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태어나는 밤
나는 나의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개나리 가지마냥 곱게 휜 등허리를 평소보다 더 동그랗게 웅크린 고양이 또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의 고양이는 비 오는 날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꼭 지금처럼 등줄기를 둥글게 만 채 야옹, 야-옹 하고 가늘게 울어 대곤 했다. 나는 나의 고양이가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만큼이나 나의 고양이의 가느다란 울음소리를 싫어했다.
사실 나는 나의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아직까지 성별을 확인해 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캣푸드나 고양이용의 화장실 모래를 사러 갈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어떤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말을 붙여볼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짧게나마 알고 있는 고양이의 습성들을 착실히 지니고 있으니 나는 그것이 고양이라고 생각했고, 그것도 자신을 고양이라고 여기는 일에 동의한 것 같았다. 이상한 것은 마치 나와 오랜 시간을 지내왔던 것처럼 고양이가 내게 꽤나 친근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나는 항상 고양이를 기이한 존재로 생각하였다.
정오 즈음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녀 와 텔레비전을 보다가 샤워를 하고 잠드는 단조로운 일상 가운데에서 고양이는 그렇게 툭, 하고 튀어나와 있었다.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무렵의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누군가가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듣곤 했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는 벌써 몇 달이 지나 있었고, 나는 어느 새 그 '누군가'라는 사람을 스스럼없이 반쪽, 이라 부르곤 했던 헤어진 남자친구라고 여기고 있었다. 나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친구들은 그것이 일종의 정신병의 초기 증상일지도 모른다며 병원에 가기를 권했다.
하지만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의사에게 돈을 지불해 가면서까지 내 은밀한 고민들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치욕을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환청이 들려올 때마다 잠시 뒤를 돌아보아 물웅덩이, 흙먼지, 귀퉁이가 터진 쓰레기 봉지와 비뚤게 주차된 차들과 빈 골목 같은 것들이 가만히 자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작은 불편을 감수하기를 택했다. 그건 내 무심한 눈길 끝에 언젠가는 환상이 아닌 진짜 그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으리라는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날에는 그 너저분한 풍경 가운데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그 날의 나는,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서 무서우리만치 노란 눈을 반짝이고 있던 새카만 고양이에게 이끌리듯 다가서 버리고 만 것이다. 길고양이를 처음 만나는 것도 아니기에, 그 고양이가 내 터벅이는 발소리에도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당초부터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고양이를 안아 올리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치 않았다.
그저 오후에 잠깐 내렸던 비에 젖은 고양이의 몸이 내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고양이는 사람의 손길이 익숙한 듯 노란 눈을 슬쩍 굴리며 야옹, 하고 짧게 울었을 뿐이었다.
"야-옹."
하고 나도 고양이를 향해 짧게 울었다.
입술 새로 나도 모르게 킥,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렸을 때는 어떻게든 길고양이를 만져보고 싶어, 찬장에서 참치 한 캔을 몰래 훔쳐내기도 했었는데 막상 길고양이를 안아 올려 보니 별다른 느낌이라는 게 없었다.
그러고 보니 기대로 전날 밤을 꼬박 새워버렸던 수학여행이나, 난생 처음 본 지역으로 갑자기 갔던 이사에서도 나는 실감이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했었다. 남편의 장례식 후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숯덩이를 뱉기라도 할 것처럼 섧게 울던 어느 소설의 주인공이 그랬듯이, 내 현실감이라는 것도 지각의 먼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가 보다.
하지만 그렇게나 안아보고 싶어 안달이었던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서도 태평하게 울음소리나 흉내 내고 있으려니, 고양이를 잡으러 밤이 늦도록 골목을 쑤시고 다녔던 유년기의 나에게는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은 먹었니?"
고양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는 고양이를 꼭 안고 걷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팔목에 걸게 된 묵직한 장바구니가 허벅지 즈음에 이리 저리 채였고, 기울어진 케이크 상자 안에서 생크림들이 이리저리 뭉그러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했지만 참아 보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얇은 코트의 가운데 부분이 둥그렇게 젖어들었고, 고양이의 날카로운 무게에 눌린 아랫배가 저릿하게 아파왔다.
고양이가 배꼽을 뚫고 자궁에 들어찬다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다.
