐.......”그래? 고마워, 근데 안 그래도 괜찮은데.”

그는 내 변명을 듣고 나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 갔다.

.......”

 

그 때부터였다. 중학교 3학년, 그가 특별하게 보인 것이. 나에겐 첫사랑이었다.

그 뒤로 계속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같은 학교였다. 아니, 내가 따라 다녔다는 말이 맞았다.

그리고 대학교 때, 5년 동안의 짝사랑을 끝냈다.

나 너 좋아하는데 우리 사귈래?”

“.......진짜?”

, 당연하지.”

 

우리에겐 그 날이 친구로서 끝이었고, 연인으로서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근데, 넌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

? ....... 나 중1 !”

나보다 먼저 좋아했네?”

, 당연하지. 난 너보고 첫눈에 반했거든

그래서 7년 째 솔로였고

용기가 안 나는 걸 어떡해

그래서 우리는 사귄지 7년째에 결혼을 했다.

자기야, 우리 결혼하자.”

?”

내가 돈은 없지만 행복하게 해줄 자신은 있어. 나랑 결혼해 줄래?”

“.......뭐야, 물을 게 뭐가 있어. 당연하지!”

그리고 우리의 결혼은 신속하게 끝냈다. 지금의 우리에겐 우리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쌍둥이형제가 있다.

엄마, 아빠

? 왜 그러니?”

나 동생 갖고 싶어

남동생 있는데?”

남동생 말고 여동생!”

?.......?”

나는 항상 당황하지만 그는 항상 당황하지 않고 받아친다.

그래? 그러면 오늘은 너희 둘이서만 자야하는데?”

그건 싫은데.......”

항상 이렇게 넘어간다.

 

나에게 그란 아직도 사랑하는 존재이다. 우리에겐 권태기란 오지 않는다.

만약 권태기가 오더라도 우리는 대화와 사랑을 통해 권태기를 보낼 것이다.

그는 권태기가 오면 어쩔 거냐고 물으면 이렇게 얘기한다.

하지만 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거야, 널 사랑하니까. 지금도, 앞으로도

그러면 나도 다짐하게 된다.

나도, 널 사랑하니까. 권태기랑 당당하게 맞서 싸울 거야

그래서 우린 권태기가 무사히 지나갔다.

아직도 우린 평화롭게 지내고 있고 이런 우릴 보면 친구들은 신혼부부를 보는 것 같다며 신기하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서로 사랑한다. 죽어도, 말이다.

그는 아직도 나에게 웃으면서 말한다.

사랑해

그리고 나도 말한다.

나도 사랑해

우리에게 헤어짐이란 영원히 없다. 죽기 전까지 말이다.

아니, 죽어서도 같이 있을 거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림을 그린다. 그와 나의 이야기를 말이다.

 

-

나는 눈을 떴고 그녀는 웃으며 물었다.

잘 보셨죠? 처음부터 해피엔딩이군요.”

“.......도대체 어떻게 한 거죠?”

나는 웃는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나에게 익숙한 듯 대답했다.

이 꽃은 흰앵초 입니다. 흰앵초의 꽃말은 첫사랑이고요. 당신은 지금 꽃의 이야기를 들은 겁니다.”

꽃의 이야기라....... 이것은 실제이야기인 가요?”

나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을 회피했다.

“후훗....... 아무리 오래된 연인이라 해도 아직 신혼부부 같다니 이건 부러운 걸요?

그럼 다음 이야기 보시겠어요?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저는 모릅니다.”

주인이면 알지 않나요?”

내 물음에 그녀는 조금 웃으면서 대답했다.

후훗, 꽃의 이야기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랍니다.”

다음 이야기도 들을 수 있나요?”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그녀는 흰앵초를 가져가고 다른 화분을 가져왔다.

파란색인지 보라색인지 모르는 색의 꽃을 가져왔다.

이번에도 눈을 감아야 하나요?”

.”

 

*

선배!”

?”

오늘도 나에게 온 그녀는 예쁘다.

오늘은 뭐해요?”

? 강의해야지

나는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교수, 그녀는 나와 같은 교수이다.

, 나랑도 놀아줘요!”

그래도 우리는 교수인 걸.”

강의해야 된다는 내 말에 토라진 그녀, 아직 사귀진 않지만 언젠가는 고백할 것이다.

