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이 좋다.

by 나야모어 posted Sep 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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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이 좋다. 



(프롤로그)

 

 

 “야 이것들아 아침 먹어!” 아침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전...은 아침이....... “빨리 안 나와? 너희들 안 나오면 밥 싹 다 치워버린다.” 나의 이 한마디 말에 방문이 하나둘씩 열린다. 처음으로 열린 방문 사이로 걸어 나오는 한 명의 여성 그녀는 바로 나의 오래된 친구이다. 그녀의 이름은 오윤지, 현재 대학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이 집의 생활비를 관리하고 있는 총무이다. 이 집에서의 직책만큼이나 성격도 깔끔하고 야무지다. 그래서 인지 내가 많이 의지하고 있는 친구이다. 윤지는 어제 야간근무로 인하여 많이 피곤한지 입을 오리입술을 만들며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 나온다.

윤지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다른 방문 1개가 열리며 또 다른 여성이 걸어 나온다. 그녀도 나의 오래된 친구이다, 그녀의 이름은 박채이, 그녀의 직업은 가구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집에서 청소를 맡고 있다. 그녀는 윤지와는 반대로 야무지다기보다는 우유부단하고 정이 많은 성격이다. 그렇기에 내가 많이 아끼고 챙겨주고 싶은 친구이다. 채이는 방문을 나오며 갑자기 뒤돌아 다시 방으로 들어가더니 도면을 가지고 와 식탁에 앉는다. 채이는 식탁에 앉음과 동시에 어제 자신이 디자인한 가구 도면을 보여주며 우리의 의견을 자꾸 묻는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지금 이 시점에 채이의 도면이 눈이 들어오지 않는다.

 

 도대체 이연진은 언제 밥을 먹으러 나올려는 건지! 나는 결국 이연진 방을 향해 씩씩 거리며 걸어간다. “이연진 빨리 안 일어날래? 너 회사 안가? 오늘 촬영 없어? 나 진짜 화났다!”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이연진은 반응이 없다. 나는 방문을 마구 두들기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덜컥 방문을 열어져쳤다. 그런데 이연진이 없다. 나 지금까지 어디에 대고 화를 낸 건가.......헛웃음이 난다. 이연진 이 자식 외박을 할 거면 문자라도 주지. 사람 기다리게 아무 말도 없이 외박을 하다니! 나는 뒷주머니에 꽂혀있는 핸드폰을 꺼내 신경질적으로 이연진의 핸드폰 번호를 누른다. 그런 나를 보며 윤지와 채이는 이연진 잘못했네.” 라며 옆에서 자꾸 떠든다. 나는 그 말을 무시한 채 통화음이 넘어가길 기다리고 있다. 통화음이 끊기며 이연진이 전화를 받는다 싶었더니. ‘여보세요.’자도 꺼내기 전에 이연진은 나 지금 편집중이야라며 뚝 끊어버린다. 화가 머리 끝 까지 나는 것 같다. “아아아아악 화나!” 윤지와 채이는 비명을 지르는 나 때문에 놀랐는지 사례가 걸려 켁켁 거린다. 나는 출근을 위해서 쉼 호흡을 세 번하고 속으로 이연진 집에만 들어 와봐, 내가 부셔 버릴 거야.” 라고 되새기며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이 집의 또 한명의 동거인 이연진. 그녀도 나의 오랜 친구이다. 그녀의 직업은 예능국PD이다. 그녀는 직업과 딱 어울리는 성격을 지녔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야말로 So cool한 성격이시다. 직업상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기에 딱히 집에서 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없기에 생활비를 제일 많이 내고 있고,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기에 우리 모두의 그리움의 대상이다. 나에게도 가장 보고 싶고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친구이다.

그럼 이제 나의 소개를 시작해 볼까한다. 나의 이름은 서연수이다. 직업은 사회복지사이다.

