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도 별이 있을까?

by 아라 posted Feb 24,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구름 위에도 별이 있을 까?


구름 위에도 별이 있을까?

 오늘은 여행이 끝난 날이다. 홍콩 여행이 끝난 나에게 가장 힘든 사실은 내일 학교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은 내가 방학이 끝나기 딱 하루 전까지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나는 체력적으로 다음 날 바로 학교를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으나 여행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얼마나 오래 있었던지와는 무관하게 아쉬웠다.

“엄마, 이번 여행 재미있었어?”“많이 아쉽다,”

“그러게”


우리 가족을 출국 수속을 밟으며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섰다. 

올때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서 3시간 후에서나 떠 날 수 있어서 걱정했지만 오히려 차라리 연착이 되어서 다음날 학교에 안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하지만 무정하게도 게이트는 30분 쯤 전에 열려서 미리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작은 비행기라 게이트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이동하였다.


우리가 타고 갈 작은 비행기를 보며 나는 다시금 싱가포르의 그 날을 떠올렸다. 

아직도 나는 이런 작은 비행기를 타고 당시 우리가 거대한 하늘 속의 그저 한 점이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힘없이 흩날리는 비행기 속에서의 그 날을 떠올리니 다시금 비행에 대한 나의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그래도 오늘은 태풍 소식도 없으니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의 비행기는 속력을 내기 시작하였고, 나는 잠을 청해 보려 노력하였다. 

“괜찮아?”

“으..응”

마치 눈을 뜨면 비행기가 다시 휘청거릴 것만 같아 나는 눈을 감았다.

다행히도 우리 비행기는 안정적으로 날아올랐고 마침 밤 비행기라 나의 눈꺼풀이 무거워 졌다.

감기는 눈과 다가오는 암흑, 나는 그 속에서 이 곳이 비행기라는 사실을 잊으려 했다.


얼마나 지났을 까 나는 중간에 잠시 눈을 열어 주변을 둘러 본다. 내 앞의 의자가 그대로 있다.

기내는 여전히 어두웠다. 나는 시간을 알아보려 휴대폰을 꺼내기 위해 가방을 꺼냈다.

그때였다, 나는 곁이 허전하다는 것을 알았다.

양 옆의 부모님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나는 당황하여 주변을 보니 다른 줄에도 사람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다 내린 건가?’

‘부모님이 나를 버리고 갔을리가 없는데,’

하지만 내가 창을 보았을 때 나는 이 곳이 아직 하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여기요?”

“아무도 안계세요?”

나는 이 상황과 혼자라는 두려움에 불안해 졌다.

“정말 아무도 안 계세요?”

나는 비행기를 돌아다녀 보기로 하였다. 모든 열을 확인 하였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비행기가 떠 있으니 나는 조종실로 가보기로 하였다.


조종실 문을 두드린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는 더 크게 문을  두드려 본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무슨 일 일까?’

‘아마 아직 꿈이 겠지’

‘하지만 이 촉감은 생생한걸’

나는 이 곳이 꿈이라 확신했다. 이 곳이 현실일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만약 현실이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없었다.

나는 고민했다, 이 꿈에서 나올지 아니면 조금 더 있을 지.

왜냐하면 이 곳에서의 나의 경험은 아마도 나중에는 더 이상 느껴보지 못할 스릴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의 두려움은 나를 붙잡았다.

아무래도 이 곳에 계속 있는 것은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좌석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현실로 가기 위해서.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올 수는 없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커다란 심장 박동을 최대한 무시하고 잠에 들었다.


너무 덥다. 우린 항상 여행을 이런 방식으로 다닌 것 같다. 처음에는 언제나 휴식을 목적으로 계획하지만 결국 그 계획은 아주 바삐 다니는 여행객으로 바뀐다.

우린 오늘도 아주 바쁘게 홍콩의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엄마, 괜찮아?”

“많이 덥네”

우린 점점 더 컨디션이 안좋아 져서 한 5분 동안 돌아다니다 다시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들어가야 했다.

마치 화성에서 사는 것처럼, 우리는 쾌적한 산소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도 평소에 이 시각에 학교에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이 시간이야 말로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그 것을 생각하며 이 시간을 최대한 기쁘게 보내고 싶었다. 

내 미래를 위해서도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서도 아닌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시간. 

바로 이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나가자”


 잠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현실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현실은 이 곳이 비행기이고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엇다.

이 상황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서 받아드려야 했다. 

나는 이제 이 곳이 어딘지 알아내야 했다.


휴대폰을 켜서 위치 설정을 켰다.

하지만 나의 휴대폰은 나를 찾지 못하였다. 하긴 이 곳에서 연결이 될 수는 없었다.

나는 이제 비행기 내부를 살펴보았다.
어딘가에는 아마도 이 이상한 일을 풀 만한 열쇠가, 정 없으면 적어도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흔적들이 있지 않을 까 싶은 마음이었다.