항상 나에게 힘이 돼주는 그녀. 그녀 자신이 나에게 힘이 된다는 걸 그녀도 알까?

강의하고 놀아줄게.”

앗싸! 그럼 우리 끝나고 밥 먹으러 가요.”

그래.”

고작 밥 먹으러 간다는 말에 기뻐하는 그녀를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요, 그럼 좀 있다가 봐요.”

그래, 좀 있다가 전화해.”

.”

 

얼른 강의를 끝내고 전화를 기다린다. 그리고 곧 전화가 온다.

선배!”

어디야?”

어디게요~”

몰라.”

, 선배 뒤요.”

전화를 끊고 뒤를 돌아보자 예쁘게 차려입은 그녀가 보였다.

선배!”

예쁘네?”

선배도 참, 부끄럽게

나의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수줍어하는 그녀를 보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 뭐 먹을 거 에요?”

너 원하는 거

전 아무거나

아무거나라....... 그거 제일 어려운 답인데?”

그럼.......파스타 먹고 싶어요!”

그럼 파스타 집에 갈까?”

내가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짓자 얼른 먹고 싶어 했던 걸 말하는 그녀다.

곧바로 파스타 집에 가서 메뉴를 주문하고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선배는 여자 친구 있어요?”

아니? 근데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은 있어

내 말에 기뻐하는 듯 표정이 밝아졌지만 곧 어두워졌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때, 메뉴가 나왔다.

얼른 먹어

 

파스타를 먹고 계산을 하고 나와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내 눈치를 보면서 다시 그녀가 물어왔다.

아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하셨잖아요. 누구에요?”

....... 매일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 되게 귀여워

“.......그래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고마워, 꼭 잘 될 거야, 그렇지?” “.......그럼요.”

나는 그녀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걸 모르던 그녀는 계속해서 표정이 어두워져갔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나는 결국 얘기했다.

안되겠다.”

“.......뭐가요?”

잘 들어봐, 그녀는 나에게 와서 매일 웃게 해줘, 그리고 항상 귀여워, 마지막으로 그녀는 나를 항상 선배라고 해.”

?”

항상 존댓말하고.”

선배?”

여자, 관심도 없었는데 자꾸 그녀 생각만 난다?”

선배.......”

들었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선배, 좋아해요.”

그거 취소해.”

?”

이런 건 남자가 해야 하는 거야, 우리 사귀자.”

좋아요!”

얼굴에 다 들어나는데, 당황한 것도 매일 아니라고 하고.”

헤헤, 선배 진짜진짜 좋아해요.”

나도

.......”

언제까지 선배라 부를 거야?”

그럼 뭐라고 불러요?”

오빠.”

알았어요. 오빠.”

그 한마디를 듣는데 내가 오빠라는 호칭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

 

그 이후로 우리는 행복하게 지냈다. 아니, 지낼 줄 알았다. 그 날 전까지.

그 날은 우리가 영화관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오빠! 무슨 영화 볼거에요?”

너 원하는 거.”

.......”

참고로 아무거나 말고.”오빠는 날 너무 잘 알아.......”

길을 걸으며 가는 도중에, 갑자기 차가 달려들었다.

안돼!”

나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차가 안 오는 쪽으로 밀었고 그 차는 나를 쳤다.

오빠!” 그렇게 살고 싶다고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사랑해.”

오빠! 왜 지금 그 말을 해, 병원 가서 치료 받고 다시 얘기하자.”

미안, 나 못 버틸 것 같다.......”

아냐, 버틸 수 있어. 제발.”

머리에서부터 피가 나오는 걸 느껴진다. 나는 어림짐작으로 이미 느꼈다. 죽을 것을.......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나를 살려내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힘을 다해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진짜, 사랑해. 알았지?”

, 알겠어. 여기 병원이야. 그니까 제발, 제발 빨리 나아서 계속 사랑한다는 말 해줘

의식이 조금씩 흐려진다.

멀리서 의사와 그녀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

오빠! 안돼! 안돼!”

옆에서 그녀가 기다리는데 내가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데.’

눈물이 흐르자 내 영혼은 내 몸 속에서 빠져나왔고 다시 내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렇게 나는 죽어버렸다.

항상 그녀의 곁에서 머물고 싶었지만 한 번에 사고로

나는 다시 그녀에게 사랑한다고도 좋아한다고도 말하지 못하게 됐다.

