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회상

by 나인 posted Nov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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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시간의 회상

주제: 시간의 실수의 회상

 

 

 

 

 

 

 

아이야

이곳은 이제 잿빛이 아니야

이곳은 이제 삭막했던 황무지도 아니고 , 울퉁불퉁했던 돌밭도 아니야 물론  지긋지긋했던 잿빛하늘도 없단다  

이제 이곳은  깨끗해지고  비어있어  이제 몸전체를 뒤덮는 불쾌한 모래폭풍도 만나지 않고 말이야

난  항상 이곳 한가운데 누워 텅빈하늘을 바라본단다  이곳은 이제 멈췄고 나는 이제 흐르지 않아

 

 아이야  변화한 이곳을 바라보면 네가 떠올라

 깨끗한 하늘을 보고있으면  이곳이 너를 처음만났을때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이 들어 아니 완전히 똑같은것같아 

아이야  난 아직도 너를 처음본 날이 잊혀지지가 않는단다  가장 오래전이지만 가장 생생한 날이기도 하지  난 그때 네 곁을 급히 뛰어가서 너를 매우 짧게 봤었어

좀 길게볼껄 그랬네, 그때 여러모로 미숙했으니까 그때  너를 짧게 본게 굉장히 아쉽다  그때는 아마 네가 모두의 사랑을 받고 축복속에서 세상밖으로 나왔을때

너를 조심스레 안고있는 부모님의 기쁜표정과 그뒤에서  탄생을 축복하듯 비춰지는 따스한 햇살때문에 잠시 넋을 잃어서

하마타면 흐르는걸 멈출뻔했어 나는흐르는걸멈추는 대신

난 네귀에다 " 안녕 난 너의 시간이야" 하고 재빨리 흘렀어

 

 아마 아기였던 네가 그때 작게 웃어줫던것같아  정신없이 흐르는 와중에도 웃음이 계속 방싯방싯 피어올랐지

너에게 좀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간은 앞으로 흘러야만 하는것이니까   

난 그이후 순수하게 빈 공간을 누비며 힘차게 앞으로 정신없이 흘렀단다 단 한순간도 쉬면 안되는게 내 의무니까

아이야 난 그때 정말로 힘들고 숨도 차고 그랬는데 계속 흘렀어

 

난 너에게 선물을 한가득 안겨주고 싶었거든 내가 흘러감으로써 생긴 많은 상황들속에서 네가 경험하고 네가 성장하고 무엇보다 

  네가 행복하길 바랬어 내가 할수있는건 그것뿐이니까  그래서 앞만 보면서 갔지

 

그런데  순수한 공간에서 흐를때마다 네 목소리가 여렴풋이 들려오는게 아니겠어?  

아이야 너는 시장에서 엄마가 빨리 돌아오길  생일이 빨리 돌아오길 교복을 어서 입기를 그리고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했지

난 너의 목소리에,  난 너의 기대의 부흥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룰을 약간어겼어 내가 더 빨리 흐르기로 말이야  내가 빨라지는 것에 따라 난 점점 지쳤지만 너를 위해서라 생각하며

 점점 숨이 막혀왔지만 그것을 무시했어  앞으로 나가고 또 나갔지 

 너가 행복해진다면

 

그로부터 얼마안있어 나는 커다란 실수를 한것을 눈치채곤 만거야

어느새 텅비었던 너의 순수한 공간에는 황무지가 들어섰고 잿빛하늘이 드리워졌어  난 이제 잿빛세상에서 흘렀지

 

 꽤 어두워서 굉장히 무서웠다니까

 여행길은 점점 힘들어졌고 또 황무지는 온통 돌밭으로 바뀌고 있었어

매섭게 부는 모래바람과 날아오는 돌덩이들이 나를 공격했어 돌덩이와 모래폭풍은 나의 흐름을 방해했고

 

 나는 그 모래폭풍과 싸우기라도 하듯 앞으로 계속 나섰고 그것이 번복되면서 지겨워지고 온몸이 무거워져 모든힘이 빠졌을때 

 

 그제서야 시선을 앞에서 돌려 너를 보고야 만거야

 

아이야,

 나는 크나큰 실수를 했어 빨라진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너는 괴로워하고있었어

 준비가 되지않은 너에게 너무많은 책임과 의무들이 너무 빠르게 주어졌어

그리고 너는 그 책임들에게 눌려 죽어가고 있었지

 나는 너에게 현실을 너무 빨리 주고 말았던거야

 

너무 참혹한 결과에 캄캄한데서 울고있는 너의 모습에

절망하고 또 절망했지

 

그제 서야 너의 색이 보였어 너는 잿빛이였어 

 

그리고 잿빛색을 띈너는 그로부터 얼마후 스스로 나를 멈췄지 높은곳에서 무겁게 뛰어내려서 말이야

 

그순간 나는 눈치챘지  

 

  왜 그토록 순수했던 곳이 황무지와 돌밭으로 뒤덮이게 된건지 평온한 바람이 왜 모래폭풍과 거친 돌덩이가 되었는지

그건 너의 절규였구나 더이상 흐르지말라는 너의 발악이였구나

 너는 그렇게 나를 붙잡고 있던거야 그 사실을 왜 그때 깨달았던것일까

 왜 그아이를 그곳까지 내몰았음에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 던것일까

 

 아아 나는 왜 그때  눈치채지못햇던걸까

 아이야 그런선택을 하게해서미안해 돌이킬수없는 실수를해서 미안해

 

 멈춰지지않는 나를 멈춰줘서 미안해

자신의 시간을 멈추는건 정말 무섭고 잔인한 일이야 얼마나 무서웠니 아이야  정말 미안해 내가 돌이킬수없는 실수를 했어

 아이야 그래서 그 실수로 인해  지금 나로인해 그리고 너로 인해 이 공간에 갇혀있어 난 더이상 길었던 여행을 지속하지 않게 되었어 그 래도  나는 이곳 너에게 머물기로했어 너는 이제 없지만

이공간과 나는 너의 내면이자 시간이자 흔적이니까 좀더 보관하고 싶어

 

 아무것도 없는 빈공간에 텅비어버린 하늘이지만, 그런데  오늘따라   텅빈하늘이  꽉차보여 아이야

이곳이 이렇게 변화했다는 것은 너와 내가 이제 안식을 찾은것이라 믿어도 될까? 아니면 우리둘다 여전히 멈춰있는걸까 아니면 돌아간것일까  난전혀 알수없어

 텅비어버린 하늘은 나에게 이제 전혀 답을  주지않으니까  그저 나는 누워만있을뿐이야

 

 아, 오늘따라 네얼굴이 정말 보고싶다

 

사랑하는 아이야 정말 너를 사랑해

너에게 사랑을 잔뜩 안겨주고만싶어

잘있어 그리고 잘가 아이야

편안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