머리 위 짐 선반에는 짐들이 그대로 있었다.

어떤 자리에는 불이 켜져 있거나 그들이 마시던 물, 물 컵 등이 놓여있는 자리도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자리에 있다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는 나에게 중요한 일로 다가오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이란 이 곳이 꿈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대해 점점 확신이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꿈속의 또다른 환상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에 대해서 해결 책을 만들어야 했다.

일단 나는 내 캐리어를 꺼내 조종실 문에 던져 열어보려 하였다.

상당히 큰 소리가 났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열번은 더 쳐 보았으나 소용이 없어, 나는 일단 포기 했다.

승무원들이 있었을 자리도 가보았으나 나는 별다른 수확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기압 차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나는 잠시 등받이를 뒤로 기대로 누웠다.

잠시 든 생각이지만 사람들이 없어져서 ‘뒷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등받이를 다 넘길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는 또다시 눈을 감아본다.


‘엄마 나 어지러운 데?’

‘어제 보트 탄 것 때문에 그런가?’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아’

‘하늘이 빙빙 돌아’

‘어제 사온 약 좀 먹어보자’

‘알겠어’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다.

어제 무리를 한 뒤에 보트를 타서 그런 것 같다.

아빠는 그 것을 ‘더위 먹었다’ 라고 하신다.

아마도 좀 휴식이 필요할 듯 해 다음 여정들을 조금 편안하게 다니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머리가 아프니 여행을 잘 즐기지 못해 속상했다.

마치 먹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린듯이.


꿈에서 깨어나는 것은 때때로 고통스럽다.

매일 매일의 일과가 시작되기 때문도 있고 꿈 속의 상황이 아쉬워서 일때도 있다.

나는 지금 후자이다.

비행기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고 있다.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 싶어 진다.

어쩌면 항상 보고 싶었는 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자리에 있었으므로 나는 자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부모님은 어디 일지 아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디인지 알 수 있어야, 어디인지,’


나는 다시 기장실로 간다.

솔직히 지금은 이 비행기가 언제 까지 날 수 있을 지도 걱정이다.

시계를 보니 이 비행기는 2시간 동안 비행하였다.

그동안 많은 일 들이 일어난 것 같았다.

이 비행기가 작은 것과 예상 비행 시간이 3시간인 것을 미루어 보면 적당히 연착을 대비해서 연료를 많이 넣었다고 해도 시간이 그닥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았다.

즉 연료를 다 쓰면 이 비행기는 떨어질 수도 있었다.

‘영화 같은 데에서 보면 비행기가 자동 비행 모드로 착륙까지 하던데,’

지금도 계속 고도를 유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비행기는 자동으로 움직이거나 아니면 기장이 현재 조종 중일 것이다. 하지만 기장이 나를 무시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면 공중납치 같은 건가?’

요즘 흉흉한 사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법도 했다.

그래서 나는 확인 하고자 다시 조종실로 향했다.


다시 한번 문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나는 당황했다.

문이 그대로 열린 것이다.

분명히 아까는 내리쳐도 가만히 있던 조종실 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공중 납치라는 가설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왜 나만 이 곳에 있지?’

아마 납치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조종실 문을 완전히 열고 들어갔다.

조종실에 들어가니 난생 처음보는 기계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화면이 있는 기계를 확인 해 보니 나는 현재 약 대만 근처에 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비행기는 비행은 자동모드라도  착륙은 수동으로 해야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아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착륙을 시킬까?’

‘나중에 착륙할 때  관제탑에 도움을 요청하면 되지’


지금도 많은 두려움과 외로움이 있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가 없었다.

나는 약 한시간 후 관제탑에서 올 연락을 기다리며 이 곳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조종사들이 앉아야 했던 좌석에 내가 앉았다.

마치 내가 비행기를 모는 듯한 느낌도 났다.

하지만 역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아닌 듯 싶었다.

이 자리는 조종사들의 자리 였고 뒤에 있는 자리가 내 자리였다.

하지만 모두가 사라진 이 와중에 내가 나의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은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상하게 잠이 다시 온다.

어차피 한시간 정도 남았으니 자도 괜찮겠다 싶어 눈을 감는다.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 산 꼭대기로 올라가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램(전차)나 버스를 타야했다.

우리는 전차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갔지만 눈 앞의 사람들의 행렬이 아마 이따가 저녁에서야 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왠지 버스가 전차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지만 그 것은 아마 다른 길로 가기 위해서 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생각은 곧 현실에서 부서졌다.

버스가 우리가 가려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렸다.

이번 버스는 아주 늦게 왔고, 해가 지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해지기 전에 도착을 한 것이다.

내가 앉은 자리가 많이 불편한 자리이긴 하였지만 다 올라오고 나니 그 것이 그래도 올라올 수는 있었다는 안도의 한숨이 되어 돌아왔다.