 

-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눈을 떴다.

어떠셨나요?”

“.......이번 건 슬프네요.”

이번 꽃은 물망초였습니다.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이죠.”

그녀는 살짝 눈물이 고여 있는 내 눈을 보고 얘기했다.

너무 눈물 나는 이야기였나요?

처음에 해피엔딩이 나오고 다시 해피엔딩이 나오긴 힘든 법이죠. 다음 얘기도 들어보실래요?”

.”

, 그럼 다음 이야기 시작합니다. 잘 들어보세요.”

이번엔 무슨 꽃이죠?”

이번엔 분홍색의 꽃입니다.”나는 바로 눈을 감았고 그녀가 웃는 소리가 살짝 들렸다.

 

*

!”

?”

쓰레기 좀 버려.”명령조. 부탁이 아니였다. 하지만 난 거절 하지 못했다.

왜냐면 나는 왕따 이었으니까.

학교에서 흔히 있는 왕따.

, 뭔 쓰레기를 버리라고 그래. 여기 쓰레기통이 있는데.”그러면서 어떤 아이는 쓰레기를 나에게 던졌다.

큭큭, 그러네.”

나를 지나가는 수많은 아이들.

그 중에는 불쌍하게 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자기도 왕따가 될까봐.

 

딩동댕동

학교 종이 치고 수많은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

왕따, 너 잠깐 나 좀 보자.”

? .......”

학교 끝나고 갑자기 부르는 왕따 주동자들.

나는 그 아이들을 따라갔고 거기서.......

!”

맞았다.

, 왕따. 조용히 안해?”

....... .”

, 그만 때리고 가서 놀자.”

맞아, 시간 없다고.”

? 가자. 넌 나중에 다시 맞자?”

? .......”

그 아이들이 가고 나는 혼자 남았다.

조금 앉아 있다 집에 갔다.

왔어?”

.”

항상 집에 오면 환하게 맞아주시는 부모님.

다행히도 내가 왕따라는 사실을 모르신다.

좀 있다가 방에 있다가 내려와, 밥 먹어야지.”

.”

 

나 혼자 방으로 왔고 힘겹게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서 책상 앞에 섰다.

....... 힘들다.”

날카로운 물건을 꺼내서 손목에 갖다 댔다.

손목에 갖다 댔지만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아픈데.......안나. 나야 되는데.......”

이번엔 세게 누르고 그었다.

그래서 이번엔  났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물방울이 계속 바닥에 떨어진다.

안 아프다. 이제는.”

이걸 몇 번씩 하니까 이미 익숙해진 것 같다.

나에게 이 일은 뭔가 잠깐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것 같았다.

항상 죽고 싶지만 죽지는 못했다.

부모님이 걱정할 까봐, 내가 왕따 당하는 걸 모르는 부모님에게 너무 미안해서.

 

내가 왕따가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나는 나도 모르는 일로 뒷담의 대상이 되었고 친구들은 하나둘씩 나를 못 믿기 시작했다.

나를 떠났고 어느샌가 혼자가 되었다.

선생님들은 모두 나를 외면했고 이렇게 이유도 없는 왕따가 되어버렸다.

부모님 앞에서는 연기를 했고 부모님은 연기를 진심이라 생각하고 믿어버렸다.

 

그리고 난 이제 죽게 되었다.

왜냐하면 다음 날, 나는 아이들에게 맞았다.

그리고 쓰러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혀서 피가 났고 그대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이미 늦었었다.

나는 과다출혈로 죽었고 왕따 주동자들과 방관자들은 모두 경찰서에 가게 되었다.

그 때, 내가 맞았던 곳에는 카메라가 있었고 거기서 증거가 나왔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나의 짐을 정리하던 부모님은 내 메모와 자해에 쓰던 피 묻은 칼을 보셨고

그 길로 학교에 전화를 해서 내가 왕따 였단 사실을 알아내셨고 왕따 주동자들과 방관자들을 다 신고하셨다.

 

그리고 지금 나는 행복하지 않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항상 죽고 싶었는데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

이야기가 끝났고 나는 눈물을 애써 참고 있었다.

못 참겠죠? 그럴 때는 울어버려요.”

그녀는 나에게 그냥 울라고 했고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울어버렸다.

