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바다를 건너서
파란 바다에 파도가 일렁인다. 물위에 떠있는 거대한 배는 천천히 가야할 목격지를 향해 항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소설을 쓰고 있다. 글을 쓰다가 도저히 글을 진전시키지 못해 기분전환을 할 겸 소재를 찾으러 이렇게 배낭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비싸게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시간을 투자하고서 천천히 배를 타고 이국을 여행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도착할 때까지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지만.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후우...”
소설을 쓰다보면 나는 매일 생각하게 된다.
어째서 나는 완결을 제대로 쓰지 못할까. 이건 근성이라든지 귀찮다던 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여태까지 글 쓰는 일을 단한번이라도 귀찮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고 그렇다 고해서 소설에 대해서 안 좋은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매일 쓰는 작품이 완결나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어째서이었을까..
그렇게 정신을 차리자 하늘에서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져 왔다. 방금 전까지 이렇게 하늘이 시커멓지 하지 않았는데,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끄무레한 날씨를 보아하니 얼마 안 있어 폭풍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잠시 후 이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심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검은 먹구름에서는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우르릉 쾅쾅 하고 번개가 치면 칠수록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바깥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배안으로 들어갔다. 바다의 폭풍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나는 잠시 동안 그 관경을 멍하게 지켜보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 닳고 배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심한 파도에 삐거덕 하고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순간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다. 더 이상 두발을 땅바닥에 유지 하지 못하고 나는 넘어지고 만다. 다시 일어서서 문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나의 위에 거대한 파도가 나를 휩쓸고 바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제길!!”
무언가를 잡을 틈도 없었다.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거대한 파도의 손은 나의 발목을 잡고서 그대로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부글 부글 부글..
입에서 물방울이 새어나왔다. 입을 막고 나는 최대한 산소의 소모를 피했다. 일단 살기 위해서 바다위로 숨쉬기 위해 올라가려고 했지만 워낙 파도가 강해서 바다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
점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실틈 없이 산소가 빠져나가고 있고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제길,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죽는 건가..
더 이상 발버둥 칠 기력도 남지 않아, 힘없이 물속을 향해 가라앉을 뿐이었다.
끼룩..끼룩..끼룩..
느닷없이 들려오는 갈매기의 울음소리에 천천히 눈을 커플을 열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맑고 푸른 하늘과 갈매기의 울음소리, 그리고 파도의 소리였다.
“나는 분명히.”
그래, 나는 분명히 그때 배위에서 파도에 휩쓸려 바다 속에 빠져 죽었을 텐데.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
주위를 둘러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곳은 아니다. 언뜻 봐도 결코 사람이 있을 법한 곳도 아니다. 이곳은 영화나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무인도라는 곳이 분명했다. 당황 하지 않고서 지금의 사태를 정리 해보자.
나는 기분전환 겸 그다음 소설 소재를 찾기 위해서 배낭여행을 하고 배를 타고 가고 있던 도중 폭풍을 만나 파도에 휩쓸려서 이렇게 떠내려 온 것이 이 무인도, 라는 것인가.
휴대폰은 분명히 바닷물에 젖어서 쓸모 있을 것 같지가 않고 다른 물건들도 이 무인도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무엇보다 제일 곤란한 것은 이 여행을 나 혼자 왔다는 것이다.
제길, 최소한 누군가와 같이 왔다면 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신고할 텐데.
일단 여기서는 약간의 희망을 믿고서 이곳에 머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건가. 함부로 땜 목을 만들고 바다에 나갔다가 어떤 공 변을 당할지 모르고, 일단은 단 분간 여기서 지날 식량을 찾아야 하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식량을 확보하기위해서 호위용으로 나이프와 필요한 물건들을 몸에 걸치고서 숲속에 발을 디뎠다.
사락..사락..사락..
작은 새들과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흔들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서 먹을 것이 있나 주변을 자세하게 훑어봤다.
풀숲을 해치면서 길을 만든다. 만약에 여기서 길을 잃어버리면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혼자서 이런 곳을 걷는다는 것은 꽤나 무서운 행동이로군, 비록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생물이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히 다리가 떨려온단 말이야.
알 수 없는 숲을 걸은 지 얼마나 걸렸을까, 날이 저물어져갈 무렵에 나는 나무에 등을 지고 주저앉는다. 이 빌어먹을 무인도는 생각보다 먹을 것도 별로 없었다. 이렇게 해가 저물 때 까지 열심히 걸어서 획득할 수 있는 식량이라고는 아주 작은 열매들뿐. 이걸로는 식사는커녕 간식도 되지 않는다.