부모님은 먼저 이 곳에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커피 숍이 있기에 우리는 그 곳으로 갔다.

산 위 이지만 이 위에 상당히 큰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특히 머리 위로 조금 만 더 가면 구름이 보였다.

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파트 같은 건물이 있었다.

그 곳은 구름에 가렸다가 나왔다가 하는 신기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중간에 올라오면서 기압차이 때문에 침을 삼켜야 했던 나로서는 저 위에 사는 것이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저 위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 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 나는 지금 이 위에서 살고 있지’

하지만 그 것은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이 곳이 많이 어두워 진 것을 깨달았다.

기기들의 화면이 꺼져있었다.

불도 안들어왔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직 날고 있었다.

아니면 기계들의 불이 약해진 것 같기도 했다.

다시 보니 꺼진것이 아니라 약해졌다.

화면은 나오지 않지만 기기들은 켜져있었다.


그리고 불이 약해지자 나에게는 또다른 빛이 눈에 들어왔다.

땅 위에서는 보지 못했던 별들이었다.

그 찬란한 색과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양.

내가 보라카이 섬에서 밤에 딱 한번 본 모습보다 더 많고 푸른 빛이 났다.

더 이상 나와 별 사이에 아무 것도 없는 것 처럼, 그렇게 별은 빛났다.

아마 우주에 있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지금 내가 이 곳에 존재하는 것이 점점 비현실적으로 다가 왔다.

이런 상황에 처해 부모님도 없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도 없는 구름 위에서 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나도 이상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러지 않았을 까 싶다.

다들 이렇게 이기적이지 않을 까?

이런 상황에 처하면 다들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 까?

‘아마 부모님은 안전한 곳에 계실거야’

‘아마 이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할 거야’

‘아마 이 것은 꿈일거야’

나의 생존을 위해 이런 생각은 필수했다.

자기 자신이 방향을 잡을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자세,

그 자세가 필요했고 내 안에 이미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이를 더 이상 부인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내가 이 곳에서 안전하게 도착까지 한다고 해도 과연 현실을 받아드릴 수 있을 까?’

그 현실을 받아드리고 싶진 않았다.

살기 위해 지금 다른 사람들보다 별에 집중하고 있는 내 자신도 벌서 이질감이 드는데, 과연 현실에서 이를 받아드리고 살아갈 수 있을 까?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이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이 두렵다.

이 이상한 구름 위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었다.

받아드릴 수 없는 세상보다, 이 평온한 별 들 속에서 이 비행기 안에서 머물고 싶었다.

이제야 왜 산 위의 아파트에 사는 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구름에 현실을 가리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사는 곳 아닐까?

더 이상 무서운 현실에 돌아갈 용기가 없는 보통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 바로 그 곳이었다 보다.

나는 이제 선택을 내려야 했다.

이 세상에서 약 20분 남은 삶을 영위 할 것인가.

아니면 필사의 노력으로 이 비행기를 현실에 착륙시킬 것 인가.

난 더 이기적으로 변하기로 했다.

더 긍정적으로 모두에게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취하기로 하였다혹시라도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기어이 나는 부모님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 비행기를 착륙시켜야 했다.

꺼져있는 기기들의 전원버튼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눌러보았다.

혹시라도 이 들 중 무전과 연계되는 기기가 꺼져있을 경우 나는 관제탑과 교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버튼을 누르자 약해졌던 불빛이 강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밖의 별들은 자리를 잃고 다시 검은 하늘로 바뀌었다.

화면을 보니 내가 있는 위치는 대략 이제 한국의 영공권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즉 이제 곧 관제탑에서 이 비행기로 무전을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촉각을 곤두 세웠다. 만약 무전이 온다면 바로 받기 위해서 였다.

그렇게 약 10분을 기다렸지만 특별한 신호가 온 것은 없었다.

이 비행기의 위치는 이미 한국의 영공 상에 들어선 것이 보였다.

밖의 하늘은 이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구름 속을 날다보니 비행기가 점점 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불안함은 다시 커졌다.


우리의 지난 싱가포르에서 대만으로 이동할 때 태풍의 영향권에 잠시 들어섰던 것이 기억났다.

비행기가 점점 기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질 쯤, 나의 손에도 땀이 쥐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내가 이렇게 불안함 속에서 착륙을 못하고 추락한다면 나의 인생은 불안함, 그 것으로 끝이었다.

즉 나는 이 불안함을 어떻게든 벗어나거나 무시해야 그래도 삶의 끈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나의 마음을 모르는 하늘은 점점 더 가혹하기만 했다.

비행기가 순간 떨어졌다.

순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놀라고 길게 느껴졌지만 다시 나는 것 역시 순간이었다.