그렇죠, 눈물 안 참아도 되요. 그니까 그냥 맘 놓고 울어버려요.”

“......이 꽃의 이름과 꽃말은 뭔가요?”

이 꽃은 에리카입니다. 에리카의 꽃말은 고독이고요.”

너무 슬프네요. 행복한 이야기는 없나요?”

저도 다시 행복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하지만 이건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요.”

, 그랬죠.”

그럼 다음이야기도 들으시겠어요?”

.”

좋아요, 그럼 다음 이야기로 갈까요. 이번엔 해피엔딩 이였으면 좋겠네요.”

그녀는 이번엔 가게 안에 있는 꽃 중에 하나를 갖고 왔고 그 꽃은 내가 아는 꽃이었다.

백부자인가요?”

아시는 꽃인 가요?”

, 생긴 게 특이해서 알고 있었어요.”

그럼 꽃말도 알고 계시겠네요?”

꽃말까지는.......”

그러면 다행이네요. 이제 슬슬 눈을 감아주세요.”.”

 

*

나는 드라마작가이다. 직업이 드라마작가이다 보니까 배우는 물론이고 아이돌도 가끔 만난다.

여기까지 올라서기 되게 힘들었다. 하지만 글 솜씨는 좋기에 시작한 지 겨우 4년째인데 내 드라마는 10작이 넘는다.

작가님!”

바쁘세요?”

아뇨

그 남자주인공 역이신 분께서 메인작가의 의도를 알고 싶다고 메인작가가 오면 좋겠다고 그러시는데요?”

알겠어요, 그럼 다른 분들에게 가게세요. 다른 분들도 제가 가는 걸 원하시면 가겠다고 해드리고요.”

똑똑똑

누구세요?”

메인작가입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메인작가입니다. 제 작품의 의도를 알고 싶다고 물으셨죠?”

바로 용건을 말하자 그는 대본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 혹시 이 부분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요.”

....... 이 부분은 제가 해보고 싶은 연애를 넣어봤습니다.”

그런 건가요? 다른 드라마들도 전부다 작가님이 해보고 싶은 연애들인가요?”

, 전 항상 제가 하고 싶은 연애나 겪고 싶은 일들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 넣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나에게 웃으면서 얘기 했다.

하고 싶은 연애가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전부 다 상상 이죠. 어릴 때부터 부럽다고 하는 연애는 메모장에 하나하나 써놨었어요.

그러다보니까 하나, , . 늘었던 거죠

그런 거군요. 잘 들었어요. 이렇게 훌륭한 작품의 주연이 되다니 영광이에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는 내게 말했고 나는 그 웃음에 답하듯 웃으며 얘기했다.

제 작품을 좋게 봐주시다니 제가 더 감사해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문을 열고 나와서 난 천천히 걸었다.

감독님, 촬영 시작 하죠.”

그래요, 작가님도 보실 거죠?”

당연하죠.”

, 그럼 시작할까요? 스탭분, 주연배우 좀 불러줄래요?”

!” 그렇게 촬영은 시작됐다. 촬영하기 어려울 때도 그가 주도했다.

! 드디어 촬영이 끝났어요! 무사히 잘 끝난 건 우리 남자주인공 덕분입니다.”

뭘요, 그냥 전 열심히 하자고 먹을 것을 돌리고 그냥 기운 올려드린 것 밖에 없는데요.”

그게 바로 도움이 되는 행동이었어요.”

오늘, 그럼 촬영감독인 제가 쏩니다!”

좋아요, 작가님도 가실 거죠?”

전 잠깐만 있다 갈게요.”

그 회식자리에서 난 술을 조금 마셨다. 그런 내가 가려고 하자 술 조금 취한 그는 나를 잡았다.

작가님, 어디가요?”

순간 나는 당황했었고, 애기처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쩔쩔맸다.

집에 가요.”

집에 안 가면 안돼요?”

?”

그걸 보다 못한 옆에 있던 스텝분이 도와 주셨다.

저기 작가님, 전화 오셨어요.”

없었던 전화를 왔다고 해주신 스탭분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나서 난 그를 달랬다.

저기, 제가 가야돼서....... 나중에 꼭 봐요. 알았죠?”

네에

나는 시무룩해져있는 그를 미안하게 바라보면서 그냥 나왔다.

집에 가야지.......”

