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by 코스모스 posted Jan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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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

 


 

1. 하늘에서 벚꽃마냥 눈이 내렸어요. 겨울은 너무나도 추워요.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 강렬하던 바람에 온 세상이 바들바들 떨었지만, 이제는 괜찮겠지요. 계절은 지나고 또 다시 찾아오는 거니까, 이 혼란의 시간도 잦아들 틈이야 있겠죠. 겨울이 되면 사훨은 항상 집안에서 이불만 덮고 있어요.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구는 사훨 때문에 일 년 중 이 시기가 저에겐 가장 힘들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서 흘러내린 수건을 차가운 물에 빨아서 다시 올려야 되고, 그 다음엔 바로 죽을 끓여야 되요. 모든 생물들이 따스한 온기를 찾아서 여행이라도 떠난 듯 반찬거리가 부족해지면 그냥 맨 죽이라도 먹어야 하죠. 그마저도 사훨이 먹지 않겠다며 고개를 돌리면 정말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침밥은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저런 얼굴을 하고서, 밥까지 먹지 않고 다시 잠이 들면 다시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느낌은 정말 그 어떤 것보다 무서울 거예요. 그것도 창밖에 보이는 저 하얀 세상에, 홀로 남겨질까봐 늘 불안해요. 그래서 전 항상 사훨을 위해 죽을 끓여요. 가끔씩 죽을 끓이다 제 눈에서 나온 슬픔이 죽에 들어 갈까봐 감정을 삼키려 노력해요. 자칫 들어가서 간이 안 맞으면 다시 끓여야 되니까요. 그래서 겨울이 마저 흐르고 여름이 찾아오면 저는 남은 감정들을 토해내곤 해요. 감정들이 너무 짜고 끈적끈적해서 여름에는 또 힘들어요.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예요. 하지만 겨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집에만 머물러야 해요. 거의 5달 동안이요. 날이 맑으면 그래도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그런 날은 5달 동안 손가락으로 세기 충분한 횟수예요. 그런 날들을 제외하면 바깥세상은 너무나 위협적이죠, 저 하얀 어둠들이 우리 집을 삼키는 상상을 하루에도 수백 번 하게 만들죠. 우리 마을의 겨울은 너무 강하고, 버거워요. 하지만 그보다 더 저를 괴롭히는 건 겨울 따위가 아니었어요. 가끔가다 사훨이 일어나 있는 날에도 사훨은 계속 창밖을 바라보아요. 겨울에 제가 버티기 힘든 이유는 지독한 외로움이에요. 이렇게 사훨이 계속 앉아서 창밖만 바라보면 저는 외로움이 공기 중에 은연히 저를 덮치는 기분을 받아요. 외로움이라는 건 혼자일 때보단 이렇게 함께인 순간에도 다른 세계인 양, 공기가 달리 느껴질 때 제게 달라붙어요. 그것은 좀체 제 그림자에서 떠나지를 않아요. 그게 이 겨울이 혹독한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괜찮겠지요. 괜찮겠지요. 언젠가 마을 꼬마들이 무릴 지어 부르던 콧노래에 맞추어 흥얼댔어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제 곧 5월이에요. 몇 번만 노래를 부르면 이 지긋지긋한 외로움이 녹아내리겠죠. 언덕 밑으로 내려가고 싶어요.


 

 

2. 낡은 달력이었다. 낡은 나무벽면에 위태롭게 걸린 달력은 어느새 끝부분이 노랗게 해져 있었다. 이 세상의 겨울엔 모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가을에 바꿔놓은 문고리는 겨울 내내 먹통이었고, 달력 또한 바꾼 지 얼마나 되었다고 보기 싫게 누런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사훨의 집만 그런 것은 아닌 듯 언덕 아래 사람들도 문고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모습이 적잖았다. 권현이 다가와 문고리를 움켜쥐자 손바닥에 쇳물이 묻어났고, 쇳내가 진동했다. 어느 순간부턴가 권현의 옆에 서있던 사훨도 얼굴을 구겼다. 권현이 잠시 동안 손을 씻으려 자리를 비운 사이 사훨은 그 문짝을 조용히 노려보다 이내 미련 없이 고 낡은 문고리를 빼버렸다. 축축한 손을 털며 걸어오던 권현이 작게 타박했지만 사훨은 그저 불안정하게 매달린 나사만 바라볼 뿐이었다.