나의 머릿속은 하얗게 지워졌고 다시 그때의 불안함이 돌아왔다.

비행기는 급상승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급하게 올라갔듯이 내려오는 것도 급하게 내려왔다.

엉켜버린 바람들 속에서 나의 삶은 요동치고 있었다.

평정심을 갖기에는 이미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긴장에 내 모든 근육들이 굳어버린 것 같았고 내 눈 앞에는 구름이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머리에 곁에 부모님이 계셨다면,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 혼자인 것이다.

주위에 나의 손을 잡고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더욱이 사람마저도 없다.

그럼에도 하늘은 여전히 무심하였다.

이 시간들이 끝날 수만 있다면 이 곳에서 바로 추락해 버려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들고 외롭게 착륙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추락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인 것이다.

조종간처럼 보이는 저 것을 잡고 이 무심한 지옥에서 나가는 것이다.


나는 두 손으로 조종간을 잡아보았다.

나를 죽이는 것이자 살리는 방법을 결국 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 결국 살아도 나의 가족들은 안전한가.

비행기가 흔들리듯 나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었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드릴 수 없는 것이 공존하였다.

조종간을 꽉잡은 내 손에서 축축함이 느껴질 즈음, 내 선택은 점점 확고해졌다.

손에 힘을 주어 조종간을 당겼다.

비행기에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안간힘을 쓰며 비행기는 위를 향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흔들리며 올라갔다.

눈앞은 가려있었지만 마치 눕는 것처럼 중력이 느껴졌다.

눈 앞에서 구름이 사라졌다. 


손에서 조종간을 놓았다.

비행기가 진정되었고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보았던 별들은 나에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내 머리에 들어왔다.

무서웠고, 외로웠다.

별들의 밝음이 이제 차가워 보이고 별들의 많음이 내가 혼자인 것을 강조했다.

혹시 내가 끝나면 동화에서 본 것처럼 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저들은 이렇게 끝을 보았기에 저리 차가운 암석 덩어리들이 되어 떠다니는 중일 것이었다.

기기들을 껐다.


그리고 나는 엔진의 소리가 작아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비행기는 하강하기 시작했고 나는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비행기는 아래를 보며 점점 빠른 속도로 바닥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나는 간신히 조종실에서 나와 나의 자리로 움직일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떨어지는 비행기에서 나는 불안함은 없었다.

다만 공포가 있었을 뿐, 눈을 감고 좌석 팔걸이를 쥐었더니 부모님이 옆에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부모님의 손의 온기가 내 차가운 손에 닿는 듯 했고,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만약 별이 된다면 이 기억을 가지고 온기를 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따스한 온기로 이 차가운 우주에 빛이 되고 싶었다.

창문에서 보이는 바다만이 나의 삶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츠…츠… 어망 내립니다,”

“부표 던져!”

눈을 떴다.

이미 지쳐 제대로 열리지도 않은 채로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모든 것을 던져버린 이 순간 나에게 온 이 선택은 더욱 잔인했다.

하지만 생각 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전기에서 소리가 나온다.

아마 배에서 하는 무선이 나온 것일 지라.

세상은 존재했고 나는 그 세상에 다시 들어온 것이다.

무전기를 들고 나는 말했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있나요?”

“위..혼선인가”

“저는 지금 비행기에 타고 있는 데 모두 사라졌어요,”

“뭐?”

“그리고 비행기는 지금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어요,”

“츠…”

“저 혹시 지금 전화를 가지고 계시다면 저의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주시겠어요?”

“뭐..츠…”


나는 엄마의 전화번호를 말한다.

그리고 무전기 넘어로 들려오는 전화 연결음.

어쩌면 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전기의 통화 연결음은 곧 없는 번호를 알리는 기계음으로 돌아왔다.흔들렸다.

“없는 번혼데”

휴대폰을 들어 번호를 확인하려 하였다.


그 순간 휴대폰은 마치 유리 잔이 깨지듯 부서져 내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그리고 나는 눈 앞에서 기계들이 휘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그리고 무전 뒤로 넘어오는, 방금 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기계음조차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허상일 뿐인 것들의 기억은 정말 있었던 일일까?”

“지금 너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믿는 게 가장 큰 허상이야”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반박할 만한 그 어떤 존재들도 나에게는 남지 않았다.

어쩌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너는 이 무수한 가능성의 세상 속의 깨진 조각인 거지”

나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제 이 비행기가 떨어지는 것도 흔들리는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너의 의식은 딱 여기까지 였던 거야”

눈 앞이 점접 흐릿해진다.

슬픈 감정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이 느낌만이 나를 이상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스톱”



오늘은 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탑승구가 30분 일찍 열리고 우리는 작은 비행기에 탔다.

그리고 우리의 비행기는 속력을 내며 하늘로 날아 오른다.

다시, 또 다시


김현중 010-4597-3981 legole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