“후우, 그런데 목이 마르네.”
꽤나 여름 날씨라 보니 목에 갈증이 오기 시작했다. 물통이라고는 어디에도 없고 목의 갈증을 풀 수 있는 먹을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지금 이렇게 주저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 최소한 이 근처에 시냇물 같은 것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만 찾으면 일단 그 주변에 집을 짓는 것이 최우선이다.
식량은 그때 구해도 늦지는 않겠지.
뺨을 살짝 때리고 기합을 놓고서 다시 땅에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숨을 고르며 걸은 지가 언제였을까, 귓가에서 드디어 원하고 있던 소리가 들려오게 되었다.
“물소리, 이 근처에 물이 있는 건가.”
수풀을 해치며 물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물소리가 더욱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 수풀을 해치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폭포?”
솨아아아....
시원한 소리를 내며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였다. 아무래도 내가 이쪽에 이동하면서 들어온 물소리는 이 폭포로 인하여 흐르고 있는 시냇물의 소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상당히 물이 맑았다. 이렇게 깨끗한 물은 티비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눈앞에 보니까 상당하게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깨끗한 물을 손에 담아서 천천히 물을 마셨다. 보인 것만큼 상당히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저기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순간 당황하며 환청이 아닌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 뒤에서 느껴져 오는 인기척에 경계를 하며 뒤를 돌아봤다.
“누구야!”
“아, 죄송해요.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말을 걸어온 것은 다름 아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20세 초반으로 추정되는 나이로 국적은 아마도 나와 같은 한국인으로 추정되었다. 식인종이 아닌 것만으로 다행스럽게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기, 어떻게 해서 이곳에?”
여성의 물음에 나는 진지하게 지금까지 겪은 상황에 대해서 그녀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많이 낡아진 옷에 움직이기 편하도록 옷을 찢은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먼저 이곳에 와서 꽤나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곳이어 그녀가 자기소개를 겸하며 자신이 이렇게 된 계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진미진’이라고 하고 그녀는 16살의 동생인 ‘미연’이와 함께 위안여행을 하기위해, 배를 타고서 한 달 전 배를 타고서 여행을 떠나다가 폭풍을 만나 지금까지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야기를 마친 미진씨는 검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슬슬 시간도 늦어졌고 하니까, 일단 따라오세요. 오랫동안 젖은 몸으로 있으면 아무리 여름이라 고해도 감기에 걸리니까요”
“아, 네”
모닥불이 어두운 밤 속에서 빛을 발한다. 붉은 색과 노란 색이 멋지게 교차하면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나는 그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식어버린 몸을 녹이고 있었다.
“그런데 우혁이 오빠는 소설가에요?”
미진씨의 동생인 미연이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자 미연이는 아주 흥미로운 얼굴을 하고서 내가 어떤 소설을 쓰는지 질문을 해오기 시작했고, 나는 꺼림직 할 것 없이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연이는 나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뒷이야기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재미있어 하기에 잊고 있었던 즐거움이 느껴져 왔다.
“그 여자주인공은 어떻게 됐어요?"
" 그건 말이지..“
“미연아, 그 정도로 해. 우혁씨에게 민폐잖아”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연이에게 타이르자, 미연이는 마치 어린아이 같은 말투로 뒷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며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미연이가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해서 저도 말하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아, 하지만 오늘 많이 피곤하실 텐데, 무리해서 미연이에게 소설이야기를 하지 않으셔도..”
“아아~언니~ 그냥 계속 듣게 해줘~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귀여운 동생의 부탁에 팔짱을 끼며 고민을 하고 있던 미진씨는 언니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런 모습은 어디로 가버리고 한 소녀의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럼 우혁씨 그 뒷이야기를 빨리 이야기해주세요, 저도 궁금해서요.”
그녀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 소설의 뒷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어둠속에서 홀로 빛나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하고 두 명의 소녀를 위해서 여태까지 내가 써왔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입 밖에 꺼내었다. 한 이야기가 완결 나면 날수록 그녀들은 매우 아쉬운 얼굴을 보였고, 그런 그녀들의 표정을 볼 때마다 얼마나 기쁘던지.