나는 집에 갔고 누워서 그를 생각했다. 처음 보는 특이한 남자였다. 호기심이 발동하는 신기한 남자.

핸드폰에 메시지가 오자 확인하는데 하나의 메시지가 더 왔다. 둘 다, 그였다.

작가님, 저 작가님 좋아하나 봐요, 자꾸 작가님이 생각나요.’

그 문자를 보고 나는 얼굴이 달궈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 날, 메시지가 하나 더 왔고 그는 죄송하다고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난 그가 귀엽다고 여겼고 답장을 보냈다.

괜찮아요, 당황하긴 했지만요.”

나는 웃으면서 답을 보냈고 그는 읽었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럼, 오늘도 새 작을 만들러 출근해볼까

내가 출근도장 찍는 곳은 바로 집 근처 커피숍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쓰는 게 이미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 오늘도 아메리카노 맞죠?”

, 여기요.”

, 계산 다 됐습니다. 좀 있다가 부르면 와주세요.”.”

커피를 시킨 나는 곧바로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새 작을 쓰기 시작했다. 커피가 나왔고 커피를 가지고 오자 눈에 띄는 한 명이 보였다. 그였다.

당신이 여기 왜 있어요? 연예인이잖아요.”

마스크 쓰고 와서 괜찮아요. 그리고 난 커피 마시면 안돼요?”

그건 아닌데, 거기 제 자린데

합석해도 되죠?”

“......., 그러세요.”

나는 자리에 앉아 다시 글을 썼다. 그러던 도중 얼굴이 따가워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왜 날 보고 있어요? 안 바빠요?”

?

글을 다시 쓰려 해도 느껴지는 그의 시선에 나는 급히 정리를 했다.

어디가요?”

집에요. 앞에서 자꾸 계속 누가 보니까 글이 잘 안 써져서요.”

.......”

그럼 갑니다.”

잠깐만요, 내 말 좀 듣고 가요.”

, 반했어요. 작가님한테

“.......?”

처음에 봤을 때는 그저 그랬는데 작가님 의도를 들을 때였어요.

그 때, 작가님이 예뻐 보였어요. 이성에게 반하는 시간이 3초라잖아요. 근데 전 그 3초보다 더 빠른 1초에 반했어요.”

그래서요?”

자꾸 보고 싶어서요.”

“.......?”

계속 머릿속에 머물러서요.

내가 그 드라마 대본에 있는 작가님이 하고 싶어하는 연애 해줄 테니까 나랑 천천히도 괜찮으니까 만나볼래요?”

“.......좋아요. 사실 저도 어제 보고 나서 조금 신경 쓰였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어제 연기할 때 빛나보였거든요. 그게 멋졌어요. 아주

고마워요. 우리 천천히 만나는 거에요.”

좋아요.”

 

우리는 이렇게 썸을 타기 시작했고 스캔들과 우여곡절 끝에 연애를 시작하고 끝내 성공했다.

그의 팬들이 나를 질투하는 일도 생겼지만 그가 진짜로 날 좋아한다는 걸 알고는 응원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배우남편과 작가아내로 유명해졌고 아직도 잘 지내고 있다.

그치, 여보?”

맞아.”

그 때 진짜 반했다니까.”

나도 그랬어요. 자기야.”이런 게 행복이겠지.”

맞아, 이런 소소한 것도 행복이야.”

우리에겐 어떠한 작은 것이라도 모든 게 행복이다.

그게 행여 100% 중에 1%일지라도 말이다.

나에게 그란, 행복해질 수 있는 하나 밖에 없는 선물이다.

그도 나에게 그렇고.

언젠가는 죽지만 죽기 전까지는 함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

기분 좋아 보이는 이야기가 끝나자 나는 눈을 떴고 그녀는 또 웃고 있었다.

이번엔 해피엔딩이네요. 어때요?”

아까 전과 달리 확실히 좋은 이야기네요.”

이번엔 아까 전에 말한 것과 같이 이름은 백부자입니다. 꽃말은 아름답게 빛나다, 이고요.”

뭔가 이 이야기랑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그렇죠? 이 이야기랑 꽃말이랑 어울리지 않아요?”

.”

그럼 오늘은 여기서 끝낼까요?”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안 되는 건가요?”

내가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녀는 나에게 한 번 더 물었다.

