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 - 잠자리

by 미소 posted Feb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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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나는 남편이 자주 읽던 책을 꺼내 보이지 않는 지문위에 가만히 뺨을 대며 힘을 얻었다.

(59)는 아들이 있다. 남편은 군인시절 사고로 인해 잃었고 하나 남은 아들마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지적장애와 실어증.

 

아침에 일어나 아들(31)의 기저귀를 갈고 밭에 나가 잡초를 뽑고, 산에 올라 나물을 캐야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었다. 그만큼 홀로 장애를 가진 아들과 시골 변두리에서 살아가기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씩씩거리면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뜯고 주변에 있는 돌을 발로 차면서 들어왔다. 나는 그런 아들을 감싸 안았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아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때였다. 옆집 진호엄마가 진호를 데리고 왔다. 나는 얼른 아들을 방에다 두고 나왔다. 자초지종 얘기를 들어보니 내 아들이 진호(7)가 가지고 놀던 잠자리를 낚아채서 풀어줘 버렸고 진호가 울자 때리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나는 알았다. 저기 저 답답한 마음에 소리치지도 변명하지도 못한 채 눈물을 흐리고 있는 내 아들의 진심을 말이다. 내 아들은 그럴 리가 없었다. 역시나 아들은 내가 돌아오자 손짓과 몸짓으로 모든 걸 해명하려 했다.

 

아들은 잠자리가 불쌍해서 놓아주었고, 그러자 진호가 울었다. 그래서 달래줘야겠다고 토닥여 주었지만 힘 조절을 하지 못했고, 진호는 더 크게 울어버린 것이다. 그 자리에서 당황한 아들은 도망쳐오듯 뛰어왔고 자신의 모습이 너무 답답하고 싫은 나머지 아들은 그렇게 화를 내며 울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아들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며 말했다. ‘, 너의 진심이 거짓이 아니라면 행동으로 보여주면 돼.. 그게 너의 말 인거야...아들은 엄마의 말을 듣고 마음속 깊이 새겼다.

 

다음날 어수선한 소리에 밖으로 나온 미연. 미연의 아들이 잠자리를 잡으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나는 살포시 미소를 품었다. 마침 잠자리를 잡은 아들은 밥도 거른 채 집을 나섰다.

 

저수지 쪽에서 놀고 있는 진호와 아이들을 보고 뛰어가는 아들. 진호에게 수줍은 듯 배시시 웃으며 사과의 의미인 잠자리를 전달했다.

저리 치워!”

진호는 아들이 주는 잠자리로 화해를 하기가 싫은지 금방 뿌리쳐 버리고 말았다. 잠자리는 진호의 손에 충격을 받아 저수지로 살짝 쿵 떨어졌다. 그리고 날개가 젖었는지 저수지 위에 살아 있는 채로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걸 본 아들은 잠자리를 살리려고 그대로 저수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진호는 잠자리에게 다가가는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친구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잠자리를 구하려고 저수지에 무작정 들어간 아들은 그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저수지를 그냥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쉬자고 하는 발걸음에 이끌려 저수지를 향해 걸어갔다. 저수지에 앉은 나는 아들 생각에 저수지 건너편 살짝 고개를 든 노을처럼 눈시울이 발갛게 물들어져 갔다. 그동안 아들을 향한 내 먹먹한 마음의 눈물은 도대체 눈에서 흐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들의 일주년에 나는 눈물을 흘린다. 아들을 내 안에 담고 싶어서 저수지의 물을 정신없이 먹었다. 코에서 물이 나오고 눈에서 나오는 물이 눈물인지 저수지의 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계속 들이켰다. 이걸로는 부족했다. 내 두 눈에 저수지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저수지에 내 두 눈을 담갔다. 나는 그만큼 간절했고, 허무했고 공허했다. 이렇게라도 하면 내 아들이 내 안에 살고 있다는 위안이라도 되려만, 세상을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는 아들의 눈물이 나의 슬픔보다 더 아파서 , 삼킬 수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빨갛게 떨어져 버렸다. 내가 흘린 눈물이 저수지에 떨어지자 나는 화들짝 놀랬다. 그 눈물이 떨어져 저 아래 내 아들의 볼에 닿을까봐, 혹시라도 아들이 그 눈물을 알아챌까봐 나는 눈물을 주우려고 미친 듯이 물을 퍼 올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날이 어두워지고 흐르는 눈물을 미쳐 막지 못한 채 나는 그 자리에서 누워버렸다. 맑았던 하늘이 서서히 회색 구름으로 멍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더 울적해졌다. 한가로운 늦은 밤, 내 안의 여유로움 보다 삶을 살아온 만큼의 외로움이 몰려와 눈물샘이 미쳐버린 것만 같았다.

 

장애를 가진, 해맑게 웃고 있는 나의 아들 사진을 내 무릎위에 누이고 나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큰 하늘인거야...나는 달랑 혼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