이럴 때만큼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그렇게 만난 우리들은 서로를 도와 가며 일단 이곳에 살아보기로 했다. 구조대가 올 때 까지 식량을 조달하고 집을 좀 더 튼튼하게 짖고서 짐승들의 공격에서 안전하게 몸을 보호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무기들도 제작했다.
언제 사람들이 지나가도 알아볼 수 있도록 커다랗게 돌로 sos 라는 문자를 만들어 놓거나, 모닥불을 피워서 연기를 하늘에 올려다 보내고는 했다. 한 달 동안 그녀들도 해 와서 성과는 없었지만, 설마 아는가. 내일이나 오늘에 어떤 사람이 그것을 발견할지.
아주 자그마한 희망을 믿고서 우리들은 그 알 수 없는 섬에서 생활했다. 시간나면 나는 내가 쓴 소설의 이야기를 이야기 해줬고 매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렇게 어느덧 4년의 세월이 흐르게 되었다.
어제와 다름없는 해맑은 하늘, 시원한 파도 소리와 갈매기가 울고 있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익숙해진 환경을 바라보며 오늘도 저 멀리 배가 한척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우혁씨 가끔은 좀 쉬세요.”
“하핫, 괜찮습니다. 이럴 때는 언제 배가 지나갈지 모르니까요”
미진씨가 가져온 과일을 받아서 맛있게 먹으면서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의 옆에 앉아서 시선을 나와 같은 곳을 향하고서 말을 해왔다.
“그런데, 아직도 계속 할 생각이세요?”
“글쎄요, 이제는 이러고 있는 것이 일상이 되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이러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고, 이런 생활이 꽤나 편해졌으니까요”
이제 와서 집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이곳에 오래 살았던 탓일까, 이 섬이 마치 나 자신의 고향처럼 느껴져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진씨와 미연이 와의 생활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도 매일이 즐겁고 재미있었고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단념을 하지 못하고 이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아무리 모닥불을 피워 연기를 하늘에 올려도, 돌로 글자를 만들어도 구조될 확률은 극히 낮은 확률이다.
어째서 나는 계속 이러고 있는 걸까. 도대체 무엇이 나의 몸을 움직이고 있는 걸까.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구조대 같은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계속 이렇게 SOS를 보내는 이유는..”
“집에, 돌아가고 싶으세요?”
“.....................”
도대체 나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 건가. 나는 무엇에 여훈이 남아있단 말인가.
4년이 지난지금 아직까지도 단념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대로 이 섬에 남아서 그녀들과 사는 것은 나쁘지 않다. 결코 나쁜 선택지는 아닐 터이다. 이곳에 있으면 돈 걱정은 물론, 나중에 결혼걱정도 할 것 없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지금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이러고 있는 단 것인가.
나는 결국 무엇을 하고 싶은 거지?
“잘 모르겠어요.”
“... 오늘은 이정도로 하고 어서가요 미연이가 기다리고 있겠어요.”
“네..”
미진씨와 함께 미연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기다리다가 지친 그녀는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미진씨는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그녀를 달랬고 매일과 같은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서 모두가 잠을 잘 무렵에,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그녀들이 일어나지 않게 발걸음을 옮겼다.
횃불을 들고서 내가 도착한곳은 그녀들도 모르는 나만의 장소였다. 나는 매일 느껴져 오는 작은 불안감에 이기지 못해 몇 일전부터 이 뗏목을 만들어 온 것이다.
그것은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
아니다.
그것은 그녀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
그것은 더욱더 아니다. 내가 그녀들에게서 도망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사랑스러운 그녀들을 혼자 놔두고 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나는 미진씨를...
사그락..
풀 숲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본다. 뒤에는 몰라 나를 따라온 미진씨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미진씨.. 이..이것은 그.”
“우혁씨, 그건 뭐에요?”
“이것은, 미진씨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고, 그”
“역시, 집에 돌아가고 싶으세요?”
그녀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역시 나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것은 아닐 터이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 뗏목을 만들어왔지?
더 이상 그곳에는 여훈이 없을 텐데, 어째서 나는 무언가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길고도 긴 침묵 속에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평소의 행동에서 나의 바람이 드러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서..
‘우혁이 오빠의 소설은 너무 재미있어~’
‘좀 더 이야기를 해주세요. 우혁씨’
순간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추억, 하지만 지나가는 것은 밤마다 내가 소설이야기를 하는 추억들이었다. 그녀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나의 소설을 이야기 해주었다. 이야기가 떨어지면 그녀들의 미소를 위해서 다른 소설을 생각해서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무엇을 위해서 소설을 썼었지?
