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 - 죄와 벌

by yjyj47 posted Mar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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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만일 우리가 죄 없다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 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이요. 만일 우리가 범죄 하지 아니하였다 하면 하나님을 거짓말 하는 자로 만드는 것이니 또한 그의 말씀이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하니라. - 요한118-20-

 

예수님을 믿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회개하는 자를 용서하시고 천국으로 인도하십니다.”

거리는 한산했다. 이상할 정도로 텅 빈 거리에는 회색 중절모를 눌러쓴 노신사뿐이었다. 그는 예수를 믿으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울림통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듯 깊고 중후했다. 그는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예수, 날 사랑하시네. 나의 죄 사 하사. 예수, 나를 구원하시네.”

길바닥에는 낙엽이 부대꼈고 서늘한 바람이 회오리쳤다. 노신사는 찬송가를 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사라졌고 거리에는 그의 찬송가 소리만 남았다.

예수, 날 사랑하시네. 날 용서하소서.”

그의 찬송가 소리가 한참동안 거리를 맴돌았다. 소리가 작아질수록 어둠은 더욱 짙어졌다. 거리는 숨이 막힐 듯 어두웠고 그 어둠은 이내 거리를 삼켜버렸다.

 

민호는 골목길을 헤매고 있다. 그는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도망치고 있다. 분명 아는 길인데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돌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 멈춰서 심호흡을 했다. 흙바닥 위로 그의 땀방울이 떨어져 얕게 패였다. 민호는 피 묻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이 미친 듯이 떨렸다. 그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되돌릴 수 없음에 그는 절망했다. 민호는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찬송가가 들렸다. 그는 그 소리를 따라갔다. 드디어 출구가 보였다. 찬송가 소리는 어느새 희미해졌고 그는 겨우 골목에서 벗어났다. 민호는 골목에서 벗어났음에 안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장 난 가로등이 깜빡거렸고 쓰레기가 한데 뭉쳐 굴러다녔다. 그는 이상한 느낌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순간 민호는 가슴의 통증으로 쓰러졌다. 터질 듯 요동치던 심장이 이내 멈추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잃자 또다시 찬송가가 들려왔다.

예수, 날 사랑하시네. 날 용서하소서.”

 

민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민호는 주변을 살폈다. 민호는 쓰러져 있는 두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그들을 흔들어 깨웠다. 민호가 그들의 어깨를 세게 흔들자 남자들이 깨어났다. 한 남자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는 민호에게 주먹을 날렸다.

, 이 새끼야! 너 누구야! 여기 어디야!”

그가 주먹을 날리자 민호도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들을 보고 있던 다른 남자가 둘을 떼어놓았다.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이 곳에 온 걸 환영해요.”

어딘가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헷갈리는 중성적인 목소리였다. 언뜻 들으면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누구야! 나와! 뭐하는 거야!”

남자가 악을 썼다.

장혁민, 나이 36, 임산부 강간 및 살인.”

남자는 놀란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야! 너 누구야. 뭔데! 씨발!”

그가 발광을 하자 민호가 물었다.

누구세요.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죠?”

김민호. 나이 25, 친부모 살인.”

민호는 겁에 질려 몸을 덜덜 떨었다.

이석기, 17. 자살.”

당신들은 죄를 지었습니다. 지옥에 가야하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좋으신 분이라 당신들이 죄를 회개하면 용서하실 겁니다. 회개하시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빨리 날 내보내줘!”

혁민은 발을 구르며 분개했다. 민호와 석기는 말없이 바닥만 쳐다보았다.

김민호 씨, 회개하겠습니까?”

민호는 한참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의 부르튼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친부모를 죽였습니다.”

그가 입을 열자 시공간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그 시간, 그 공간으로 돌아왔다. 민호는 친부모를 죽이던 그 때로 돌아와 있었다. 민호의 눈앞에 식칼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식칼을 들고 아버지를 위협하고 있었다. 민호는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저지른 일입니다. 자신의 친부모를 잔인하게 살인한 죄. 그게 당신의 죄입니다.”

나는, 나는, 정말로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 민호가 아버지를 찔렀다. 바라보고 있던 민호가 비명을 질렀다. 아버지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순식간에 바닥은 피바다가 되었다.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고 옆에 있던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민호가 어머니의 목을 그었다. 순식간에 피가 뿜어져 벽에 흩어졌다.

왜 아버지를 죽였죠?”

아버지는 죽어야 마땅했어요.”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잖아요. 거짓말인가요?”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버지는 늘 무서웠어요.”

민호의 말에 다시 시공간이 어그러졌다. 시공간은 민호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왔다. 교복을 입은 민호가 무릎을 꿇고 아버지 앞에 앉아 있다. 아버지는 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고 민호는 묵묵히 매질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는 민호에게 발길질을 했다. 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이 새끼야! 넌 그 년을 똑 닮았어. 너 같은 건 없는 게 나아. 널 보면 그 년이 떠올라서 미칠 것 같다고! 이 새끼야!”

아버지가 학대를 했나요?”

아버지는 눈 만 뜨면 술을 먹었고 나를 때렸습니다. 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의 학대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나요?”