현재 이 집에서는 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지각을 무릅쓰고 이 세 여인의 아침밥을 챙기고 있는 중이다. 나의 성격?....... 윤지, 채이, 연진이는 말한다. 나의 성격은 그냥 착하단다. 하지만 나는 내가 착한 거 잘 모르겠다. 나도 화낼 때 화내고 짜증낼 때 짜증내니까. 아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렇게 한 없이 애들 밥 먹는 거 챙기다가 복지관에 지각할 것 같다. 윤지와 채이에게 설거지를 부탁하고 나는 서둘러 출근준비를 한다.

 

  현재 우리는 이렇게 넷이서 함께 동거를 하고 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도 깨진다는데 우리는 현재 여자 4명이 지지고 볶으며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하루는 이 세여자의 아침밥을 챙기는 것으로 시작 된다.

 

(1,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

 

 

  흔들리는 전철 안, 콩나물시루....... 모든 직장인들은 공감할 것이다. 아무것도 잡지 않아도 넘어질 일 없는 이 끼임을....... 지옥과 같은 전철과 한 몸이 되었던 시간이 지나고 달리고 또 달려 다행히 복지관에 늦지 않았다. 830분되기 2분전, 거친 숨을 내쉬며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의 내 자리에 앉았다. 가만히 앉아 업무를 준비하고 있는 데 다른 팀의 팀장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사무실을 울린다. 팀 내 직원이 업무상으로 실수를 했는지 내가 들어도 살벌할 정도로 지적받고 있다. 나는 온몸을 도리질하며 속으로 아침부터 피곤하겠다.”하는 생각을 한다.

 

  팀장이 팀 회의를 하자며 팀원들을 2층 세미나실로 내려오라며 이야기하고 먼저 나간다. 나는 간단하게 수첩과 펜을 챙겨 사무실을 나선다. 팀 회의가 시작되고 회의의 내용을 멍하게 듣고 있는데 갑자기 팀장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내가 해야 할 업무를 마구 쏟아낸다.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업무의 내용을 꼼꼼히 적기위해 빠르게 펜을 놀려본다. 하지만 나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는 팀장은 빠르게 말하기 대회에 나온 듯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얘기만 한 뒤 입을 닫아 버린다. 나는 결국 다 적지 못하여 다시금 팀장에게 업무내용에 대해 물어본다. 팀장은 그것도 못 알아듣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업무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얘기해준다. 가만히 다시 들으며 메모를 하고 있는데.......“팀장님 연간 계획표를 벌써 계획하나요?” 나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어서 팀장에게 질문을 했다. 지금이 4월밖에 안되었는데 무슨 내년 연간 계획표를 벌써 작성 하는가? 당장 다음 달 월간 계획표도 작성 안했는데.,,....하지만 돌아온 팀장의 대답은 오늘 안으로 다음 달 월간 계획과 내년 연간 계획을 짜서 계획안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아오 저걸 죽일 수도 없고 들이받을 수도 없고 말로 뱉어놓으면 나는 뭐 계획안이 뚝딱 나오는 줄 아나? 아오 진짜나는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며 겉으로는 웃으면서 알겠다고 팀장에게 답하였다.

 

  팀장은 정말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존재인 것 같다. 사실 우리 팀장이 능력 있고 사적으로 만나면 좋은 사람인건 알지만 가끔 이렇게 업무적으로 꼴을 부리면 정말 미워 죽겠다.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월간 계획을 세우기 위해 멍하니 달력을 쳐다본다. 그런데 오늘 날짜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왜 동그라미를 쳤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오늘은 나의 남자친구를 친구들에게 소개 시켜주기 위해 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들면서 칼같이 퇴근하고 싶으면 얼른 오늘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지개를 크게 한 번 켜고 문서를 작성하는 창에 월간 계획이라는 글자를 적는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다음 달에 어떤 행사를 진행해야할지,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참신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계획하고 싶은데 나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다. 그렇게 월간 계획이라는 네 글자만 적어놓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주변 팀원들이 외부업무가 있다며 하나둘씩 자리를 비운다.