그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간단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자신은 계속 소설을 써온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마음을 독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소설을 써온 것이다. 독자들과 나 자신을 위해서 소설을 써왔다.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에 임했고 결코 그러한 작업이 지루하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의 소설로 말하고 싶은 것을 잊지 않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했고 그것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날 자신이 소설로 말하고 싶은 것을 잊어버렸다.
그래서나는 배낭여행을 오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의 마음에 깨달았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나의 소설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여 독자들이 즐거워하고 내 소설로 불행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고.
“미진씨..”
“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의 눈동자를 지긋이 응시하며 나는 진지한 모습으로 지금의 나의 마음을 그녀에게 표현했다.
“그러니까, 미연이와 같이 이 뗏목을 타고 이곳을 나갑시다. 과연 이 뗏목으로 지상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은 기다려도 무의미할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아뇨, 저희는 이곳에 남겠어요.”
그녀의 대답은 어떤 의미로는 충격적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나는 다시 그녀를 설득해보았다.
“하지만, 이대로 이곳에 머물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미진씨는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나를 곧바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따뜻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이대로는 좋지 않겠죠. 하지만 미연이고 저도 이미 이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설령 세 명 이서 저 뗏목을 타고 간다고 하더라도, 이 인원이 모두 먹을 식량을 넣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러면! 뗏목을 좀더 크게 만들어서!”
그녀는 나의 말을 막듯이 입을 열고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곳을 나가는 것은 미연이가 원하지 않고요, 오래전에 저희들은 위안여행을 하다가 이렇게 됐다고 했죠?, 솔직히 그건 위안여행 따위가 아니에요. 저희들은 가족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더 이상 못 참아서 가출한 거죠, 그래서 미연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해요. 이곳에 있으면 돈 걱정 없고 집 걱정 없고, 취업걱정도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녀의 거절에,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그녀의 눈은 굳은 의지가 보였고, 이렇게 되면 미연이를 놔두고 우리 둘만 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는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오늘 이 뗏목 완성할거에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저는 이 뗏목에 식량을 심고서 이 섬을 떠날 겁니다. 진짜 모두와 같이 갈 생각은 없으신 거죠? 미진씨..”
“네, 저는 미연이와 이곳에 남겠습니다.”
계속 이곳에 남겠다는 그녀의 말이 얼마나 따갑게 느껴지는지, 마지막 결심이 흔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남은 용기를 짜내어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미진씨.. 이럴 때 말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저는 미진씨를...”
“..........”
순간 나는 이것이 꿈인 줄 알았다. 이 입술에서 느껴져 오는 그녀의 감촉이 거짓인줄 만 알았다. 그녀의 따뜻한 입술이 나의 차가운 입술을 덮어와 얼어버린 입술을 차갑게 녹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상냥한 키스를 하고서 시간이 얼마지 났을까, 그녀는 부끄러운 얼굴로 입술을 때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이쪽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게 보였는지, 나는 더 이상 충동을 참지 못하고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미진씨...”
나의 몸을 끌어안으며 그녀는..
“우혁씨는 그래도 떠날 거죠?
그녀의 물음에 나는 입을 다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마지막이겠네요”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기에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질문이었으니까.
그렇게 뗏목을 완성하고 식량을 모두 심자, 어느덧 시간은 아침이 되었다. 이제 미연이에게 사실을 전하고 조용히 떠나는 것이다.
“에에에?! 우혁이 오빠 진짜야?!”
“응”
“어째서 떠나는 건데!! 왜 이곳에 남기 싫은 거야!”
“나는 소설가잖아? 나의 이야기를 보고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불행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소설을 쓰고 싶거든. 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돌아갈 거야”
“우리들이 있잖아!! 우리들이 매일 밤마다 우혁이 오빠의 이야기를 들어주잖아!! 우리들은 정말 우혁이 오빠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그런데 어째서!, 우리들이 싫어진 거야?!!”
눈물을 글썽이며 언성이 점점 높아지는 미연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녀의 행동을 막는 미진씨였다. 그런 언니에게 불만 있는 표정으로 뭐라고 말 좀 해봐라 는 눈빛을 보내자, 미진씨는 미연이를 끌어안으며 따뜻하게 말했다.