민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왜 죽였나요?”

순간 민호의 눈이 매서워졌다.

그 여자는 내 엄마가 아닙니다. 우리 엄마를 쫓아낸 것도 그 여자 입니다.”

결국 복수를 한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나요?”

민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도 어머니, 아버지와 행복한 때가 있었어요. 정말 행복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이렇게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그럼, 그 때로 돌아 가보도록 하죠.”

다시 시공간이 어그러졌다. 민호 앞에 7살의 그가 보였다. 그의 옆에는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큰 풍선을 민호의 손에 쥐어주었고 민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민호는 그 모습을 보고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나도 이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날 그렇게 내몰지만 않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민호는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회개하십시오.”

다시 시공간이 어그러졌다. 민호의 의식이 아득해졌다.

 

혁민과 석기는 넋이 나가 멍해진 민호의 모습에 당황했다.

이봐! 갑자기 왜 이래?”

장혁민 씨, 당신은 회개하겠습니까?”

뭐야! 미쳤어? 이거 무슨 사이비 종교 아냐!”

시공간의 균열이 깨지기 시작했다. 혁민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한참 뒤 그는 눈을 떴다. 혁민은 임산부의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임산부는 이미 피범벅이 된 채 의식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강간하고 있었다.

당신은 회개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때 그 장소에서 벌어진 일을 다시 재연하니까 어떤 기분이 드나요?”

그는 코웃음을 쳤다.

회개?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내가 회개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용서를 해줘? 누가 지 맘대로 용서를 해주고 자시고 나발이고 뭐냐고! 씨발!”

그녀는 만삭의 임산부였습니다. 당신은 결국 두 명을 살해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죽였는데 뭐 어쩌라고.”

그가 핏발 선 눈으로 악을 썼다. 그러자 다시 시공간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혁민이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14살의 그의 모습이 보였다. 당황한 혁민은 입술을 뜯기 시작했다.

입술 뜯는 버릇도 이 때 생긴 건가요?”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혁민은 혼란스러운 듯 계속해서 입술을 뜯었다. 어린 혁민은 팬티만 입은 채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있다. 방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가 나이트가운을 벗자 나체가 드러났다. 그녀는 혁민의 입술을 탐했고 그는 몸을 떨었다.

당신의 어머니인가요?”

혁민은 두려움에 눈동자를 굴렸다. 그는 뭐에 홀린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는 날 사랑했어. 날 사랑한다고 했어.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거라고 엄마를 사랑하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어. 모든 게 다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도 나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고 했어.”

그의 어머니는 혁민의 위로 올라탔고 혁민은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 후로도 어머니의 성적 학대는 계속되었나요?”

혁민은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다.

당신은 불행한 일을 겪었군요.”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잘못했어요.”

그는 어깨를 흐느꼈다.

회개하십시오.”

 

석기는 혁민 마저 넋이 나가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자살을 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혁민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때 다시 시공간이 어그러졌다. 석기는 옥상 난간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보았다. 피멍이 든 얼굴과 찢어져 엉망이 된 교복 셔츠 사이로 상처가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난간 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우는 그의 모습에 석기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을 참기 위해 그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왜 자살하려고 했죠?”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요.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었어요.”

석기가 난간 위에 올라섰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괴감에 빠졌다. 결국 그는 난간 위에서 뛰어내렸고 옥상에서 내려다 본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팔 다리가 부러져 뒤틀리고 피웅덩이 위에 머리통이 깨져 뇌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곧 그의 어머니가 달려와 오열했다.

엄마한테 미안해요. 나만 보고 살았는데, 나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시공간이 깨지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책상에 엎드려 있다. 그 때 덩치가 큰 한 아이가 석기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는 석기를 질질 끌고 와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는 쌍욕을 내뱉으며 석기의 배를 발로 찼다. 석기가 의식을 잃을 것 같자 그는 지퍼를 내리고 오줌을 쌌다.

씨방새야, 존내 꼰지르면 죽음이야! 개새끼야.”

학교 폭력을 당했군요.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그랬어요.”

요청이요? 우리 엄마, 파출부해서 겨우 둘이 먹고 살았어요. 그런 엄마한테 걱정 끼치기 싫었어요. 적당한 선에서 해결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어떤 이유로 폭력이 시작되었나요?”

석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요, 시작이 언제였을까요.”

시공간이 바뀌었다. 석기는 자리에 앉아 한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1 되서 처음 사귄 친구였어요.”

그런데요?”

그 아이를 괴롭히던 애들이 있었어요.”

다시 시공간이 어그러졌다.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다. 아이 앞에는 석기가 서 있다. 덩치 큰 아이의 패거리들이 석기를 패기 시작했다. 아이는 도망을 쳐버렸고 석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그 아이는 학교를 그만 두었고요. 참 편하죠. 나도 그만 둬 버릴 걸.”

그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자살을 결심했나요?”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그 애들이 저한테 한 짓 때문이에요. 그 짐승 같은 놈들이 저한테 한 짓이요.”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죠?”

