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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 posted Feb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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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어? 이 녀석들 어딘 나~”

 

거실로 나온 민영은 애완동물들에게 인사를 던진다. 하나 둘씩 어디선가 나타나는 녀석들. 민영의 주변을 맴돈다. 바닥에 앉아 질투심 많은 샤샤 먼저 쓰다듬어 주고 삐삐 아띠 냥 순으로 아침 인사를 격하게 마무리 한다.

대충 출근 준비를 마친 민영은 자신보다 늦게 출근하는 수영에게 아이들과 동물들을 부탁하고 서둘러 출발한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그녀의 출근 시간은 10시까지. 여유가 별로 없다. 아이들 유치원 보낼 준비 시키고 동물도 끼니 챙기고 이것저것 잡스러운 집안일을 닥치는 대로 하다보면 등을 누가 밀기라도 하는 듯 정신없이 하루의 끝에 가 있는 날이 많다.

수영과 민영이 결혼한 지 4. 24평집에서 대 식구를 이루고 살고 있다. 부부 아이 둘 애완동물 넷. 조용할 날이 없는 집안은 시끌벅적 화기애애 민영이 원하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완벽한 성격에 까칠한 수영에게는 지금의 삶이 조금은 버거워 보인다. 풀어 해 친 머리카락 같은 집 꼴 하며 아이들의 흔적들 개와 고양이 역사적 자취까지 그녀가 꿈꾸던 결혼생활은 아니였다. 그녀는 그가 좋았고 그래서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 여기에 있는 수영이다.

그들의 인연은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주저앉은 아띠를 안고 정신없이 찾았던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 하다는 말을 했다. 3년간 아이들과 수시로 드나들던 병원이다 보니 안타까워했다. 수소문 끝에 일산 쪽 동물병원을 연결해 주었다. 강남에 살고 있어 멀 긴 했지만 고칠 수 있다니 망설임 없이 일산병원으로 향했다. 아띠를 캐이지에 눕히고 1시간 가령 달려 도착한 건국대 동물병원.

다행히 시간은 걸리겠지만 다시 걸을 수 있을 거라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치료를 시작했다. 침술 요법에 약물치료 물리치료. 2주간 입원하여 집중치료를 했고 민영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너무 힘들어 하는 아띠를 위해 나머지 치료는 통근 치료로 진행했다. 아띠는 석 달 간의 치료로 다시 걷게 되었다. 민영에게 반가운 소식 하나가 더 찾아왔다. 동물들 하고만 지내던 노총각인 그에게 여자가 생긴 거다.

민영은 자신과 결혼하는 여자가 최소한 동물을 좋아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선지 몇 년간 다니던 한아름 동물병원에서 직원의 소개로 한 여자 분과 관심을 갖고 몇 번 만나기도 했다. 서로 좋아지려는 찰라 아띠가 아프다보니 치료에 정신이 팔려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많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긴 외로움을 숙명으로 받아드리려는 그에게 그녀가 나타났다. 그 녀석의 치료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아띠를 치료해준 의사선생님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그 의사가 수영이다.

그녀의 첫 인상은 좀 차갑다고 해야 하나 차분하다고 해야 할까. 귀여운 외모에 동물을 좋아하는 그녀가 맘에 들었다. 1년여 간의 연애를 마치고 그들만의 아지트를 꾸렸다.

수영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샤샤 냥 삐삐 아띠와도 잘 지내줬다. 사실 그녀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인간이 좋아 의사가 되었겠는가. 그녀도 마찬가지로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연애하며 그도 그녀가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건 느끼고 있었다. 민영은 자신의 애완동물은 좋아할 수밖에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터라 수영이 분명 샤샤 냥 삐삐 아띠와 잘 지낼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민영은 행복했다. 누가 봐도 가족 모두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지 않은가.

