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by 타이밍 posted Jan 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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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1.

행운의 복권. 공공의 감동.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복권.


복권팝니다.
얼마에요?
오만원이요.
어후. 비싸다. 당첨금액이?
오백만원입니다.
왜 이렇게 적어요? 동전 긁는 복권이 오억이던데.

아, 이 복권은 확률이 절반입니다. 오십 대 오십이요.
그럼 좋죠, 한 장 주세요. 꽝이네요.
아쉽네요.


복권팝니다.
무슨 복권을 방문 판매해요?
티비 못 보셨어요? 일주일만 파는 한정판 복권이에요.
주세요. 꽝이네요.
아쉽네요.
그러게요.
저 쪽 집에서는 당첨됐어요. 내일 올게요.


2.

돈 벌기 참 어렵죠? 행운의 복권이 왔습니다. 오십퍼센트의 확률로 오백만원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판 적 없는 오십퍼센트 확률의 복권입니다. 오만원으로 백배의 이득 그리고 기쁨을 누려보세요.


저 일주일만 파는 복권이죠?
네.
오늘 4일 째 도전인데 한번을 안 걸리네요.
어휴. 아쉽네요.
그러게요. 오늘은 세 장 주세요.
네.
세 장 다 꽝이네요. 하하하.
그러네요. 아쉽네요.
뭘요. 그래도 한 번만 걸리면 본전 찾고도 남는걸요.


3.

일명 백배복권이라 불리는 오만원짜리 복권은 출시 초반 너무 비싼 것 아니냐, 대놓고 세금을 걷어가냐는 식의 논란이 있었는데요.

오십퍼센트의 확률로 당첨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는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판매액은?

네. 현재 복권 판매 4일 차 판매액은 순간 집계가 어려울 정도라 3일 차까지 집계액을 말씀드리자면 7천 5백억이 넘습니다.
SNS를 포함한 모든 매체에 기사를 끊임없이 내고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 앞으로도 부탁하네. 아 참 사람들을 더 많이 고용해. 일당 백이면 될거야. 당첨이 되지 않는다는 기사부터 부정적인 댓글 다 삭제하도록 해.

복권 판매 기간을 늘려달라... 아니야 예정대로 일주일 간 진행하는 걸로 하지. 사람들에겐 아쉬움이 필요해.


4.

복권 팝니다.
주세요.
아쉽네요.


복권팝니다.
안 사요.

안녕하세요. 복권 팝니다.
아쉽네요.

안녕하세요. 세 장 주세요.
인기가 워낙 좋아서 다 떨어졌어요.
아쉽네요. 내일을 기약해야죠. 오늘 당첨되신 분 있나요?
그럼요. 많이들 가져가셨는걸요.
오십퍼센트 확률인데 나라는 이익이 남긴 하나요?
그러게요. 하하하. 왜 이런 복권을 만들었는지 참. 저야 일하고 좋죠.


5.

복권 팝니다.
엄마 그만 사. 어제도 안 됐잖아. 돈 아까워 그만 사.
가만히 있어. 오늘이 마지막으로 파는 날이란 말야. 조용히 해. 네 장 주세요. 아이고. 한 장 됐다. 민지야 전화기 가져와라. 됐다! 됐어! 민지아빠!

복권 판매 7일 차 총 판매액은 3조 8천억원 넘는 것으로 예상되며 7천 7백만장이상 팔렸습니다.
지루한 일상에 찾아온 짜릿한 경험이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습니다. 다행이죠. 부정적인 반응이 올라오기도 전에 차단하고 있지만요.
총 당첨자 수는 오십 명 내외입니다. 지시대로 첫 날과 마지막 날에만 당첨되는 복권을 섞어 진행하였습니다.

미리 조사한대로 반응을 보일 판매자에게 당첨복권을 주었고 또 마지막 날 당첨자를 높혔습니다. 예상처럼 행운의 복권 기간연장이나 기존의 복권처럼 정기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수고했네.
판매 복권보다 두 배 많은 복권이라.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나.
말처럼 오십퍼센트의 확률이었고 그 안에서의 충분한, 아니 넘치는 희망이었지.
이들은 앞으로도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네. 이들의 평생 추억을 내가 만들어 주었어.
뿌듯하구만. 배우가 없는 연극이라..
다음을 기약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