십 여분을 걸어 이층의 원룸에 도착하고, 신발을 벗으려 고양이를 현관에 내려놓으려 했을 때까지도 고양이는 인형처럼 가만히 내 품 속에 웅크려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다음 순간 부터였다. 나는 현관에서 내가 사지 않은 구두 한 켤레를 발견하고 멈추어 섰다. 그런데 그 순간, 내 팔을 뿌리치고 바닥으로 뛰어 내린 고양이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그렇게나 얌전했던 녀석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며 다급히 전등 스위치를 눌렀지만 불은 켜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집을 나서며 골목마다 배선을 점검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는 것을 본 것 같기도 했다.
벽을 이리저리 더듬어가며 침대까지 간 나는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어 그대로 짐들을 내던지곤 풀썩 누워 버렸다. 가을비가 풍기는 우울한 냄새가 밀폐되어 있던 방 안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양이를 불렀다. 대답 대신 달각, 하는 소리가 울렸다. 가을비만큼이나 우중충한 새 애완동물이 탁자 위에 올라가 아침에 치우지 않은 커피 잔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나는 고양이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을만한 다음 소리를 기다렸지만, 한동안 고양이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어둠 속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고양이를 밟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꼼짝도 하기 싫었다. 내 집 안에 있는 것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어느 경우이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다. 고양이란 것들은 구석에 숨기나 좋아하고 제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싫어하는 얌체라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고양이를 좋아했던 적이 없었다. 손이 닿지 않는 높다란 담장이나 지붕 위에 올라앉아있던 도둑고양이들은 나를 화나게 했으면 했지 기쁘게 한 적은 없었다. 그렇게나 고양이를 잡아 안아 올리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양이를 잡은 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하던 나는 내가 건 기억이 없는 통화 기록 몇 개를 발견했다. 또 홀드 버튼을 누르지 않고 가방 속에 던져두어 멋대로 버튼들이 눌린 모양이었다. 터치 형식 핸드폰은 아무리 사용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순간 매끄럽고 축축한 것이 침대 밖으로 비어져 나와 있던 발끝을 스쳤다. 나는 솟구치듯 일어나 앉았다. 어느 새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라 있었다. 원래 불러서 오는 법이 없는 고양이라지만, 나는 몇 분 동안이나 고양이를 애타게 불렀다.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처음으로, 나는 그것이 고양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기는 밤새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불 꺼진 방 안에서 어둠과 전혀 분간되지 않는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밤을 꼬박 지새워야 했다. 몇 번이고 고양이를 불러 보았지만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새 다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내 부름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고양이가 울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요물이라더니, 그 울음소리는 꼭 갓난애가 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입을 커다랗게 벌린 갓난애가 방구석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잔뜩 화가 난 것 같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이불은 물론이고 귀를 꼭 틀어막은 내 손가락 새로도 파고들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고양이를 안아 올렸을 때보다 분명한 감각으로 아랫배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절대 안정을 요구하던 어떤 의사의 목각인형 같은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날이 밝으면 저 고양이를 기필코 집 밖으로 몰아내 버리리라 다짐하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나는 다음날 정오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고, 날씨는 거짓말처럼 개어 있었다. 엊저녁에 그대로 입고 잤던 코트의 단추를 풀며 나는 재빨리 집안을 둘러보았다. 아랫배는 더 이상 욱신거리지 않았지만, 새벽까지 내 정신을 갉아먹었던 그 이상한 고양이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런데 옷장 위나 냉장고 뒤에 숨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고양이는 침대 발치에 얌전히 올라앉아 있었다.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고양이가 노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온순한 얼굴을 한 그 짐승은 내가 몸을 일으키려 하기 전에 늘씬한 몸을 쭉 펴 기지개를 켜고는 깔개 위로 사뿐히 뛰어 내렸다.
나는 고양이가 이미 내 통제권 밖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고양이를 붙잡는 일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누구니, 넌."
햇살이 드는 곳으로 우아한 발걸음을 옮기는 내 고양이를 보며 나는 겨우 입을 떼었다. 고양이는 나를 한번 힐끗 돌아보고는 양지 바른 베란다에 웅크려 앉았다. 한숨을 내쉰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길에 올랐고, 버스에 올라서야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는 고양이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음을 깨달았다. 나로서는 억지로 쫓아내는 수고를 덜게 되었으니 오히려 잘 된 셈이었다. 언제 일을 하러 다녀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요즘 들어서는 이런 일이 꽤 잦은 편이었다.