 

분명 월요일이었는데 언제 지나갔는지 휴일이다. 참 정신없이 가는 일상에서 언제부턴가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겁은 많아도 사람 좋아하는 샤샤. 어디에 있는지 몇 날 몇 칠 눈앞에 나타나질 않았다. 신경은 쓰였지만 질투심 많은 아이라 삐쳐서 어디 숨어 있다 했다. 한동안 나타나지 않던 샤샤가 아침인사 시간에 얼굴을 보이자 반가운 맘에 번쩍 안으려는 찰나 샤샤가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그의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7년간 함께하며 샤샤의 그런 모습을 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 집안은 고양이와 개들의 으르렁 대는 소리에 조용할 날 없었다. 급기야, 샤샤와 냥이가 가출을 일삼았다. 잡아오면 나가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수영이 민영에게 동물을 입양 보내는 것이 어떠냐는 말까지 나왔다. 요즘 들어 녀석들의 행동이 정상적이진 않았다. 애완동물들 뒤처리하느라 혼이 쏙 나가있는 날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동물을 끔찍이 여기는걸 아는 그녀였지만 연애 때 그러려니 생각했던 그의 상태는 더 심했다.

 

미안. 내가 더 신경쓸께

생각해봐. 나도 힘들고 당신도 힘들잖아.”

원래 순한 녀석들인데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나. ~ 당신이 조금만 이해해줘. 우리 가족이잖아.”

다시 거실로 향하는 민영. 그런 그의 태도에 수영은 한숨을 내뺀 는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다.

몇 칠 후 야근 중인 민영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걸려온 전화. 아내였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한 수영은 민영을 대신하여 삐삐와 아티를 산책시키러 나갔었다. 갑자기 속력을 내 달리는 통에 목줄을 놓쳐 개들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민영의 머리 위로 주먹이 떨어졌다.

 

언제 그랬는데..다 찾아봤어?”

그럼요, 동네 주변 다 돌아봤는데...없어요. ”

어떻게 했길 래....”

나 때문에 그랬다는 것예요?”

아니! 그건 아니고. 당신도 놀랬을 텐데 미안해.”

 

민영은 집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집 인근을 뛰어 다니며 삐삐와 아띠를 찾았다. 그렇게 이삼일이 지났지만 강아지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민영과 아이들은 시간 나는 대로 삐삐와 아티를 찾으러 다녔다. 민영은 시간이 지나면서 포기해야 하나 하며 절망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수도 없고 말이다.

강아지만 찾으러 다니는 민영에 대한 불만으로 수영은 속이 부글부글 타 들어갔다. 보름째 퇴근과 동시에 주말만 되면 쏘다니니 그럴 만도 했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아내에게 출장을 갔다고 속였다. 7일간, 강아지들을 반드시 찾으리라는 각오로 미친개처럼 뛰어다녔다. 힘들 긴 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같이 한 그들을 이렇게 포기할 순 없었다. 그리고 이제 그가 집에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이제 집으로 가야한다. 차 트렁크에 잠자고 있던 양복을 들고 찜질방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기 만 한 민영.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완 달리 혼자 집 앞에 서 있으니 삐삐와 아띠가 떠오른다. 눈이 찡하며 눈물이 흘렀다. 깊게 숨 하나 들어 쉬고 현관을 열었다.

 

여보, 나왔어. 별일 없었지?”

아빠

 

그에게 달려와 안기는 소희와 민수.

 

아빠 아빠. 강찌 왔어.”

강찌?”

 

옆에 있던 소희가 민수를 제치고 다가와 말한다.

 

삐삐 아띠 왔어. 저기 저기.“

 

아이들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자신을 향해 꼬리치는 것도 잊었는지 지들 집에 들어가 앉아만 있었다. 반가운 맘에 눈물에다 코물까지 마구 분출된다. 삐삐와 아띠에게 다가가 그 녀석들을 안고 혼내기도 하고 얼르기를 한지 1시간이 지나고 부엌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예요.”

조심해. 다친 줄 알았네. 삐삐랑 아띠는 언제 온 거야? 아까 전화했을 때 아무 말 없었잖아.”

당신 오기 얼마 전에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문 앞에 있더라구요.”

 

조금은 건조하게 말하는 수영이 이상해 보였지만 자신한테 화가 나서 그런가보다 한다.

 

어수선 했던 일상이 멀어지고 평온한 주말 오후가 찾아왔다. 머리 속이 화창해진 민영은 가족들과 함께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얼마 전 악몽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그는 강아지 목줄을 나무에 단단히 묶어 두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실껏 놀아준다. 수영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얌전히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노려본다.

 

이번 결혼기념일을 위해 수영은 민영과 둘만의 여행계획을 세웠다. 아이들과 저 놈의 동물들을 몽땅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홀가분하게 떠날 각오 굳힌 그녀다. 즐거운 상상을 하며 집으로 돌아 온 그녀의 얼굴색이 잿빛으로 변한다.