한 번 더 볼 수 있긴 하죠. 그럼 한 번 더 보고 가실 건가요?”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 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녀는 이번에는 환한 흰색으로 가득한 꽃을 갖고 왔다.

그럼 눈을 감아요.”

, 이번에도 해피엔딩 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러길 비네요.”

 

*

나는 40도 안 된 유부녀이다.

나에겐 바람을 피우는 남편이 있다. 그는 처음엔 나를 나조차도 오글거리게 좋아했지만 점점 귀가하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느껴졌다.

, 내가 질렸구나, 바람을 피는 구나

그래서 나도 바람을 폈다.

어느 날, 바람상대와 클럽을 갔는데 그곳에 그가 있었다. 그는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나는 그를 무시했다.

그는 이런 나를 처음 본 표정이었고 내가 끝까지 무시하자 내 팔을 잡고 끌고 갔다.

이게 무슨 짓이죠?”

당신이... 당신이... 왜 여기있어?”

그는 화가 난 듯 보였고 나는 당당했다.

왜요? 당신은 오는데 난 오면 안돼요?”

그래도,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어?”

그걸 물어볼 거면 나한테 먼저 잘 해주고 물어요.”

나는 그를 지나치고 나와 다시 바람상대와 계속 있었다.

그렇게 있다 집에 가니 그가 있었다.

나랑 얘기 좀 하자

그러든지, 이혼하자고? 나야, 좋지

그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를 보고 당당함이 당황함으로 바뀌었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내가 미안해, 내가 미안하니까 바람 피지 마

당신은?”

원래부터 특별한 사이는 아니야

진짜지?”

나는 그의 눈을 보고 바보같이 진짜라고 믿었다.

알았어, 그럼 나도 정리할게

고마워, 용서해줘서

그리고 그는 그 뒤에 일찍 들어오긴 했지만 회식이 잦아졌다.

그가 회식이 잦아지자 진짜 회식을 하는 건지 궁금해진 나는 그가 일하는 부서에 전화를 해봤다.

오늘 회식 아닌데요.’

이런 말을 들은 나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전에 가던 곳으로 가봤다.

거기에는....... 여자랑 있는 그가 있었다.

그걸 보고는 난 절망했다. 아니, 절망한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실망감만 조금 있었을 뿐, 절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 때부터 다시 바람을 피기 시작했다.

바람을 다시 피고 나서 한 달 후, 정도 다시 클럽에서 만났고 그는 나를 봤다.

난 그를 피했고 그는 나를 따라왔다.

나와 그는 밖으로 나와서 얘기를 나눴다.

뭐야, 당신이 왜 또 여기 있어?”

당신은 왜 여기 있어?”

당신, 바람 안 피기로 했잖아!”

그럼 당신은!”

말문이 막힌 그는 아무 말도 못한다.

당신은! 당신도 바람 안 피기로 한 거 아니 었어?

그게 당신이 나에게 할 말이야? 양심도 안 찔리나보다. , 참 대단해, 그렇지 않아? 우리

이혼하자고?”

그래, 이혼하자

“.......당신이 힘들면 할게

그래내일 이혼동의서 가져올게

좋아, 그럼 난 간다.”

“.......알았어.”

나는 그와 헤어지고 나서 혼자 집으로 오면서 생각했다. 이게 맞을까?

우리가 처음에 결혼했을 때는 사랑했다. 사랑한 만큼 잘해줄 거라고 해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변명도 안하는 걸 보면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다음 날, 나는 식탁 위에 올려진 이혼동의서를 봤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동의를 했고 그것을 구청에 가서 제출을 했다.

그리고 나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이혼했어, 그럼 이제 전화 걸지마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고 미안해. 잘 챙겨준다면서 하나도 못해줘서.”

그럼 잘 살아.”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천천히 바깥으로 나갔다.

바깥에 나가서 한참을 걷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뭔가가 올라왔다.

나에게 그란 이제 의미 없는 사람인데....... 왜 눈물이 나는 거지?”

거기서 한참은 울었다. 누가 쳐다봐도 계속.......

 

그리고 그 날, 다른 집을 구해서 짐을 옮겨놓고 쉬려고 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저기 그....... 차장님 사모님 맞죠? 지금 차장님이 술에 취하셨는데요.”

아닌데요.”

? 전화로는 이게 맞는데...”

내 말에 전화를 건 사람은 당황한 듯 했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뭐가 맞다는 거죠?”