 


불편해도 장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왜 문짝을 못 쓰게 만들어요.

뭐해요. 이제 우리 문도 못 잠그고 살겠다.

배고프네.

 


밥 먹자. 침착한 음성과는 대조되는 익살맞은 얼굴에 권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긴 호흡은 가벼이 내려앉지 못하고 마음속을 헤매다 공기 중에 먼지가 된다.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꽁꽁 숨어있던 작은 먼지들이 스멀스멀 나오는 것이 보였다. 세기도 힘든 날들 동안 내린 폭설에 땅은 물론이고 지붕까지, 온 마을이 희었다. 겨울은 지났지만 해가 뜨려면 아직 7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7일 밤을 지새우고 새벽을 맞으면 어느새 저 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권현은 지붕에서 부서지듯 떨어지는 하얀 얼음덩이를 매만지며 생각했다. 붉게 피어있는 손끝에서 녹아 흩어지는 얼음이 야속하다. 권현은 촉촉해진 손가락이 얼어버릴까, 치마폭에 벅벅 닦아대었다. 그때 배가 고프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자꾸만 부엌에서 알짱거리는 사훨이 보였다. 권현은 말없이 곁으로 가 불을 지핀다. 새카만 구멍에서 연기가 가늘게 오르더니 조용한 불씨가 퐁-하고 피었다.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훨은 정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훨의 눈동자가 방금 켜놓은 등에 비쳐 녹색을 띄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권현은 사훨과 함께 살았다. 그 언제가 눈도 못 떴을 갓난쟁이인지, 아니면 어미를 찾아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른 꼬마인지는 사훨도 권현도 기억하지 못하는 바이다. 그래서 권현은 그저 자신의 나이를 열 몇 먹은 소녀 정도로만 어림하고 있다. 사훨은 기껏해야 서른이 조금 아쉬운 나이로 보이는데 정확한 나이는 본인만 기억한다. 예전부터 사훨은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소년이었고 지금도 그의 모습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권현의 기억이 시작 되었을 적부터 사훨은 언제나 지금 모습 그대로였다. 그것에 대해서 권현은 많은 생각을 했었지만 금방 그만두곤 했다. 사훨은 자신에 대한 모든 의문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사훨은 그저 질문을 싫어했다. 이 세상에 있는 그 수많은 비밀들을 다 풀어가며 살아갈 필요는 없는걸. 언젠가 나무에 걸터앉은 사훨이 했던 말이다. 뒤에서 비추는 탁한 햇빛 때문에 그때 사훨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직 나무도 잘 타지 못했던 앳된 권현은 그 이후로 모든 의문과 호기심을 정리했다. 어릴 적부터 정리에 탁월한 아이였다.

 