 

  나는 웃으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고 있지만 사실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다른 팀원들이 나가면 사무실에 남는 건 나와 팀장뿐, 이러면 곤란하다. 이렇게 되면 나의 점심시간은 바늘방석과도 같아진다. 팀장과 단 둘이 밥을 먹는다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와우 마치 회식도 업무에 연장이다.’ 라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된다. 정말 이럴 땐 노래가사 중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가사가 절로 생각난다. 다른 팀원들이 모두 외근을 나가고 이제 다른 팀의 팀장님과 몇 명의 팀원들 그리고 우리 팀 팀장과 나만 사무실에 남았다. 사무실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다.

 

  정적을 깨고 팀장이 나를 부른다. 나는 놀라며 대답하였다. 팀장은 나에게 계획표는 어떻게 되어 가냐며 묻는다. 나는 반쯤 우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인다. 팀장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나를 향해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오늘 안에 결재 받으라고 말한 뒤 자신의 업무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한다, 나는 티 나지 않게 팀장을 흘겨본 뒤 다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아직도 그대로인 월간 계획네 글자만 보면 스트레스가 팍팍팍 쌓이는 기분이다. 이미 팀장으로 스트레스 게이지가 넘치다 못해 흐르는데, 정말 피곤하다. 그래도 점심 전에 월간 계획을 마무리 해야겠다는 목표로 힘을 내어 집중해본다. 이전에 진행했던 프로그램과 행사를 조금 변형하여 월간계획을 가까스로 점심이 되기 전에 완성하였다. 내가 보아도 너무 막한 티가 팍팍 나지만 이런 단 시간에 이정도 뽑아낸 것치고 잘한 거라며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저장하기 버튼을 클릭한다.

 

  점심시간, 팀장과 밥을 먹고 있다. 제발 월간, 연간 계획에 대해 질문하지 말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빌어본다. 정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팀장은 나에게 어떤 말도 걸지 않았고 나와 팀장은 침묵 속에 오로지 밥만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캔 커피를 사서 바깥 파라솔에 앉았다. 마음 같아선 맥주 한 캔 사서 벌컥벌컥 들이 키고 싶었지만 강한 욕구를 억누르며 핸드폰을 꺼내 폭풍 메시지를 보냈다. 우선 친구들에게 오늘 저녁 약속을 확인하는 메시지와 팀장의 뒷 담화를 적은 메시지를 보내고 연진이에게 외박에 대한 잔소리가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 도착알림이 울렸다. 단체 대화방에 윤지와 채이가 저녁약속을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와 팀장의 욕을 한가득 써진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조금 지나자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연진이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연진이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나에게 미안하다며 편집해 두었던 영상이 어제 다 날아가 다시 편집하느라 너무 바빠 외박한다고 연락할 겨를 없었다고 징징거렸다. 나는 삐진 게 다 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기위해 일부러 새침하게 대답하였다. 연진이는 나의 목소리로 나의 의중을 파악하였는지 더 이상 변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나는 연진이에게 저녁약속에 대해 묻고 통화를 마쳤다. 그렇게 아이들과 폭풍 메시지를 하고 나니 나의 황금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있었다. 나는 제 시간에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2, 적과의 동침?)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가 변비에 걸리는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직장 여성 대부분이 변비를 경험한다. 오래 앉아있고 스트레스 받고 변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 않은가. 특히 나처럼 예민해서 밖에 나와서 화장실을 편하게 못가는 직장여성들의 경우엔 정말 화장실에서 한바탕 전쟁을 할 것이다. 결론은 지금 내 장이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 나는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배안에 가득 저장한 채 앉아 문서 작성하는 창에 연간 계획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아 이 슬픈 현실, 누가 지금의 나의 상태를 알아줄까? 웃기고도 슬프다.