, 진짜 차장님 모르시는 건가요?

전화를 받으신 분 번호의 저장된 이름이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되어있어서요.”

나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순간 멍해있었다,

“...?”

, 아는 사람이 아닌 가 보네요. 그럼 죄송합니.......”

나는 순간 급해서 소리질렀다.

잠깐만요! 거기 어디죠?”

? 여기요?”

.”

“00포차입니다. 차장님이랑 아시는 분 맞죠?”

, 맞아요. 곧 갈게요.”

.”

순간 사고회로가 정지되었고 나는 대충 옷을 입고 뛰어갔다.

... ...”

숨이 차 힘들어도 계속 달렸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좋아하면서 미안해했다.

, 우리 여보 왔네? 그동안 사랑한다 못해줘서 미안했는데...”

됐고 집으로 가자.”

알았어~”

내가 그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하는 데 갑자기 어떤 여직원이 앞을 막았다.

차장님 사모님 맞죠? 저 할 얘기가 있는데.......”

, 그럼 나가서 할까요.”

.”

여기 있어, 잠깐 얘기하고 올 테니까.”

알았어, 우리 마누라~”

그 여직원은 나한테 그동안 그의 모든 회식사실을 얘기해줬다.

요즘 차장님이 회식이 잦았죠?”

? 갑자기 왜.......”

그게 사실은 저희 팀 부장님이 여자분인데 자꾸 차장님을 클럽으로 데려가셔서 그렇게 된 거에요.”

나는 그가 바람피우는 걸로만 알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놀랐다.

모르셨구나....... 일찍 말씀해드려야 됬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계속 클럽에 있었던 이유가 부장님이란 분이 데리고 갔다는 건가요?”

. 차장님이 안 된다 그래도 자꾸 데려가셔서......”

....... 이런 말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얘기해야하는 거죠.”

, 그럼 들어갈게요.”

같이 들어가죠.”

 

들어가자 그의 옆에 붙어있는 여자가 하나 있었다.

그 여자를 보고 나는 심기가 불편해졌고 다른 사람들은 다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만 마시고 들어가자.”

알았어~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부장님.”

에이, 좀 만 더 마시지.”

아니에요, 제 아내가 직접 왔으니까 저도 가야죠.”

에이, 그러지 말고 거기 아내분도 마셔요.”

아닙니다. 전 여보랑 들어가려고요. 부장님도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 있을 테니까 일찍 집에 들어가세요.

아 맞다. 결혼 못 하셨죠? 죄송해요. 그걸 깜빡했네요.”

나는 자꾸 술 더 마시라는 부장에게 노처녀라는 약점을 들이밀었다.

그 때 부장의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 했었고 나는 멋지게 10으로 이겼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내 옆에서 자던 그는 나를 보고 놀란 듯 했다.

뭐야, 당신이 왜 여기 있어?”

, 그동안 미안. 내가 자세히 몰랐네.”

? 갑자기?”

어제 여직원한테 자세히 들었어. 그 부장이란 여자가 끌고 간 거라며?”

....... 내가 일찍 말했어야 했는데.”

괜찮아. 진상을 알았으니까.”

그럼 우리 다시 같이 사는 거지?”

바로 그 문제로 가는 거야?”

당연하죠. 내 여보님.”

그게 아니지.”

? 그럼 뭔데?”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 큭큭.”

뭐야, 내 주소록 봤어?”

그는 창피해서 얼굴이 살짝 빨개졌고 나는 그걸 보고 웃었다.

아니, 누가 알려줬지.”

근데 다음엔 어떡하지?”

그 때? 그냥 내가 데리러 갈게.”

, 좋아. 나는 엄청 좋지.”

그래, 그럼 우리 다시 혼인신고 해야 돼?”

당연히 해야죠. 내 사랑하는 아내님.”

알았어.”

 

우리는 이렇게 뭔가 임팩트는 없지만 어쨌든 풀었고 계속 쭉 사랑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나 혼자 그가 바람 핀다고 오해를 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오해는 즉시 풀고 있다.

사랑해, 여보.”

맞아, 나도 언제까지나.”

 

 

-

이번 꽃은 튤립이었는데 보라색의 튤립이었습니다. 보라색 튤립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 이죠.”

이야기가 끝나자 나는 뭔가 아쉬었다.