그러나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 귀에 와 닿는 온갖 미미한 소음들이 고양이가 내는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전날과 마찬가지로 한 숨도 자지 못한 나는 무작정 고양이를 원망하기 시작했지만, 고양이의 흙발이 침대 위를 우아하게 가로지른 흔적을 발견한 후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침대 밖으로 달려 나가 텔레비전을 켜고, 개그 프로그램을 찾아 볼륨을 귀가 아프도록 올린 후에야 떨리던 손이 멈추었다.
문득 그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 것은 퇴근 후 샤워를 하려 욕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거울에 비친 나는 이틀이나 잠을 자지 못한 탓에 무척이나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어서 그에게 위로를 받아야 성이 풀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만 것이다.
외동으로 자라 애교가 많은 것은 장점이기도 했지만 단점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도 왜인지 모르게 항상 보호받는 입장에 서 있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야 보호받는 일의 불편함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친절하고 유쾌한 친구들에서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어른들로 바뀌었고, 나는 애완동물처럼 길러지다가도 종종 한 순간에 버려지고 말았던 것이다.
내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라 여기고 있던 그, 마저도 나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라면 정말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는 딸이든 아들이든, 현이라고 짓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소리를 낼, 그리고 똑 부러진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는 항상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랬던 그가 ‘나 같은 여자’에게 앞날이 창창한 외동아들을 절대 맡길 수 없다며 얼굴을 붉히시던 그의 부모님 앞에서,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내 손을 놓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건 엉킨 매듭을 풀듯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잘라내 버리듯 한 순간의 일이기도 했다.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 있던 오른손의 손가락들만을 몇 번 꼼지락거리던 나는, 이렇게 힘든 상황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며 돌아선 그의 뒤에서조차 '데려가 주세요'라는 서툰 글씨가 쓰인 박스 안의 강아지처럼 애처롭게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현실감은 또 무섭도록 잦아들었다. 나는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부터 조금씩 냉소적인 부류가 되어갔다.
그 즈음부터였을 것이다. 무심한 눈길의 가면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튿날은 우울한 생각이 어울리지 않는 화창한 가을 날씨였다.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그와 고양이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려 엠피쓰리의 볼륨을 한껏 높인 채 방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대로 계단을 쿵쿵 뛰어 내려온 나는 신문을 읽었던가, 하고 멈추어 섰다. 서둘러 발길을 돌려 식탁 위에 펼쳐진 신문을 확인하고 내려오던 길에 문득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우편함 앞에 멈춰 섰다.
이곳에 살기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누구에게 주소를 알려주지도, 편지를 주고받지도 않았고 공과금은 건물 주인에게 월말에 납부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고지서가 도착하는 일도 없었다. 202호의 우편함 안에는 다른 방보다 유난히 먼지와 녹이 많을 터였다. 여전히 가벼운 가락의 유행가를 흥얼거리고 있던 나는 우편함 안의 하얀 봉투를 발견하고는 입을 꼭 다물었다.
그것이 내가 받은 첫 번째 편지였다. 샛노란 편지지에 쓰인 글씨들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 쉬었는데, 유난히 작은 키에 허리까지 닿는 긴 생머리를 찰랑이던 여자의 뒷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8월 중순의, 햇살이 너무 맑아서 괜히 울고 싶은 날이었다. 편의점 앞에서 큰 소리로 티격태격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으며, 나는 그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편지를 읽은 순간, 두 주먹으로 아무리 닦아내어도 멈출 수 없던 눈물이 양 뺨을 타고 한참이나 흘러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양이. 고양이는 밤마다 나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고 있었다. 그러면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배가 불쑥 솟아오르는데, 그게 또 어느 새인가 물 풍선의 매듭을 풀어버린 듯 축 가라앉아 버린다. 떨리는 손으로 뱃가죽을 이리저리 찔러보아 고양이가 빠져나갔음을 확인한 뒤 나는 흠뻑 젖은 다리를 이끌고 침대 가장자리를 비척비척 걸어가 전등의 스위치를 켠다. 그리고 점등되기 직전, 형광등의 두 번의 깜빡임 새에 내 두 손과 침실에 찍힌 젖은 발자국들이 검은 양수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숨을 크게 들이키며 깨어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방 안에 핸드폰 불빛을 비추어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리로 천천히 이불을 쓸어본다. 하지만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밤이 되면 고양이는 어디론가 꼭꼭 숨어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술을 잔뜩 마신 다음 날처럼 목이 말라왔기에 냉장고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밤새 식은땀을 얼마나 흘린 건지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곧 지나쳐야 할 식탁 밑에, 컵을 꺼내야 할 찬장 구석에, 그리고 냉장고 안에까지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귓속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결국 식탁 앞을 지나지도, 물을 마시지도 못한 채 나는 침대에 다시 쪼그려 앉아 그대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목은 마르지 않았다.