권현은 그저 자신의 존재에 만족하며 지내왔다. 그랬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리라 생각해왔다. 권현이 조용히 회상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혹독했고 그만큼 외로움의 농도는 짙었다. 그렇게 홀로 어둠 속에 덩그러니 앉아 있으면 권현은 오히려 이 계절이 너무도 후덥지근하단 핑계로 종종 창을 열었다. 창을 열면 마치 권현을 집어 삼킬 듯 꾸덕꾸덕한 어둠이 몰려와 집 안 곳곳의 두려움을 짓눌렀다. 손바닥과 얼굴에 닿아오는 덩이들은 더운 찰나와 맞물리며 바로 흐려졌지만 머리카락에는 일부마냥 엉켜들어갔다. 무한의 굴레를 바라보며 권현은 지나가던 얼음조각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마주쳤다. 권현은 그때 처음으로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3. 문틈 사이로 불어오는 여린 바람에 권현은 고개를 돌렸다. 애초에 잠들지 못할 밤이었다. 권현을 잡아당기듯 손목을 휘감았다. 떼를 쓰는 듯 움직이는 바람에 혹여 사훨이 깨어날까 권현은 조용히 하라 속삭였다. - - 바람이 권현의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살짝 열린 문짝 너머가 무척 어두웠다. 그러나 권현은 이내 문을 밀어 바깥으로 나왔다. 달칵- 다시 닫히는 문의 소리와 함께 세계가 두 개로 나누어진다. 쌀쌀하던 바깥세계가 포근하게 변했다. 바람이 이끄는 손길도 따스한 게, 퍽 기분이 좋아 보인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계속 달렸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방향이었다. 사훨이 가장 아끼는 정원 방향이었고 권현은 왜인지 모르게 심장이 벌렁벌렁 거렸다. 달려가서 멈춘 곳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커다랗고 튼튼한 가지에는 푸른빛의 나뭇잎이 가득했다. 나무의 왼편에는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강물은 눈부시도록 맑은 분홍빛을 품고 있었다. 작은 나무배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 강은 마을 밖을 향해 있었다. 권현은 무심코 배를 끌려다 그만뒀다. 혼자서 밖으로 가는 건 아직 무서웠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마을에 장이 열린다. 장이 열리면 모든 마을 사람들이 중심부로 모여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권현은 그 속에서 사훨과 함께 물건을 구입했다. 꼬마 아이들은 저마다 무리를 지으며 온 세상을 쏘다녔고 해가 지기 전에 각자의 집으로 끌려 들어가기 바빴다. 그 꼬마들은 언제나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고 다녔는데, 무리는 달라도 매번 부르는 노래는 똑같았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마을에서도 가장 높디높은 언덕 위에 사는 권현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봄이 달려오네요. 봄이 보여요.

이제 모든 게 평화로 가득 차올라요.

그 누가 우리의 봄날을 막을까요.

해가 뜨면 이제 괜찮겠지요. 괜찮겠지요.

 


아침이 되었다. 이제 6일 남았다. 권현은 옆에서 고요하게 잠든 사훨의 모습을 보았다. 어젯밤 일은 바람과 저만의 비밀로 남겨 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다. 사훨의 말대로 이 세상 수많은 비밀을 다 알려줄 필요는 없다. 권현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문을 열었다. 지난밤 어둠을 틈타서 누군가 들어오진 않았을까, 새하얀 발자국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다녀간 흔적뿐이었다. 어젯밤 보았던 바람은 집 근처에 없었다. 어디로 도망간 걸까. 녹여줄 해가 없어, 여전히 제자리인 눈 위를 발 시린 줄 모르고 걸었다. 추위에 벌벌 떨던 눈들이 둔탁한 비명을 질러댔다. 권현은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눈들을 응시했다. 먼 발 아래에 마을 중심지가 보인다. 겨울이 시작되면 마을은 항상 활기를 잃어갔다. 그때 누군가가 집에서 나와 권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릴 적 자주 놀았던 난이었다. 권현도 반갑게 인사했다. 난과도 거의 5달만의 만남이었다. 권현은 투명한 바다 같은 하늘을 아직 떠나지 못한 달이랑 눈을 맞추었다. 겨울이 되면 왜 모든 것은 미련해지는 걸까. 옅고 맑은 달을 보니 마치 수면 아래에서 하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다시 아래를 바라보았을 때 난은 이미 집으로 들어간 듯 보였다.