 

샤샤가 새끼를 낳어. 정말 이뻐. ”

그래요? 어디보자. 귀여워라.”

아무래도 내일 가기로 한 여행은 다음으로 미뤄야겠어. 샤샤가 너무 예민해 있어. 장모님이 맡기기엔 샤샤에게 무리겠어

머라고..당신이 그렇지. 나보다 이것들이 먼저죠.”

말을 왜 그렇게 해. 담달에 꼭 가자. 내가 더 좋은 곳을 알아볼게.”

 

고양이 새끼들을 보고 신이 난 민영. 그녀에겐 항상 남편이 먼저였다. 아이들도 동물도 모두 귀찮기만 했다. 근데 민영은 그녀보다 아이들이 샤샤가 삐삐가 그놈의 동물들이 항상 더 중요한 것이 싫다. 또 다시 고양이에게 밀린 그녀는 쓴 웃음을 지어 본다.

고양이 새끼들이 난지 몇 칠이 지나고 아침 행사를 위해 거실로 나온 민영은 고양이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콧노래를 부르며 양반다리를 하고 얼굴에 아빠 웃음을 한가득 머금었다. 조심스레 손을 넣어 아기들을 살피던 그의 표정이 굳어 버린다. 건강했던 새끼들이 주검이 되어 손 위에 놓여 있었다. 곁으로 다가온 샤샤는 울어대며 지 새끼의 주검을 향해 따뜻한 입김을 불어 넣느라 바쁘다.

평소 같으면 벌써 출근하고도 남을 시간에 작별인사가 없는 민영. 눈 뜨자마자 고양이 개와 교감하느라 바쁜 민영이 너무도 조용했다.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은 그녀가 이상함을 느끼고 거실로 향한다. 움직임 없이 샤샤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는 순간 샤샤가 수영을 향해 날아온다. 샤샤만이 아니였다. 냥은 물론이고 삐삐 아띠까지 그녀를 향해 무서운 눈빛으로 으르렁 대는 것이 아닌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수영은 저 더럽고 시끄러운 것들 다 버려 버리라고 소리친다.

새끼들을 수습한 지 한 달이 되어 가도록 샤샤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들이 그녀에게 보이는 반감은 줄어 들지 않았다. 아내와 동물들 사이에 낀 민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강아지들의 스트레스도 풀어 줄 겸 산책하기로 하고 문은 나선다. 1시간 정도 지나 돌아 온 집에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고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 외출을 했나 하고 불을 켜는 순간 샤샤가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인기척을 듣고 달려온 아이들의 눈엔 공포로 가득했다. 수영을 찾아 안방으로 들어 가보니 담담한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샤샤..당신이 그랬어?”

내가 얘기 했죠. 버려버리라고 샤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기나 해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샤샤을 죽였다는 거야

죽을 줄 몰랐어요. 집히는 대로 던졌는데 거기에 그만.”

수영은 동물을 싫어한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인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든 그녀가 동물을 싫어한다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녀의 남편이 동물을 가족처럼 좋아하는 것이다. 민영도 그녀가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같이 생활하다보면 사랑스럽기만 한 이 아이들을 좋아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결혼생활이 계속 될수록 애완동물들에 대해 히스테릭해 졌다. 좋아하게 될 거란 예상과 달리 그녀에게 애완동물은 질투의 대상이었다..

민영은 그때 알아야 했다. 그의 애완동물들이 왜 갑자기 돌변하고 이상 행동을 하는지 생각해봐야만 했다.