언제 긴 밤이 다 지나고 날이 밝았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해가 뜨면 나는 고양이의 그 샛노란 두 눈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에 부풀곤 했다. 고양이에 대한 고민이 일단락 된 다음부터는 편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가 나에게 편지를 쓴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편지를 쓸 대상으로 굳이 나를 택한 이유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의 편지에는 그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곳에 봉사를 하러 다녀오곤 했으며 돈이나 명예보다 사랑이 중요한 것임을 친구들 앞에서 강연하곤 했던 박애주의자임이 밝혀져 있었다. 그녀에게도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만 같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장난 같기만 한 그녀의 편지가 뒷내용을 알리기 위해 이어질 것이라는 어렴풋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서둘러 우편함 앞으로 달려가 섰을 때 내 예감이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인이 찍혀 있지 않은 규격 봉투 안에는 그녀가 했던 생각들이 동글동글하고 예쁜 글씨로 또박 또박 적혀 있었다. 편지지는 여전히 노란 색이었다.
나는 편의점 카운터에 앉아 하루 종일 그녀에 대한 생각을 했다. 4월의 어느 날, 얼굴을 바알갛게 붉힌 채 눈물을 글썽이던 긴 머리의 여자는 금방이라도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올 듯 기억 속에서 생생해져 갔지만 여자의 얼굴만은 끝내 기억나지 않았다.
해가 다 기울어서야 카운터에서 벗어난 나는 그녀에 대한 생각에 완전히 골몰해 있었다. 그녀와는 달리 나는 박애주의자가 아니었다. 사랑받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었지만,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자 한 것은 끝내 내 손을 매몰차게 놓아버렸던 그와의 연애에서 뿐이었다. 다른 정서에 공감한다는 것은 익숙지 않은 일이었다. 그와 슬픈 영화를 보러 갔을 때조차 나는 여기저기서 울음을 터뜨리는 여자들의 박자에 맞추어 코를 조금 훌쩍여 주었을 뿐이었다.
내 몸은 항상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적당한 곳에 떠올라 있었다. 금붕어라는 말은 나를 설명하기에 퍽 적절한 것이었다. 금붕어가 어항 안의 거품을 삼키고 정수리 언저리가 부풀어 오르듯, 나 또한 온갖 의미 없는 것들에 골몰해 비대해진 정수리를 문질러보곤 했다. 현실감이라는 것을 느껴본 지 몇 년은 족히 된 것만 같았다. 시간은 항상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흘렀다. 내 일과를 뚜렷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터였다.
내 발은 결코 어항 바닥에 닿지 않을 것이다. 발을 가진 금붕어 이야기 따위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것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자신이 변하기 시작한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는 인간이란 지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그녀는 자신이 박애주의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몇 달 전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방해가 될,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생긴 이름 없는 아이를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죽여 왔다. 그녀는 자신이 박애주의자였기 때문에, 그것이 실제로 수술대에 오르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를 동정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층까지 오르는 계단은 길고 긴 여정이었다. 낡은 스니커즈가 발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던 덕분일까, 잠겨있지 않은 방문을 벌컥 열었을 때 나는 고양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침대 위에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는데, 검은 털로 뒤덮인 그 뒷모습에서조차 긴 머리를 가진 그녀의 뒷모습이 떠올랐기에 나는 잠시 멍하니 현관에 서 있었다.
고양이는 이쪽을 힐끗 돌아보더니 야-옹하고,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현관의 불빛이 소등되어버렸기에 나는 두 팔을 우스꽝스레 허우적여 서둘러 불을 켰다. 역시나 고양이는 어디론가 가 버린 뒤였다.
그러나 전처럼 감쪽같은 걸음은 아니었다. 고양이의 잔상이 남은 침대 위에, 내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거무죽죽한 얼룩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놈의 고양이가 어디서 또 흙탕물이라도 묻혀 왔나보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로 다가서던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랫배가 저릿하게 아파왔다. 꺾인 날개 아래로 가느다란 내장 몇 가닥이 비어져 나온 참새 한 마리가 가슴을 바르르 떨고 있었던 것이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거친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그, 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라왔다. 매섭게 고동치던 심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안정된 것은 바닥에 떨어진 위악(僞惡)의 가면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것을 쓰고 있었다. 박애주의자도 아닐뿐더러 심약하지도 않은 지금의 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저깟 새 한 마리 가지고 뭘 그래."