 


그날 밤에도 바람이 권현을 찾아왔다. 낮과 마찬가지로 물이 넘실대듯 어지러운 밤이었다. 바람이 계속 권현의 등을 밀었다. 권현은 아직 잠을 쫓아내지 못한 얼굴로 맥없이 밀려났다. 들이닥치는 바람에 찡그린 눈을 희미하게 떠보니 다시 그곳이었다. 푸른 안개에 가려져 나뭇가지가 희미했다. 권현은 포근한 안개의 품속을 삐죽 비집고 나온 넝쿨 하나와 눈을 마주쳤다. 바람이 다시 의뭉스럽게 살랑댔다. 넝쿨은 바람의 손길을 따라 권현을 안내했다. 파란 안개가 보랏빛을 머금었다. 권현은 넝쿨의 손길을 따르면서 안개에 눈을 떼지 못했다. 권현은 오늘따라 반짝이는 저 강이 안개를 물들였으리라- 생각했다. 번져가는 색들이 안개를 햇빛마냥 바꾸어준다. 그 햇빛은 권현의 앞길도 찬란히 비추며 바람이 도착한 절벽을 밝혀주었다.

 


그날 권현은 꿈을 꾸었다. 햇빛 속에서 나부끼는 먼지가 춤을 추던 뾰족한 절벽 위, 사훨이 앉아있었다. 권현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사훨은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확연히 앳된 얼굴, 그리고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권현의 기억 속에서 현재보다 조금도 늙거나 젊었던 사훨은 없었다. 어린 날의 사훨이 고개를 돌린다. 그 순간 권현은 햇빛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보랏빛 섬광과 함께 눈을 떴다. 꼭 움켜쥔 손바닥에서는 바람의 체취가 남아있었다.

 


 

4. 이제 5일 남았다. 달력에 표시를 하던 권현이 문득 아직 늦잠을 자는 사훨을 바라봤다. 뿌연 안개와 강렬한 햇살이 교차하는 곳에 있던 소년은 정말 사훨일까. 소년은 언젠가 권현이 상상하던 사훨의 유년기와 꼭 닮아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말수가 본래 적은 편이었지만 밝은 웃음을 지으며, 가끔 어이없는 농을 먼저 걸기도 하는 쾌활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권현이 봐 온 사훨은 그랬다. 하지만 절벽 위에 위태롭게 앉아있는 모습은 지독한 외로움을 품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가지고 싶은 것인지 소년은 고집스럽게 한 곳만을 응시했다. 한참을 상념에 빠져있던 권현은 야채를 다듬던 손을 재촉했다. 그저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마땅히 앉을 곳이 없었다. 온 마을이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얼음들은 정말 차가워서, 그 누구도 나서서 치우려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랑곳 않고 그저 가장 큰 나무 아래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권현은 난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난의 생각은 다른 듯 환한 웃음을 보여주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꺼낸다. 권현은 난의 이야기에 호응을 하면서도 치맛자락에 달라붙는 얼음덩이를 쉴 새 없이 털어댔다. 난이 혼자 정신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문득 그녀는 권현의 팔을 잡았다. 권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난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 뒤면 드디어 성인식이야!

벌써 그렇게 됐구나.

너도 올해에 하는 거지?


 

글쎄다. 어색하게 웃으며 곤란한 표정을 짓자 난도 어색하게 물러난다. 금세 식어버린 분위기에 권현은 할 말을 찾으려 눈동자를 굴렸다. 아 그런데 말이야. ? 혹시 저 강물을 타고 마을을 벗어나면 뭐가 있는지 아니? 권현의 질문에 난이답지 않게 망설였다. 괜한 질문을 던진 것일까 무어라 이야기 하려던 찰나에 거짓처럼 닫힌 입이 열렸다.


 

글쎄. 나도 가본 적은 없는데, 숲을 넘으면 봄바람이 불어온다더라.

봄바람?

그곳에는 벚꽃이 엄청 많나봐.

