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2시
‘너는 그렇게 살면 안 피곤하니?’
라는 물음을 목구멍 안에 도로 집어넣기 위해 유리잔에 찰랑거리는 아이스티를 한 모금 들이켰다, 여러모로 사람 질리게 하는 성격이야-
‘대충, 적당히, 신경 끄고‘ 이런 마인드로 인생을 살아온 나에게 저 녀석, 그러니까 내 앞에 서 온갖 프린터 물 을 헤집으며 열심히 자료를 모으는 ’백 산’ 은 나 같은 사람에게 있어 상대하기 피곤한 스타일이다.
매일 단정한 머리, 넘치는 열정, 완벽한 조사, 몸에 스며들은 친절, 밝은 성격, 탁월한 리더십 등등, 입이 한 개라서 힘들만큼 온갖 수식어를 달고 사는,
내가 몸뚱이가 세 개 , 네 개 가 되어도 하지 못할 만큼,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귀찮아서 안할 일까지 맡아서 학창시절 내내 반장을 도맡아 하던 경력을 발판 삼아 대학생이라면 누구라도 꺼려할 조별과제의 조장까지 자처하는 그런 사람,
“있지, 하나야?”
“응?”
오후 2시 한적한 카페에서 선선히 불어오는 창가의 바람에,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티, 그리고 성격처럼 나긋나긋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자료를 하나하나 읊어주던 목소리에 나른함이 더해진다, 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가해서 힘겹게 빨대를 잘근잘근 씹어대며 잠을 깨려는 내 가상한 노력에 자료에 코를 쳐 박고 열심히 읊어주던 놈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졸려?”
“아니야, 버틸만해”
“그래?”
‘그럼 정리만 빨리할게, 조금만 더 기다려줘’ 라며 눈을 생긋 접어 웃으며 기특하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프린터 물에 고개를 박고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그 모습에 괜히 멋쩍어 아이스티를 세차게 휘저었다.
쌓인 자료 옆에는 얼음만 남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그래, 저 녀석은 사람 질리게 하는 스타일이 맞아-
쓸데없이 친절해서 문제다,
쓸데없이 세심한 성격이라 내가 음료수 안에 든 얼음을 좋아해 얼음은 남겨두는,
쓸데없이 다정해서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긴장이 풀려 잔다는 걸 알고 있는,
저 놈은 너무나 피곤한 스타일이라 같이 있으면 마음속이 요상해지는 그런 사람이다.
오후 2시의 반 하나, 마음의 요상함이 무언인지 깨닫기엔 아직은 이른 시간-
‘백 산‘ 이 자료조사를 마치고 잠이든 하나를 보며, 아메리카노를 리필 한 시간, 오후4시
둘이 카페를 나온 건 하나가 깨어난 오후5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