다음날 소희와 민수는 어머니에게 맡기고 불안하긴 했으나 냥와 삐삐, 아띠는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모든 걸 지켜본 아이들은 엄마만 보면 울었고 슬슬 피하느라 바빴다. 애완동물들은 이제 거실에 나오려 하지 않고 구석진 곳에 셋이 뭉쳐 숨어 있었다. 민영 역시 수영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별거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아이들은 주기적으로 엄마와의 만남을 가졌다. 민영은 수영을 보고 싶지 않았으나 아이들에게 엄마의 자리를 지우고 싶진 않았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러 가고 집이 비었다. 샌드위치에 낀 양배추처럼 축 늘어진 민영은 망가진 센서등이 켜지지 않아 어렵사리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고 무거운 몸둥이를 옮겨 쇼파에 내던진다. 아이들이 없으니 한없이 가라앉는 저녁이다. 잠시 눈을 감고 있는 다는 것이 30분을 졸고 말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귀엽둥이들 밥 줘야겠다는 찰라 집안이 짙은 어둠 속 침묵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둑인가 아님 어머니가 나 쉬라고 다 데리고 가셨나. 우선 거실에 빛을 제공해 본다. 그대로다. 잠시 귀를 있는 대로 벌리고 소리에 집중해 본다. 역시 침묵뿐이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도둑이 들었다고 해도 삐삐와 아띠 냥은 어디 갔단 말인가. 머리에 번개가 떨어지고 목에 확성기를 달은 사람처럼 그들의 이름을 불러 된다. 있는 대로 질러대던 목을 잡고 방으로 간다. 정신을 차리고 집안에 애완동물들이 있을만한 곳을 향해 부지런히 눈을 돌린다. 민영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된다. 그들이 그의 침대 위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삐삐! 아띠! 여기서 머 해? 이 놈 들이

 

나의 친구들은 내가 여기까지 온 걸 알면서도 자는 척 할 만큼 응큼하지도 둔하지도 않다. 저 멀리 민영의 차 소리에도 삐삐와 아띠는 나를 향해 짖던 아이들이 아닌가. 나의 친구들은 차가웠다. 샤샤의 새끼들도 꼭 그랬다. 이런 멍청이.

얼마가 흘렀을까 온전하지 않은 정신 상태로 하루가 갔다. 전화가 울리는지 어쩐지 저 멀리서 지저 된지만 그에겐 드리지 않았다. 다시 찾아 온 어둠 속에서 내일 돌아올 소희와 민수 생각에 얼굴을 쓰러 내린다. 아이들에게 이 모습을 보일 순 없지 않은가. 평소 다니던 동물병원으로 삐삐와 아띠을 옮겼다. 그들의 장례를 부탁하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확인해야만 했다. 그들의 죽은 이유를. 그렇게 그냥 보낼 수 없다.

돌봐주는 아주머니가 계셨지만 아이들과 애완동물만 있는 것이 맘에 걸려 cctv를 설치해 두었다. 우선 그것부터 확인해 보기 위해 tv 앞에 두었던 기계를 집어 들고 칩을 뺀다. 카드리더기에 칩을 놓고 노트북 화면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민영.

 

무엇이든 찍혔겠지. 도둑이든 미치광이든.

 

어두운 실내에 tv소리와 애완동물들 끼리 장난하는 모습이 나온다. 금세 흐르는 눈물. 그립다. 따뜻한 온기. 나의 친구들 이제는 아무도 없다. 나나 아이들이 없을 때 애완동물들은 주로 잠으로 하루를 보냈기에 화면 속에는 그들의 잠자는 모습만 나왔다. 멈춘 화면 같은 그림이 얼마간 지속될 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몸은 낮추고 새로운 등장인물에 중심하는 민영. 여자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시간이라 그녀의 모습을 금세 알아볼 수 없다. 점점 화면에 등장인물의 얼굴이 뚜렷하게 등장한다. 어이없는 표정의 민영은 플레이 되고 있는 노트북에 눈을 고정하고 상황을 주시한다.

 

잘 있었니? 난 너희가 싫어. 니들 때문에 내가 어떻게 된 줄 아니. 그가 날 버렸어. 이 거지같은 것들 때문에 말이지. 짜증나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어떻게 할까?

 

팔뚝에 올라오는 소름에 자연스럽게 몸서리치는 민영.

여자가 찍힌 화면에서 정지시킨다. 그녀는 바로 한아름 동물병원 직원의 소개로 만났던 이혜원이었다. 머리가 투명해지는 느낌. 그녀가 왜 어떻게 화면 속에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 이해할 수가 없다. 겁에 질린 냥과 삐삐 아띠는 그가 없는 공간에서 받았던 학대를 기억하듯 오금을 피지 못하고 구석으로 향했다. 익숙한 장면을 본 듯 태연히 의자에 앉아 미소 짖는 그녀.