나는 그가 해 주었을 터인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조용히 일어섰다. 이 집에 고양이를 데려온 지 며칠이 지나도록 참치 한 캔 따 주지 않았으니 밖에서 새 한 마리 쯤 물어온 들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가슴을 다독였다.
티슈 몇 장을 빼 조심스레 새를 감싼 뒤 그대로 부엌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고양이가 쥐나 작은 새 같은 것을 물어오는 것은 주인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우스웠다. 침대로 돌아와 보니 작은 새는 핏자국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몇 분 전까지 새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나는 환기를 위해 열어두었던 베란다로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꼭 닫아버렸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고양이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한 것은 그의 마지막 체온이 싸늘했던 것이 사무치게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도 고양이는 내 다리 사이로 기어들었고, 나는 한 시라도 빨리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편지를 움켜쥔 채로 버스에 탔다. 편지는 몇 십 번이나 도착했고, 나는 여전히 금붕어처럼 느리게 헤엄치고 있었다.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하는 일은 여전히 불가능했고, 나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려던 참이었다.
나는 어느 새 익숙한 편의점 카운터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나를 괴롭히고 있는 그 몹쓸 고양이가 그녀가 보내온 분신일 것만 같다는 망상이 온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음은 물론이고, 여자 것인지 남자 것인지 모를 괴성이 애처롭게 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고양이 때문이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 아저씨에게 행선지를 큰 소리로 외친 후에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한 발음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그 환청은 운전석에서 들려온 '조금 막힐 거예요.'라는 사무적인 목소리에 잦아들었다.
나는 일부러 발소리를 죽인 채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야만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문을 벌컥 열자 침대 위에 길게 누워 있던 고양이가 소스라쳐 벌떡 일어섰다.
나는 고양이와 눈을 마주친 채로 신발도 벗지 않고 집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나는 나의 고양이를 내려다보았고, 개나리 가지마냥 곱게 휜 등허리를 더 동그랗게 웅크린 고양이가 그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를 올려다보았다. 고양이는 이제 도망치는 것도 귀찮아진 모양이었다.
문득, 고양이가 배꼽을 뚫고 자궁에 들어찬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재빠르게 고양이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후로, 고양이와 내가 살과 살을 맞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고양이를 꽉 끌어안았다. 숨이 막혔는지 고양이가 야옹, 하고 짧은 울음을 뱉으며 발버둥 쳤다. 날이 잔뜩 선 발톱이 얇은 티셔츠를 뚫고 파고들어 아팠다.
"야옹, 괜, 찮아. 그러니까, 이리 와. 야옹."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쉽사리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성이 난 듯 꼬리로 침대를 내리치고 있는 고양이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앞다리를 꼭 붙잡고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이명처럼 들려왔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났다. 하얀 티셔츠 곳곳에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지만, 고양이가 여전히 품 안에 있다는 것은 축하할만한 성과였다. 나는 나의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개나리 가지마냥 곱게 휜 등허리를 평소보다 더 동그랗게 웅크린 고양이 또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날 밤, 고양이가 태어났다. 고양이용 사료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고양이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를 부르려 했지만, 나는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 준 적이 없었다.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닌 끝에, 침대 밑에 가만히 웅크린 고양이를 발견했다.
밥그릇을 내밀며 몇 번을 손짓해도 고양이는 침대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그날 밤 고양이는 내 다리 사이로 기어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나는 침대 밑에서 고물거리는 새끼 고양이들에게 얌전히 젖을 물리고 있는 내 고양이를 발견했다. 나는 그 모습에 적잖이 놀랐지만, 그보다 이상한 일은 침대 아래 귀퉁이에 각각 사료와 물이 담긴 작은 밥그릇 두 개와 하얀 규격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부엌으로 달려가 수납장을 열어 보았다. 수납장 안에 어제 사 온 사료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반 정도 줄어든 사료 봉지가 하나 있었다. 순간 나는 다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나는 수납장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귀를 막았다. 목소리는 점점 분명해져갔다. 머리가 멍해져 아무런 생각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예빈아.”
