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by 망고주쑤 posted Jan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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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두 개군.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손으로 얼굴을 체크한다. 봉우리가 새로 생겼는지. 두개라...

 화장실로 가서 세안을 한다. 신입 봉우리에게는 부드럽게 대해준다. 손에 담은 물을 몇 번이고 얼굴에 부딪히고, 수건으로 살짝 눌러가며 물기를 없애고, 6가지가 넘는 화장품을 바른다. 또 얼굴에 조금이라도 닿지 않도록 카라가 없는 옷을 입고 외출을 준비한다.

 나가기 전 소변을 보기 위해 다시 화장실로 간다. 나는 서서 소변보는 부류. 기분좋게 방출되는 노폐물들의 비명을 듣고 스페어 처리를 위해 손목스냅을 이용한다. 그때. 스페어 처리 되는 도중에 한 녀석이. 그러니까 싹수가 노랗고 투명한 녀석 하나가 나를 향해, 그것도 나의 얼굴을 향해 달려든다. 

 순간, 그 녀석의 의도가 나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서 인지 단순히 나의 손목 스냅에 의해 날아오고 있는 건지 중요하지 않다. 내 얼굴을 향해, 분화구가 표면을 형성하고 있는 달을 향해 달려오는 우주선처럼. 오고있다. 

 어쩌지? 지금 저 우주선이 오고 있는 시간동안 내가 다른 방향으로 자전운동을 한다면? 오른쪽으로 돌린다면 돌리던 와중에 옆 볼이 당해버리고 말 것이다. 왼쪽도 마찬가지. 고개를 숙여 머릿속에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은 어떨까? 녀석의 속도와 각도로 봤을 때 아슬아슬하게 이마에 명중 할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내가 앉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앉아 버리면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불안정한 자세에서 급격한 행동은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넘어져 더 큰 불상사를 일으킬게 뻔하다. 반대로 점프를 한다고 해도 , 매트릭스처럼 총알을 피한다고 해도 불안정한 자세에 직면하게 된다.

 아, 그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노란녀석의 성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정적인 아우라만을 풍기고 있다.  저 녀석이 내 표면에 착지한다면 크나큰 파멸을 불러 올 것이 분명하다. 피부를 위해 먹는 것, 씻는 것, 잠자는 것까지 신경을 써왔는데 이번 일로 모두 물거품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녀석은 움직임을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렇다
면...아! 이상하지만 제일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나왔다...

 나는 입을 벌리고 그 액체가 최대한 다이렉트로 목구멍을 넘기위해 기교를 부려 주었고 끝이 났다.

 다음날 아침. 내 손은 또 두개의 새로운 분화구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