“나도, 우혁씨와 떨어지기 싫어. 하지만 그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그 꿈은 여기서는 만족스럽게 이루지 못할 거야, 그래서 우혁씨는 이렇게 떠나는 거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 밝은 모습으로 우혁씨를 보내주자. 응?”
그녀의 말에 미연이는 겨우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뗏목을 타고서 떠날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점검을 끝마친다.
“그럼, 이제 저는 가보겠습니다.”
“우혁이 오빠..”
“미연아, 더 이상 우혁씨를 귀찮게 하면 안 돼, 그럼 잘 가세요. 우혁씨”
“네.”
그녀들의 사이좋은 마지막 모습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두고서 나는 뗏목을 바다에 밀어 넣으며 올라탔다. 밀려왔다가 들어가는 파도에 의해서 뗏목은 천천히 바다 위를 이동하기 시작했고 앞을 향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시선을 고정했다.
“우혁이 오빠!! 반드시 도착해야해~! 잘 가~!”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미연이의 외침에 마음이 아파왔다. 뗏목은 바닷물에 의해서 천천히 섬과 멀어져갔고 노를 저으며 앞을 나아갔다.
서벅 서벅!
“우혁씨!! 꿈을 이루세요!!!”
“........”
마치 옆에서 외친 듯이 크게 고막을 흔들기 시작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가슴이 웅쿨 거린다. 순간 약해지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려고 하는 그때, 그녀는 다시 한 번 외쳤다.
“뒤돌아보지 마세요!!! 당신이 나아갈 길을 향해 가세요!!”
“크윽!, 미진씨..”
노를 강하게 움켜쥐고 찢어질 것 같은 마음으로, 그녀들을 등 뒤로 한 채, 나는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큰 도박에 목숨을 걸었다.
끝까지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미진씨와 함께 이곳에 생활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내가 해야 할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돌아가야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언제까지 이런 곳에 발목을 잡혀 있을 수는 없으니까.
시간은 저녁 12시를 넘어있었다. 뻐근해진 목을 풀면서 나는 두들기고 있던 키보드를 멈추고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후우, 정말 소설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로군.”
2년 전에 있었던 꿈만 같은 일들을 장편 소설로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배낭여행을 오다가 표류당하여 어떤 한 섬에 도착하게 되어 만나게 된 두 소녀와의 길고도 긴 이야기는 완결에 다다랐다. 이대로 스토리를 완결내도 상관은 없지만, 그것은 왠지 마음에 안 들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완결로 쓰려고 해도 무언가 아니었다.
“흐음, 도대체 나는 이글을 어떻게 끝맺음하고 싶은 걸까”
이대로 끝나버리면 너무나도 쓸쓸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내가 이 소설을 써오면서 원해오던 것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아아..그렇다고 해서 그 뒤를 지어서 쓰는 것도 영 마음에 안 들고. 나는 왜 이렇게 완결을 쓰는 것을 망설이는 거란 말인가!
"가만히 앉아서 짜증만 내는 것도 그렇고, 잠시 기분전환을 하러 바깥에 놀러 가볼까“
한숨을 쉬며 옷을 껴입었다. 추운 겨울날씨에 코트와 목도리를 목에 둘러메고서 현관문을 열고서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얼어버린 손을 비비면서 대문을 열었다. 삐이익 하는 소리가 고막을 흔들고 대문은 천천히 열자, 대문 앞에는 한 여성이 서있었다.
“...........”
“아...”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한 여성이었다. 검은 구두를 신고서 갈색 코트를 몸 위에 걸치고서 벙어리장갑을 끼고서 가방을 들며 대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모르는 여성인데, 어째서 우리 집 대문 앞에?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 건가?
여성은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예쁜 입술을 열었다.
“오랜만이에요.. 우혁씨”
그 순간 나는 또다시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왜냐면 지금 들려오는 이 목소리..
내 앞에 서있는 이 여성은..
내가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 여성이고
절대 이곳에는 있을 수가 없는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제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니까.
“어서 오세요, 미진씨”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그때처럼 식어버린 그녀의 차가운 어깨를 꼬옥 안아주며 그녀를 반겨주었고, 그녀도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아름답게 내리는 눈 속에서 우리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여태까지 가슴속에 간직해둔 서로를 향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했고,
우리들은 훗날에 미연이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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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자: 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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