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솔로의 시

by 달월 posted Jan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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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혼자다. 외롭다. 주말이다. 더 외롭다. 혼자 애인도 없는 사람이 주말이 되면 더 외롭다. 외로움의 극치다. 마음이 외로우니 육체 까지 쳐진다. 오라는 사람도 없고 갈 데도 없다. 한 마디로 미치겠다. 담배를 피워 문다. -한숨이 나온다. 창밖을 본다. 하필이면 그 때 나만한 쌍쌍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지나간다. - 한숨이 한 번 더 나온다.

일단 옷을 주워 입는다. 누추하지 않게, 솔로 라는 티를 내서는 안 된다.그땐 외로움을 넘어 비참해 지니까.

밖으로 나선다. 길 위를 걷는다. 날씨가 춥다. 내일이 크리스마스다. 코트 깃을 세우고 걷다 보면 종종 솔로 여자가 눈에 보인다. 문득, 다가가고 싶어진다. 내 이상형 이면 더 그렇다. 허나, 마음뿐이다. 용기가 안 생긴다. 그러니까 여태 혼자지. 자학 까지 하게 된다.

내게 여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나도 있었다. 단지 깊이 사귀질 못했을 뿐이다. 오래간 여자가 없다. 손도 못 잡아 봤냐고? 손도 잡아보고 키스도 해 봤다. 그런데 오래 못 갔다. ? 진단을 해 봤다. 무엇이 문제 일까?고민도 해 봤다. 문제는 내게 있었다. 손을 잡고 키스를 해도 더 이상 진전을 바라지 않는 나의 이상심리. ? 도대체 왜? 마음속에서 싹트지 않는 사랑. 진정한 사랑이 움트지 않는데 더 만날 필요가 있을까. 그럼 어찌해서 손잡고 키스를 해도 진정한 사랑이 생기지 않을까? 연구를 해도 답이 안 나왔다. 단지, 인연이 아니니까 .로 결론이 도출되면 그 때에야 한 시름 놓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거리는 온통 축제 빛이다. 담배를 피며 계속 걷는다. 시계를 본다. 12. 밤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밤이 되면 도심의 거리는 온통 형형색색의 빛이 되겠지. 역전 까지 걷다 무작정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 밑으로 내려간다.

그때다 !

내가 뭘 잘못 했는데 ...... .”

내 또래의 남자와 여자가 계단 중앙에서 싸우고 있다. 여자가 고함친다.

오빤 , 항상 그런 식이야.”

그런 넌 어떻고.”

남자가 핏대를 세운다. 그 둘을 피해 지나면서 나는 속으로 짐작한다.

상당히 오래 사귄 것 같은데...... .”

뒤에서 남자가 소리친다.

어디, 니 멋대로 해봐.”

여자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린다.

끝이야. 헤어져. -.”

나는 둘의 사이가 은근히 부러워진다.

저런 싸움 한 번 해 봤으면.”

혼자 중얼거리며 개찰구로 들어간다. 지하철 안은 복잡하다. 귀찮다. 두 정거장 가다 내린다. 배가 고파온다. 점심을 안 먹고 나온 게 후회된다. 다행히 돈은 있다. 김밥을 두 줄 사먹고 가게문을 나서자 후-욱 찬바람이 불어온다. 행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스쳐 지나간다.

혁수 씨는 비관 주의자 같아.”

언젠가 마지막 만나는 날에 혜숙이 말했다.

난 비관 주의자는 싫어.”

그녀는 훌쩍 떠났다.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우린 깊게 사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건 나만의 착각 아니었을까? 그녀는 내게 마음을 연건 아니었을까? 내 마지막 여자는 그렇게 떠났고 그 후로 1 년 동안 나는 아무도 사귀지 못했다. 혜숙이 떠나도 나는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 미련도, 여운도 없었다. 그녀는 몇 번 문자를 보내 왔으나 나는 답 하지 않았다.

가벼운 사람.”

그녀의 마지막 문자였다.

그래, 난 비관 주의자 에다 가벼운 사람이다.”

나는 혜숙의 문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녀는 그 후로 연락이 끊겼다.

집에 가자.”

혼자 중얼거리며 오던 길을 되돌려 집으로 온다.

썰렁-.집 안이 귀신도 안 나올 것 같이 허허롭다.t.v를 켠다. 곧 끈다. 책을 집어 들었다가 접는다. 잠을 청해 본다. 곧 일어난다. 창밖을 본다. 커튼을 닫는다. 이리저리 방 안을 서성이다 고등학교 친구 놈에게 전화를 한다.

, 바쁘다. 나중에 통화하자.”

놈은 크리스마스에도 일 해야 한다며 전화를 끊는다.

놈에 비하면 내 직장은 상관이네.”

나는 거울에 대고 혼잣말을 한다.

내가 누나죠?”

북한산을 손잡고 걸으며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2학년 이었고 나는 1학년 이었으니 누나 맞았다.

“...... .”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내려.”

“...... .”

여전히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갈게.”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곧장 내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우린 그 후로 만나지 않았다.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번호를 확인한다. 김 윤정 ! 북한산을 함께 손 잡고 올라갔던 누나. 문학 동호회에서 만나 나는 주장으로 그녀는 부 주장으로 그냥 별 일 없었던 누나. 아무 일 없이 손만 잡고 덤덤했던 관계. 전화벨이 계속 울리다 지쳐 꺼진다.

인연이 아니니까.”

나는 옹아리 하듯 중얼댄다. 나도 여자를 깊게 사귀고 싶고 싸움도 하고 싶고 너 없으면 죽네 사네 아옹다옹 하고 싶다. 그런데 ...... .거울을 본다. 안경 쓴 모습이 낯설다. 안경을 벗는다. 희미하다. 다시 고쳐 쓴다.

나도, 내 마음을 , 진실된 마음을 줄 여자가 필요 하다고.누나든 , 동갑이든 ,연하든 말이야.”

침대에 벌렁 누우며 소리친다.

그런데 왜? 안 나타나는 거야 !”

바깥에서 케럴이 들려온다. 무자비한 겨울을 혼자 보내야 하는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설핏 잠에 빠져든다.

오빠가 첫 키스예요.”

옥화는 말했다. 극장에서 만났던 여자.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던 여자. 혹시 혜숙이나 윤정이나 옥화는 내게 마음까지 연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왜? ? ? 언 듯 잠에 빠져들며 나는 울고 있었다. 케럴 소리가 사라지며 멀리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비관 주의자. 가벼운 사람.”

누군가 했던 말이 꿈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남 상봉 .

이메일 nambong51@naver.com

010-9224-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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