귓가에 분명한 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내가 움직였을 입술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보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내가 놓친 기억들을 떠올려보려 애썼다. 고양이가 다가와 내 다리에 얼굴을 부비기 시작한 것은 그 때였다. 야옹, 하고 고양이가 짧게 울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고양이를 밀치고 일어섰다. 고양이는 화가 난 듯 한 번 길게 울고는 부엌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고개를 가로젓고 침대에 걸터앉아 노란 편지지에 반쯤 쓰다 만 글씨를 읽어 내려갔다. 편지를 봉했다가 몇 번이나 다시 뜯어냈는지, 입구가 너덜너덜 해져 있었다.
저는 꿈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학에 진학하기로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지요.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하던 날, 제가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아마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전 그날, 남들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깔깔대었을 그 때에 옷깃을 모두 적실만큼 울어버렸거든요. 다른 이들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칠 수 있다니! 정말 아름다운 인생이 아닌가요?
우스운 이야기이지요. 당신은 벌써 소리 내어 웃고 계실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저는,
편지는 그 부분에서부터 찢겨나가 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에 더러는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는 얇은 편지지를 움켜쥔 손가락이 바르르 떨렸다. 나는 새삼스럽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무슨 과를 졸업했는지를 물었다. 친구는 또 시작이냐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너 요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지난번에는 네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를 묻더니, 이번에는 몇 년 전에 어떻게 지냈는지를 잊어버린 거야?”
“…….”
“제발 병원 좀 가 봐. 여러 사람 걱정 시키지 말고. 지난번에 받아온 약은 제대로 먹고 있는 거지?”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며 전화는 끊겼다. 나는 그제서야 고양이가 밤마다 내 다리 사이로 기어드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대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가 결국 나를 떠나고야 만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나와 같은 긴 머리를 가진 여자가 나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은 끊이지 않았다.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이른 오후의 편의점 카운터에 들러붙어 그녀의 시간을 상상했다. 그녀는 울다가 지친 모습으로 원룸 한 가운데의 자그만 식탁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한숨을 한 번 폭 내쉰 뒤 연필을 들었는데,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편지를 쓰다, 울다, 그러기를 한참. 아직 편지지의 반도 채우지 못했는데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화가 치밀어 올라 편지지의 나머지 부분을 찢어내 구겨버렸다. 숨을 씩씩거리고 있는데 문득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매 끝에 쓱 하고 눈물을 훔치고는 반 정도가 찢겨져 버린 편지지를 곱게 접어 봉투에 넣었다.
그날따라 시간은 더디게 갔고, 여덟 시가 되어 다음 아르바이트생과의 정산 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가방을 들고 편의점을 뛰쳐나왔다. 이층까지 단숨에 뛰어올라가 문을 열고 고양이를 불렀다. 조용한 방 안이 왠지 무서웠다. 불도 켜지 않고 신발도 벗지 않고 침대 앞으로 뛰어간 나는 재빨리 엎드려 고양이가 있을 법한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말캉한 작은 덩어리가 손에 잡혔다. 무작정 그것을 쥐고 기다시피 벽을 더듬어가 불을 켰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아랫배가 저릿하게 아파왔다. 나는 다시 침대 앞에 엎드렸다. 내 고양이는 거기에 없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 버린 모양이었다. 어두운 침대 밑에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더 있었고, 나는 그들을 하나씩 손으로 집어내며 이름 없는 아이처럼 한참을 엉엉 울었다.
그날 밤, 나는 쓰레기통 구석에서 노란 편지지의 나머지 조각을 찾아내어 정성스레 편지를 썼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저는 제게 똑바로 설 수 있는 다리가 돋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지막 편지예요. 우습게도 저는, 제가 아직 박애주의자이길 바랍니다.
안녕.
세 마리의 죽은 고양이를 집 앞 공터에 묻은 후 편지를 우편함에 넣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때까지 우편함을 열어보는 일은 없을 터였다. 집으로 돌아와 한 뼘 정도 열린 베란다 문을 걸어 잠갔다. 고양이 또한 다시 이 방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다시 밤이었다. 잠을 청하려니 자그맣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침대 밑을 살펴보았다. 침대 구석에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었다. 나의 고양이가 새끼를 물어 죽이는 와중에 구석으로 밀려나 살아남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새끼 고양이를 잡아 올렸다.
“현이야.”
다음 날은 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하고 주의 사항을 메모해 와 제대로 된 입양 수순을 밟고 싶었다. 문득, 내가 사지 않았던 그 연분홍색 구두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나는 조심스레 그 구두를 신어보았다. 구두는 내 발에 꼭 맞았다.
이름 : 이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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