 

금방 끝 날거야. 나도 너희들이랑 긴 시간 보낼 생각은 없단다.”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물체 하나를 집어 든다. 손에는 그들에게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두꺼운 장갑을 끼고 천천히 삐삐에게 다가가 간다. 순식간에 수영의 손에 들린 물체가 그에게 닿았고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삐삐는 얼마 걸어가지 못하고 푹 쓰러진다. 그리고 아띠. 화면에서 사라져 냥을 찾기 위해 집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나운 발자국 소리만 요란하게 들렸다. 아띠와 삐삐가 담긴 상태로 화면은 한동안 정지 상태가 유지 된다. 민영의 퇴근시간이 가까워 지자 서둘러 그들의 시체를 옮기고 사라지는 그녀.

 

~ ”

 

쇼파에 몸을 기대고 천장을 향해 숨을 내뿜는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오디오에서 지껄이던 말을 떠올려 본다. 그들의 과거를 회상하며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

 

화면에도 그의 침대에도 냥은 없었다. 온 집안의 불을 켜고 찾기 시작했다. 한번 숨으면 몇 칠이고 나타나지 않는 녀석이라 지금껏 몰랐다. 이제 그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 무서웠을 냥을 생각하며 찾고 찾던 민영 앞에 냥의 꼬리가 보였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만 살짝 돌려주는 냥.

냥을 안정시키고 다시 거실로 나와 자판을 두드린다. 사건현장을 목격한 cctv의 파일을 저장하고 무얼 먼저 해야 하나 생각한다.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가 머리에 떠오르는 건 물음표뿐이다.

이젠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신기할 정도로 세월이 흘렀건만 그녀가 자신의 집 거실에 있다니. 그녀와는 한 달 정도 만났던 거로 기억한다. 짧은 만남이어기에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연락이 뜸해졌고 아띠 덕에 만난 와이프와 곧 연애를 시작했던 그였다. 그 뒤로 그녀완 만난 일도 연락한 적도 없었다.

얼마간 경찰서를 수시로 드나 들었다. 사건내용을 반복해서 묻고 그녀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는 경찰. 사건해결보다는 그녀와 민영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그들에게 이 일의 해결을 바라기엔 어려워 보였다. 경찰관들 눈에는 그냥 키우던 동물들이 죽은 일쯤이라 귀찮게만 여기는 듯 했다. 가지 못하는 날엔 전화로 시간이 되는 날은 찾아가서 재촉하고 체급하니 경찰도 포기하고 애완동물들의 죽음에 관심을 가져줬다.

증거는 명확했기에 경찰의 연락을 받고 다음날 모습을 나타낸 혜원. 민영을 보며 발을 때지 못한다. 자신의 애완동물에게 그런 짓을 할 여자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녀를 만났을 때처럼 착해 보였고 여리 여리한 여자였다. 화면 속에서 혜원이 한 짓을 보고도 지금 나타난 저 여자가 그랬다는 걸 믿기 힘들었다.

경찰이 혜원에게 민영의 집에서 찍힌 영상을 보여주면 취조를 시작했다. 그녀의 입에서 말 같지 않은 말들이 나온다.

 

저 인간이 지가 키우는 애완동물들 때문에 날 버렸어요. 개만도 못하게 취급하더군요. 그리고 금세 다른 여자랑 결혼까지... 난 원래 동물 좋아했어요.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고 있었죠. 지금은 없지만.”

 

그래서 서민영씨 한테 복수하는 마음에서 남의 집에 무단침입해서 동물까지 죽인 겁니까?”

그 개새끼만 안 아팠다면 우리 안 헤어졌을 거예요. 결혼도 했겠죠. 난 불행한대 그는 아주 행복해 죽을 지경이더군요. 그래서 그냥 장난 좀 했어요. 와이프가 애완동물을 산책시키는 길에서 종종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동물들과도 친해졌죠. 그리고 가끔 놀러도 가고 그렇게 한 달 정도 작업을 하니 동물들이 날 경계하지 않더군요. 멍청한 것들이 말이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혜원의 말을 듣고 있던 민영은 그녀에게 다가간다.

 

머야. 그럼 요번만 당신이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샤샤 새끼도 당신이 그런 거야?”

! 샤샤! 사람을 엄청 좋아했지. 생각보다 쉬웠어요. 그래도 외부사람은 경계할 거 같아 당신 부인 옷을 입었죠.”

이 미친년. 너 때문에.... 내가 당신한테 멀 그렇게 잘못했다고. 남자 여자 만나다 헤어질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나? 내가 당신한테 결혼하자고 했었나? 넌 그냥 미친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