 


벚꽃이 예쁜 눈발처럼 떨어진대. 익살스러운 난의 표정에 권현은 못미더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상관없는지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며 난이 미소 지었다. 나는 봄이 뭔지 잘 모른단다. 뭐라고?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 하고 권현이 대답했다. 그 모습이 퍽 멍청해보였는지 난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봄을 딱히 보고 싶지 않아. 어째서? 권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권현의 시야에 일찍이 모습을 드러낸 달이 보였다. 이런, 조금만 더 있으면 어둠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급박한 권현의 마음을 알았는지 난이 또 다시 의미심장한 대답을 내놓으며 일어선다. 난의 움직임에 맞추어 들러 붙어있던 얼음들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권현은 계속 그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 같다. 권현은 오늘 질문을 너무 많이 했다.


 

- 봄을 마주하면 다시 여기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여기 겨울은 너무 길어.


 

권현은 문득 바람이 생각보다 따뜻해짐을 깨달았다. 다가올 여름을 생각하면 가슴이 욱신거린다. 난은 봄에 빠져 다시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돌아온 후의 지독한 갈망을 걱정하는 것일까. 전혀 모르겠다. 난의 마음도,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사훨의 모습도, 자신이 성인식을 치룰 날도, 심지어 자신마저도, 권현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5. 권현이 기억하는 처음은 사훨이었다. 정확히 몇 살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던 유년기시절, 권현은 사훨과 함께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훨은 달라진 게 없었다. 이 기억의 시작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짧지 않은 시간 속에 사훨은 언제나 단정한 빛의 갈색머리를 하고 아이마냥 웃었다. 햇살 아래서는 투명하리만큼 하얀 얼굴엔 그 흔한 주름 하나도 꼽기 어려웠다. 옅은 색을 띠는 눈동자는 맑은 만큼 투명하게 세상을 비추었다. 늦잠자기를 좋아하고, 겨울에는 무슨 이유에선지 내내 앓아누워 권현의 진땀을 뺐다. 그게 완연한 사훨의 모습이라 생각해왔다. 그것이 결국 권현이 아는 사훨의 모든 것이니까. 그래서 유년기엔 함께 있는 게 너무나 편안했다. 언제나 한결같아서,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권현은 지금 사훨이 그 누구보다 낯설게 느껴졌다. 모순적이게도. 사훨은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는데. 아니,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질문은 사람을 한없이 피곤하게 한다. 그것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권현은 요즘 부쩍 피곤해짐을 느꼈다. 그 말은 곧 권현 안에서 질문들이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젠 부정할 수 없었다. 권현은 알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다. 사훨을 알고 싶었고 또한 자신을 알고 싶었다. 권현은 자신이 너무나 불완전한 모습임을 깨달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어쩌면 자신은 이번에 성인식을 해야 하는 나이일 수도 있다. 올해도 놓치면 이젠 어떻게 되는 것일까. 권현이 수면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자신을 비추었다. 이젠 더 이상 아이라 정의할 수 없는 모습이 비쳐졌다. 이제 더 이상 아이라는 이름으로 머물 수가 없다. 하지만 자신은 어른도 아니었다.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무얼 해왔는지,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머저리였다. 하늘에 비친 자신에게 손을 뻗었다. 작은 손길로도 쉽게 일렁이는 모습이 나약해보였다. 수면을 통해 보는 달이 파랬다. 수면을 통해 보는 자신의 모습도 온통 파랬다. 권현은 무척이나 슬퍼져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런 투명한 빛에 쉽게 물들여지는 자신이 싫었다. 권현은 눈물을 닦아내며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맨 발 아래로 촉촉한 모래가 닿아왔다. 권현은 그제야 자신이 바다 아래에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달리면 달릴수록 푸름이 깊어졌다. 한참동안 달린 권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갈 곳이 딱히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나올수록 점점 바다로 스며갔고 그렇게 바다를 물들였다. 머리카락이 붕붕 떠다녔다. 그렇게 점점 바다가 물들었다. 어디에도 머물 곳이 없다는 건 생각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다.