 

  월간 계획보다 연간 계획이 더 어렵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업을 계획해야 할지.......계획에 맞춰서 예산도 수립해야하는데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가만히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생각한다. “다른 직장인들도 이렇게 치열한 삶을 살고 있겠지라고 더 큰 사업의 계획서를 준비하고 더 악독한 상사에게 혼나며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지금 내가 하는 불평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다시금 힘을 내본다. 그래도 퇴근시간은 다가오는 데 연간계획을 반도 작성하지 못해 자꾸 초조해진다. 이럴 땐 정말 그 분이라도 나에게 강림하셔서 글 잘 쓰게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머리 쥐어뜯고 있는 나다. 팀장님은 그런 나를 보며 한심함이 섞인 웃음을 지어 보인다. 나는 그저 웃어 보인다. 결국 동료선생님의 도움으로 연간 계획을 다 작성하였다. 이제 넘어야 하는 산은 팀장님의 결재이다

 

  나는 월간, 연간 계획서를 프린트하여 팀장에게 결재해 달라고 말하였다. 팀장은 한참 계획서를 보더니 빨간색 펜을 들어 나의 계획서에 마구마구 줄을 그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빨간색 펜으로 도배되어 가는 나의 계획서를 보는 내 마음은 마치 내 마음속에 빨간 줄이 새겨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래도 하루 종일 붙잡고 열심히 작성한 계획서인데 그렇게 봐줄만 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또한 마음속에 불안함이 스며들었다. 오늘은 꼭 일찍 퇴근해야하는데 계획서가 저리 난도질을 당하면 일찍 퇴근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팀장님이 계획서에 빨간 줄을 다 치셨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이 순간 엄마가 시집가라는 잔소리를 시작할 때 보다 더한 공포를 느낀다. 저 입에서 어떤 독설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손은 어찌할 바를 몰라 애꿎은 손톱 끝을 뜯어내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팀장님의 입술이 달싹거리기 시작하며 팀장님의 독설이 마구 쏟아진다. ‘당신이 사회 초년생이야?, 지금 막 입사했어?, 지금 나하고 장난하자는 거야?’ 등등 한 10분간 계획서와 관련하여 욕먹은 거 같다. 이럴 땐 정말 창피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하아....... 나의 자존심과 자존감이 하락하고 스트레스가 마구 쌓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거 같다.

 

  빨갛게 도배된 계획서를 가지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옆에 같은 팀원인 선생님이 나에게 사탕을 건넨다. 그 사탕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래 나에겐 지금 당분이 필요하다. 이대론 내가 미쳐서 미치광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친다. 다시 들고 온 계획서를 보며 수정하기 위해 하나하나 확인하고 컴퓨터에서 계획서 문서를 불러온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다. 퇴근하기 1시간 전, 과연 내가 1시간 안에 이 계획서를 다시 수정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일단 컴퓨터를 보며 수정해야 할 부분들을 지워나간다. 그리고 나는 다시 깊은 고민의 바다 속으로 빠져든다. 결국 아무 것도 고치지 못하고, 적지 못하고 퇴근 5분전이 되었다.

 

  나는 계속 팀장의 눈치를 보며 고민하고 있다. 계획서를 오늘까지 고쳐서 내일 결재 받아도 되냐고 말하고 퇴근할지, 야근을 해야 할지. 이러다가 머리에 꽃 달고 사무실에서 춤이라도 칠 기세이다. 결정을 내렸다. 많은 친구들이 그랬었다. 이럴 땐 눈치 없이 행동하는 게 상책이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 눈치 없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정시 퇴근하겠다! 없는 깡을 끌어 모아 팀장자리까지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팀장님! 제가 오늘 정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정시퇴근을 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팀장은 계획서는 어쩌고?’하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계획서는 내일 아침에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팀장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쿨 하게 알았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의아하면서도 다행이다 싶어 팀장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인사한 뒤 빛의 속도로 퇴근하였다.

 

(3, 남자친구를 소개할게.)