그럼 이제 더 볼 수 없는 건가요?”

뭔가 아쉬웠다.

그래도 그녀는 웃으며 답해줬다.

걱정 마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집은 세상 곳곳에 있으니까요.”

그럼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있을지도 모르죠.”

애매한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럼 이제 안녕히 가세요.”

.”

다음에 다시 올 수 있기를.”

딸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집은 세상 곳곳에 있다.

사람들이 못 아는 것 뿐.

누구나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뒤, 꽃집을 들렸다는 기억은 사라진다.

 

 

-에필로그-

 

그 날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었다. 그와 내가 헤어진 날과 만났던 날.

그는 나에게 첫사랑이었다. 그래서 더 매달렸던 것 같다.

오직 나만 바라보는 사람, 매일 사랑한단 말을 해주는 사람,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 나에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가 헤어지자고 할 줄은 몰랐다.

갑자기 그가 만나자는 얘기에 기뻐서 화장하고 나가 그를 만났던 나는 그가 할 말을 모르고 신나 들떠있었다.

바보같이.......

우리는 같이 식당을 들렸고 거기서 얘기했다.

우리 헤어지자

“.......? 잠깐만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아니, 제대로 들었어. 우리 헤어지자

? 이유 알고 싶어

다른 여자 생겼어

“.......”

그럼 그렇게 알고 난 가볼게

그는 계산을 하고 혼자 먼저 가버렸다. 나를 버리고.

혼자 남겨진 나는 울고 싶었지만 울기 싫었다. 그래서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하지만 걷는 길에 자꾸 그의 생각이 났다.

나에게 그는 첫사랑이면서 마지막 사랑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에게 나는 별 것도 안 되는 그냥 지나가는 사랑,

사람일 뿐이었다.

그의 생각을 지우고 편의점에 들려 술 몇 캔을 샀다. 집에 가서 하나씩 의미를 짓고 마셨다.

첫 번째는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 두 번째는 그를 잊자는 의미, 세 번째는 이제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로.

세 캔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서 취해가는 동안 그는 나에게서 잊혀 갔다.

다음 날, 나는 그가 줬던 모든 물건을 버렸다. 아끼고 있었던 것도 그가 줬다면 모두 버렸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갔다.

나는 그에게 잊혀 갔고 나 또한 그를 완벽히 잊었다. 아니, 잊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길을 가다 그를 어쩌다 만났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그는 움찔했고 나는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그가 안 보이는 곳에 가서 잠깐 멈췄다. 그리고는 울어 버렸다. 울면 안 되는데 울고 싶었다.

“......., 진짜, 울기 싫은데.......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야.......”

한참동안 근처 벤치에 앉아서 생각했다.

그 뒤, 나는 집에 가서 혼자 머리카락을 잘랐다. 긴 생머리를 단발머리로. 그를 잊기 위해서였다.

잘한 거겠지?”

드라마를 보면 실연의 상처는 심하다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그 상처를 겪고 있으니까.

옛날에 난 실연에 힘들어하고 있는 드라마 여주인공을 보면 나는 저러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 옆에서 같이 있었던 그는 그 때 내 말을 듣고 다행이네라고 그랬다.

그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이해가 된다. 그는 나를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다.

나만 순진하게 그를 믿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뒤,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신은 나에게 저주를 내렸나보다. 하지만 마지막은 축복이었다.

나는 죽었다. 길을 걷다가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만 생을 마감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뒤 행복했다.

왜냐하면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집의 주인이 되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손님과 같이 들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 중 내 이야기도 숨어있었다.

내 이야기가 들어간 꽃의 이름은 튤립, 꽃말은 실연이다.

난 그 이야기를 점차 잊어가고 있었다.

 

-

. 잘 썼다.”, 유하연. 집 안가?”

하교 할 거야. 지금 이 책 다 읽었다고.”

무슨 이야기인데?”

...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집?”

그게 뭐야.”

실제로 있다면 가보고 싶다.”

그거 그냥 소설 일 뿐이거든? 설마 진짜 있겠어.”

있을 수도 있지.”

그래, 난 간다. 내일 보자.”

. 내일 봐.”

혼자 걷는 한 소녀.

진짜로 있을까?”

혼자 걷다가 모르는 길로 와버린 그 소녀는 한 가게를 보게 된다.

딸랑

?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집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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