 

바다라는 친구를 만난 곳은 꿈속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한 때는 방금 전이다. 이제 딱 4일 남았다. 권현은 친구가 위로를 해준 만큼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알게 되는 일, 자신이 어떻든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바람이 권현의 손목을 휘감으며 끌어당겼다. 아직 아침이 되지 않았는가 보다. 권현의 머릿속은 이미 정리가 되어있었다. 오랜 고뇌의 결과이다. 권현은 자신이 그 소년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현실이든 허상이든 그 소년은 사훨이었고, 뭔가를 물어 보아야 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지금의 사훨이 말하지 않는 무언가를, 그 소년이 전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권현은 급한 마음에 바람의 손을 고쳐 잡으며 더 빨리 뛰었다.

 


 

6. 숨이 차올라 머리가 띵해질 쯤에 그곳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서도 권현은 계속 그 자리에서 계속 거친 호흡을 하며 괴로워했다. 한참을 가만히 서서 숨을 돌리고 고개를 들었다. 저번에 보았던 나무 주위에는 어느덧 보랏빛 안개가 자욱했다. 완전한 보라색이었다. 권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절벽 쪽을 바라보았다. 저번과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소년의 모습에 권현이 안도했다. 천천히 절벽을 향해 걸어갔다. 나무가 만들어낸 거대한 그림자를 지나 햇빛과 마주할 때 소년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권현과 눈이 마주친 소년은 별 반응 없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 권현은 소년의 곁에 가서 앉았다.

 


안녕 아이야, 넌 이름이 뭐니?

내 이름이 왜 궁금해?


 

사훨과 퍽 닮아있는 반응이었다. 권현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내리쬐는 햇볕에 얼굴이 따가웠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질문이 맘에 안 들었니?

.

그럼 알겠어, 너의 이름은 대충 알 것 같으니까. 다른 걸 물어볼게.

난 모든 질문을 싫어한다는 의미였어.

그래, 그럼 이거 딱 하나만 물을게. 이곳은 어느 계절에 머물러 있는 거니?


 

여름. 소년이 나지막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권현과의 대화가 지루해진 것인지 소년의 행동이 부산스러워졌다. 권현은 순간 절별 아래를 보았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짙은 어둠이었다. 권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기도 했다.


 

왜 하필이면 여름이니?

봄이나 가을이 되면 가뭄 때문에 강물이 나약해져, 겨울엔 꽁꽁 얼어버리고. 난 내 강이 변하는 게 싫어.


 

소년은 권현을 힐끗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권현의 질문에 대해 마음을 비운 것 같았다. 체념조로 내뱉어지는 말에 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우리 마을에서 봄이 사라진 건지 알고 있니?

봄을 그리워하는구나.


 

그리움? 권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권현에겐 봄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그리움이라니. 이질적인 단어였다. 그리움은 온기를 가진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이 아니던가. 애초에 그 어떤 따스함도 겪지 못한 자신이 그리움이란 감정을 알고 있을까. 권현은 대답을 망설였다. 그리고 권현은 힘겹게 대답했다. 나는 그저어른이 되고 싶어. 눈이 따갑지 않은 태양 아래서 예전의 풍습 그대로, 벚꽃을 바라보며 멋진 성인식을 하고 싶었어. 권현은 자신이 평소에 생각지도 못한 진심이 나오자 놀란 마음에 입을 가렸다. 이제야 정리할 수 있었던 마음이다. 그래, 권현이 머물고픈 곳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다. 어긋난 퍼즐이 조각조각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정말 모르겠어. 왜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거야? 어른이 되어 버리면 지금의 나는 사라지는 거야! 정신 차려! 난 변화가 무섭다고. 가장 사랑하는 존재들이 그 망할 시간 때문에 점점 그 아름다움을 잃어가잖아. 그게 뭐라고모든 걸 앗아가려 하냔 말이야!


