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by 비위 posted Mar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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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만약,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면.

-인간은 가정을 하고 상상을 하여 결국, 구현화시킨다.-]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이 핸드폰으로 인터넷이 가능하다면?

만약에 이 전화기의 선을 없앤다면?

만약에 서로의 연락을 즉시 주고 받을 수 있으면?

만약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기록 할 수 있다면?

만약에 우리가 저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면?

만약에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면?

만약에 저 바다 끝에 가면?

.

.

.

.

만약에 이 돌을 사용한다면?

.

.

응?




.......그렇다면 만약에 만약이란 것이 없다면?





두다다다다!

“아빠!”

한, 대 여섯 살 되 보이는 꼬마아이가 상기된 얼굴로 계단을 뛰어내려오며 외쳤다. 이에 그 아이의 아버지는 펼쳐들고 있던 신문을 접으며 말했다.

“집에서는 어떻게 다니라 했지?”

마치, 서릿장 같은 목소리였다.

아이는 높낮이 없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찔끔하곤 제자리에 멈춰 섰다.

“조용히..”

“.......후우, 됐다. 그래, 무슨 일이니?”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아이는 언제 혼났냐는 듯이 다시 방방 뛰며 입을 열었다.

“아빠 아빠, 있잖아~ 만약에..”

신나게 말을 하던 그 순간. 아이의 아버지는 말을 끊고 말했다.

“만약이라는 되지도 않는 가정을 얘기할 거면, 책이라도 한 권 더 읽어라.”

말을 하는 그의 눈은 여전히 신문에 꽂혀있었다.

“아,아니 그게..”

“그러고 보니 이번 시험 성적이 나왔을 텐데. 몇 점 나왔지?”

“.....”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버지와 대화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나왔을 뿐인데, 쓸데없는 내용이라니. 더군다나 그런 이야긴 집어치우고 또 성적이야기라니. 최악이었다.

“다음번에는 네가 먼저 성적표를 들고 오는 날이 오면 좋겠구나.”

아이의 아버지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탁자에 놔둔 신문을 손에 쥐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홀로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고요하였다.


침실로 들어온 아이의 아버지는 신문을 머리맡에 두고 침대에 누웠다.

정적과 함께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고, 방안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


약 70만년 전, 인류의 기원이라 야기되었던 원인들이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 곧, 그들은 돌이라는 ‘도구’를 깨닫고 생각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끊임없는 궁금증을 표하고 가정을 하여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게 세울 것이다.


내가 정신을 자각하였을 때, 나는 원숭이였다.

....자각몽인 것 같다.

사실,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진짜로 있었다니. 색다른 기분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나와 같은 원인들이었다. 문명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원인들은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었다. 먹고, 자고, 싸고, 죽고. 먹고, 자고, 싸고, 죽고. 먹고, 자고, 싸고, 죽고...


며칠이 지났을까. 몇 년이 지났을까. 시간은 흘렀고, 긴 세월이 지났다. 아니, 지났다고 인식이 될 뿐이다. 그 기나긴 세월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그러하다고 인지되었다. 꿈속이라 그런가 보다. 하지만, 긴 세월이 지났다고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똑같은 광경이다. 먹고, 싸고, 자는 행위를 반복하는 수많은 원인들...

그때, 한 원인이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이었다.

그 원인은 집어 든 돌멩이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더니, 순간 돌날의 뾰족한 부분에 자그만 상처가 났다.

“우끼끼!”

곧바로 원인은 돌멩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곤 피가 난 자신의 손을 쪽쪽 빨던 원인은 별안간 움직임을 멈췄다.

두두두두!

사슴이었다. 원인은 사슴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확인하곤 까무러치게 놀라했다. 이에 막 도망치려는 찰나, 움직이던 몸을 멈추었다. 자신이 내던진 돌멩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원인은 멍한 표정으로 돌멩이와 자신의 손, 그리고 사슴을 천천히 번갈아 보았다.

돌멩이 한 번. 손가락 한 번. 돌멩이 한 번. 사슴 한 번.

천천히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다시.

돌멩이 한 번. 손가락 한 번. 돌멩이 한 번. 사슴 한 번.

그 원인은 생각이란 것을 시작한 것이다. 만약, 이 돌멩이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사슴을 찌른다면? 점점 그 가정은 원인. 즉, 신인류인 그의 생각을 가득 채웠고 자신도 모르게 돌멩이를 사슴 쪽으로 겨누었다. ...그 순간!

툭.

원인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더니 들고 있던 돌멩이마저 떨어트렸다. 눈동자는 흰자만 보이고, 입안에서는 약간의 게거품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허나, 본능에 움직이는 사슴에게 이런 원인의 상태 따위 상관없는 법. 결국, 그 원인은 돌풍처럼 돌진하는 사슴에 들이받아 운명하고 말았다.

생각이란 것을 시작하고, 가정이란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할 무렵, 그것은 금제되어 버린 것이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지만, 나는 이 광경을 보고 놀랄 틈이 없었다. 점차 내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결국, 몸은 내 의지와 다르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상한 건 내 정신은 뚜렷하다는 거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내 몸은 한 손으로 바닥을 집고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내 의지가 아니었다.

...몸과 정신이 분리 된 것이다.

그 후, 나는 그저 내 몸이 보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또 수 만년의 시간이 흐르고, 흔히 말하는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왔다.

어떻게 이 시기라는 것을 아는 이유는 모른다. 꿈이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21세기로부터 약 10만 년 전의 세상이라 하면, 부족사회를 이루고, 어느 정도의 사람다운 생활을 하고 있어야 하건만,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원인들이 존재하였고, 아무런 진보가 없었다.

이 후, 또 시간이 흘러갔다. B.C 3000. B.C 1000 A.D 100 A.D 1000……. 그리고 2015년. 현실의 내가 살고 있는 시대다. 하지만 역시, 원인들만이 존재하였다.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많은 원인들이 생각이란 것을 하게 되고, 가정을 내려 실천으로 옮기려 하면, 생을 마감하였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다시 반복되어 지금,2015년이 오기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역시, 꿈인가 보다.

... 그런데 언제까지 이 광경을 봐야 될까. 이 꿈에서 깨어나는 것은 언제일까.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언제까지!

.......

************************

........

그는 감았던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기나긴 꿈을 꾸었다. 하지만 왜 이런 꿈을 꾸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기도 하다.

“만약, 만약에 라는 가정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면, 인류의 발전은 없다는 것인가.”

이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만약이야.”

만약은 만약일 뿐이다.







글  /  김수헌

unicongold@naver.com

010 3778 7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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