 

 

남자친구를 만나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한 레스토랑으로 함께 이동하였다. 현재 남자친구는 만난 지 1년이 되었고, 친구들과 정식으로 인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남자친구는 떨리는지 계속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나의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였다. 우리는 약속시간 조급 빨리 레스토랑에 도착하였다. 먼저 자리를 잡고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남자친구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남자친구는 자꾸 손에 땀이 나는 지 바지에 땀을 닦았다. 약속시간이 되자 식당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여러 명의 여성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내 친구들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역시 내 친구들이다.


  윤지와 채이, 연진이가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왔고 남자친구가 일어나 친구들에게 인사하였다. 어색한 인사가 끝나고 식사를 시작하였다. 윤지, 채이, 연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친구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남자친구는 당황하기 시작하였고, 나는 친구들의 질문들이 점점 듣기 거북한 내용으로 변하여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남자친구는 친구들의 짓궂고, 다소 무례한 질문들도 웃으며 답해주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의 무례한 질문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였고 도를 지나치는 질문에 결국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게 불편한 식사가 끝나고 친구들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남자친구와 둘이 남게 되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원래 저런 친구들이 아니라며 말하였다. 남자친구한테 사과하며 윤지완 채이, 연진이에 대해 화가 나며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나는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길을 걸어 다니며 친구들에게 화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싸울 것 같았다. 하지만 한참을 걸어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윤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끊기며 윤지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윤지에게 나의 서운한 마음을 이야기 했다.

  “나 오늘 정말 힘든 하루였어. 팀장한테 완전 깨지고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다니고, 너희들이랑 약속한 거 지키려고 팀장이 눈치 주는데도 일찍 퇴근하고, 내가 오늘 얼마나 기대했는데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너희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잘 지냈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데 너희들은 내 마음도 모르고 계속 내가 좋아하는 사람 얼굴 지적하고, 막 비난하고 그럴 줄 몰랐어. 그래서 나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고 그래.” 이렇게 말을 끝마치자 윤지는 나에게 일단 집에 와서 이야기하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집 가는 길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오늘 하루가 정말 너무 버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조차 나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슬프게 만들었다. 지금 나는 이 세상 하나의 점이 되고 싶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게 말이다. 더딘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는다. 집에 다다를수록 두려움도 함께 다다른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아이들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겠다. 야속하게 집은 점점 커지며 나는 어느 순간 집 현관 앞에 서있다.


(4, 그들이 있기에.)

 

 

힘없는 손가락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집에서는 반응이 없다. 친구들이 벌써 자나 싶어 조용히 열쇠를 따고 집을 들어갔다. 대문을 지나 현관을 여는 순간, 팡팡팡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나고 케이크를 들고 서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하면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연진이가 나에게 다가와 나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를 토닥이며 오늘 너무 힘든 하루 보내느라 수고 했어 내 사랑.”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채이가 케이크를 내려놓고 나와 연진이를 감싸 안으며 오늘 힘든 하루 견뎌내고, 살아내느라 애 썼어 내 사랑들.”이라고 말하였다. 윤지는 갑자기 큰 소리로 연수야 너 남자친구 정말 좋은 사람이고 너를 믿고 맡겨도 되겠어!” 라고 외쳤다. 나는 이 소리를 듣고 눈물이 뚝 멈추며 친구들을 어리둥절 쳐다보았다.

 

친구들은 나를 믿고 맡겨도 되는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남자친구에게 짓궂은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친구들을 째려보며 크게 웃어보였다. 친구들은 나에게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고 놀렸고 우린 그렇게 또 한 번의 고비를 넘어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다. 그날 밤 한 집에 함께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는 4명의 여자들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

 

나는 이들이 있기에 힘든 오늘의 스트레스, 슬픔을 이길 수 있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이들이 없었으면 나는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었을까? 때론 그들이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이들이 있기에 내가 더 많이 웃을 수 있고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한 번이 나의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한다. 나도 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에게 힘이 되는 그들.

........ 그래서 나는 그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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