 

소년은 어느새 사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훨이 엉엉 울었다. 눈물이란 감정도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의문 중 하나이다. 그 감정 속엔 또 얼마나 많은 아픔과 행복이 들어찼는지, 그 짙고 깊은 색들을 견딜 수 없어 눈물은 무채색에 투명한 빛이다. 눈물이야말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다. 감정은 볼을 타고 내려와 칠흑과 같은 어둠 속으로 추락한다. 사훨은 계속 울었다. 사훨의 눈물이 저 어둠 속에서 비처럼 보이지 않을까 할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권현은 그의 옆에서 그를 바라봤다. 그저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권현이 이야기했다.


 

지금의 너의 모습은 이거야.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사훨이 붉어진 눈으로 권현을 표독스럽게 바라보았다. 권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절벽 위에 우뚝 섰다. 그리고 사훨을 똑바로 쳐다봤다.


 

- 봄이 없어진다고 해서,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야. 너의 모습을 봐. 그리고 인정해. 시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권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훨의 볼에서 마지막 감정이 툭- 흘렀다. 그 방울진 마음과 함께 사훨이 어둠속으로 추락했다. 순간 아침이 왔다. 권현은 아찔해지는 기분에 눈을 감았다.


 

 

7. 그 다음날, 내내 사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권현도 그 날엔 하루 종일 집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정리해야 할 것이 참 많았다. 권현은 처음으로 정리가 귀찮게 여겨졌다. 그런 생각을 한 뒤론 계속 잠을 잤던 것 같다. 권현은 꿈속에서 바다를 다시 만났다. 눈을 뜨니 또다시 아침이었다. 이제 2일이 남았다. 권현은 눈을 비비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밤이 찾아올 때까지 다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국을 덥혔다.


 

밤이 되었다. 권현은 이제 바람이 찾아오지 않아도 혼자 밖으로 나와 깊은 어둠을 걷는다. 한참을 기억나는 대로 걸으니 현실의 어둠과는 대비되는 밝은 세상이 보인다. 어둠과 빛 사이에 서서 권현이 나무를 바라봤다. 나무의 곁에는 사훨이 서 있었다. 권현이 빛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어느덧 눈 앞에 사훨이 있었다. 둘은 눈을 마주치며 그렇게 서 있었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괴롭히듯 흔들었다. 바람과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서 멜로디마냥 흩어졌다. 사훨이 손에 들고 있던 노를 건넸다. 권현은 조용히 노를 받고 조그만 배를 응시했다. 사훨이 슬픈 표정으로 입을 뗐다.


 

이제 배를 타고 가. 강을 따라 흐르다보면 봄을 볼 수 있을 거야. 너무 느린 것 같으면 이 노를 쥐고 속도를 내면 되.


 

사훨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권현은 알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사훨의 얼굴이 괴로움으로 일그러졌다. 기이한 색의 강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이 났다. 권현은 뒤를 돌아서 강가로 향했다. 그때 사훨이 권현을 붙잡았다. 형용할 수 없는 짙은 슬픔이 담긴 얼굴을 하고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들 중 하나였어.


 

알고 있어요. 권현의 대답에, 사훨의 슬픔이 옅어졌다. 붙잡은 손의 온기가 스르륵- 허공으로 흩어졌다. 권현이 배에 탔다. 말뚝에 묶인 끈을 풀고 사훨을 바라봤지만 그는 이미 안개가 되었다. 보랏빛 가득한 세상에서 유일한 푸른빛으로 남아 강가에 머물러있었다. 배는 강의 흐름에 따라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강의 흐름에 따라 점점 권현이 마을을 벗어났다. 점점.


 

 

8. 봄이었어요. 봄이 보였어요. 강은 점점 깊은 숲속으로 저를 끌어당겼어요. 마침내 저는 보았어요. 눈부신 벚꽃들이 눈처럼 내렸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벚꽃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어요. 제 기억의 시작은 벚꽃과 함께했어요. 모두는 아니지만 사훨 이전의 기억이 돌아왔지요. 제 이름은 권현이에요. 저는 제가 제 이름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이제라도 찾았으니 다행이에요. 그리고 저는 올해로 17, 성년이 되었어요.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숲이 매우 길었지요. 그래서 더욱 좋았어요. 어여쁜 벚꽃들과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었거든요. 봄의 햇살을 정말로 따스해요. 여름의 그 따갑고 후덥지근한 더위가 아닌, 진심이 담긴 포옹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벚꽃들은 계속 제 온 몸을 휘감으며 놀아주었어요. 이곳엔 난이 말해준대로 벚꽃이 정말 많았어요. 정말 행복하게 웃었던 것 같아요. 숲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사랑스러움이 넘쳐흘렀어요.