석기는 괴로움에 몸서리쳤다. 그는 한을 토해내듯 오열했다. 시공간이 다시 거꾸로 돌아갔다. 석기는 아이들이 자신을 유린하는 모습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는 데굴데굴 구르며 악을 썼다.

자살은 죄악입니다.”

그 한마디에 석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 삶은 지옥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럼 당신의 어머니는요?”

순간 석기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믿고 살아온 그녀의 삶은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석기는 어린아이처럼 울어 재꼈다. 눈앞에 그의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폐인이 된 그녀의 모습은 연민을 잦아냈다. 그녀는 석기의 영정사진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었다. 언제 마를지 모를 기약 없는 일.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우는 일 밖에 없었다. 석기는 그 모습을 보고 엎드려 울었다.

, 난 몰라. 어떻게 해. 제발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회개하세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셋은 동시에 눈을 떴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셋 다 얼굴에 눈물자국이 나 있었다. 그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회개를 하셨나요? 정말 당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있습니까?”

셋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개하십시오.”

당신은 천사인가요?”

민호가 물었다.

아닙니다. 그저 난 죄를 일깨워주고 죄 값을 치르게 하는 자입니다.”

죄 값을 치르다니요? 회개하면 용서해주는 게 아닙니까?”

혁민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용서는 예수님께서 해주실 겁니다. 난 당신들의 죄 값을 치르기 위해 왔습니다. 죄는 용서 되었지만 결국은 지옥으로 가야할 것 입니다.”

용서 해준다면서! 회개하면 용서해준다고 했잖아!”

혁민이 악을 썼다.

용서는 이미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용서를 해주셨겠지요. 용서를 했다고 죄 값을 치르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장혁민, 임산부 강간 및 살해. 김민호, 친부모 살해. 이석기, 자살. 당신들이 지은 죄 입니다. 김민호 씨, 당신이 어릴 적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잔인하게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죽이진 않았을 거라고 했죠? 장혁민 씨, 친어머니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지 않았으면 임산부를 강간하고 죽이지 않았을 거라고 했죠? 이석기 씨, 학교 폭력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자살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죠? ,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난도질 당해 죽은 부모와 임산부와 뱃속의 아이, 그리고 자기 자신. 아무리 뉘우쳐도 당신들의 죄는 변하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당신들을 용서하셨어도 당신들은 이미 지옥행입니다. 용서라는 마음의 안식을 얻겠지만 결국 지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당신들이 저지른 살인이 죄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잘못했어요. 제발요.”

민호가 무릎을 꿇고 빌자 석기도 따라서 빌기 시작했다. 그들은 눈물범벅이 되어 자리에 엎드렸다. 혁민은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민호와 석기를 바라보았다.

잘 가십시오. 다음 생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그 어떤 폭력과 학대가 없는 환경에서 태어나 살인 같은 죄를 짓지 마시고 부디 행복하게 사시길.”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졌다. 칠흑 같은 어둠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점점 잠식해나가는 어둠은 그들을 갉아먹었고 그들의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은 온 몸이 분리되어 회오리치는 불길 속에 빠졌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퍼져갔고 이내 사그라졌다. 다시 사방이 밝아졌다. 바닥에 남겨진 것은 그들의 옷가지였다. 그때 문이 생기면서 한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그들의 옷가지를 챙겼다. 그녀는 한참을 웃더니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다시 사방이 어두워졌고 여자의 웃음소리가 허공에 머물다 사라졌다.

 

뉴스 속보입니다. 쌍문동 임산부 강간 및 살해 혐의로 도주 중이던 장모 씨와 가락동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가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어떻게 두 사건이 연관 되었는지 경찰이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4시 경 A고등학교 1학년 이 모 군이 옥상에서 투신하였습니다. 이모 군은 평상시 학교 폭력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런 놈들은 죽어도 싸. 어떻게 임산부를 강간하고 죽일 수가 있지? 인간 말종에 쓰레기야.”

그러니까, 어떻게 지 부모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냐.”

미친놈들이지. 저 새끼들은 지옥 불에 떨어질 거다.”

저런 것들은 사회악이라서 없는 게 나아.”

인간쓰레기지. 쓰레기는 분리수거라도 되지. 쟤들은 구제불능이야.”

몰라, 세상이 흉흉하니까. 참 말세다. 나 배고파. 빨리 밥 먹자.”

쇼윈도에 진열된 TV를 보던 두 남녀가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거리는 한산했다. 거리에는 중절모를 쓴 노신사뿐이었다.

예수님, 날 사랑하사. 나를 구원하시고, 나의 죄를 사하셨네.”

노신사는 계속해서 찬송가를 불렀다. 한 꼬마 아이가 가던 길을 멈췄다. 꼬마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외쳤다.

회개하십시오.”

할아버지, 회개가 뭐에요?”

꼬마가 묻자 노신사는 무릎을 굽혀 꼬마 아이와 눈을 맞췄다.

꼬마야, 나쁜 짓은 하지 말아라.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아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고 노신사는 찬송가를 부르며 자리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고요해졌다. 그가 떠난 거리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이름 : 이윤정 

메일: 5976957@naver.com

번호: 010-6735-6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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