 


저는 어른이에요. 비록 성인식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제 자신을 인정해주고 싶었어요. 숲을 빠져나가니 또 다른 마을이 보였어요. 그 마을에는 수없이 많은 어른들, 아이들 그리고 웃음들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저보고 여기에 정착하라 권했지만 저는 거절했지요. 저는 이곳저곳을 여행할 거예요. 이 작은 배와 노를 가지고 말이에요. 벌써 마을 세 군데를 둘러보았어요. 한 마을 당 한 3,4일 정도 머무른 것 같아요. 모두 배를 타고 간 거예요. 주로 강으로 이동하지만 저번에 한 번 바다로 나갔어요. 제가 마치 해적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여행 중에 만난 친구들도 많아요. , 원숭이, 들꽃 더 많지만 이쯤에서 줄이도록 할게요. 이제 곧 있으면 라디오가 시작할 시간이에요. 첫 번째 마을에서부터 쭉 들어오던 것인데, 가끔씩 친구가 제 얘기를 적어서 사연을 보내기도 해요. 정말 우스운 이야기죠? 고요한 목소리의 디제이는 제 사연을 읽을 때마다 약간씩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냈어요. 어쩌면 제가 가본 마을 중 한 곳에서 살았었나 봐요. 사실 저는 매일 마다 배 위에서 라디오를 켜놓고 누워 있곤 해요. 그럴 때면 하늘의 별을 세는 것도 잊지 않아요. 요즘 이렇게 자유로운 생활을 하니 점점 제 자신을 별과 비교하게 되어요. 이젠 제가 되고 싶은 것을 찾은 것 같아요.


 

고향 마을에 대한 소식은 편지로 잘 전해 듣고 있어요. 먼 여정의 길에도 저를 따라와 준 바람이 가끔 난의 편지를 전해주기도 해요. 사훨이 안개가 된 뒤로 마을엔 봄이 다시 찾아왔대요. 여름을 딱 하루 남기고 말이지요. 쨌든 그 날엔 오랜만에 커다란 축제가 열렸다고 해요. 성인식도 확 앞당겨서 따스한 봄날에 치러졌다 하더라고요. 내심 부러웠지만 티는 내지 않았어요. 오직 봄을 되찾았다는 기쁨에 마을엔 활기가 돋아났대요. 장은 더욱 커졌고 아이들의 노랫소리도 덩달아 커졌다고 해요. 봄의 존재 하나만으로 이렇게 큰 변화가 올 줄이야. 우습지만 입가엔 자꾸 행복이 번졌어요. 나중에, 충분한 여행을 즐기면 한번 쯤 다시 고향에 들르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손을 뻗어 배 아래에 잔잔히 가라앉은 물길을 쓸었어요. 여전히 손가락에 방울이 일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어른이에요. 하지만 그다지 변한 건 없어요. 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잊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여전히 권현일 뿐이에요. 아직 많은 비밀들을 풀지 못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어른이 되어서도 세상의 비밀을 풀어낸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거든요. 천천히, 하나하나. 간절하게 찾아가면 되요. 이 세상엔 비밀이 참 많지만, 그것이 별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이젠 언젠가 동네 꼬마들의 노랫말처럼 모든 것이 괜찮아요.


 

이제 봄이 왔으니까, 제 소식도 마지막일거예요. 언젠가 소식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그게 언제든 상관은 없어요.



 

 류빈 (duckhoobin@naver.com, 01043937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